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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인데도 일자리 증가 '고용의 역설', 한계기업 탓?

2016-05-11 12:43 | 김세헌 기자 | betterman89@gmail.com
[미디어펜=김세헌기자] 1년여 전 시작된 수출 감소세 속에서 제조업 부문 고용은 계속해서 호조를 보이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제조업 부문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만5000명 늘어났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14년 5월부터 21개월 연속으로 10만명 넘는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한 해를 놓고 보면 전년도인 2014년 대비 제조업 취업자가 15만6000명 증가하면서 전체 일자리 증가폭의 46.3%를 차지했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 수가 5년 만에 가장 적은 33만7000명인 점을 고려하면 제조업이 전체 고용지표를 지지하고 있는 양상이다.

제조업 고용은 지난 3월까지 23개월 연속 10만 명 이상 증가하는 호조를 보이며 취업자 수 증가 규모를 이끌어왔지만, 그 증가 폭은 지난달 들어 2013년 11월(35만명) 이후 2년 5개월 만에 최저치인 4만8000명으로 줄어들었다. / 연합뉴스


전체 취업자 증가폭에서 제조업이 차지한 비중은 2011년 3.2%에 불과했지만 2013년 20.4%, 2014년에는 27.4%로 눈에 띄게 커졌다. 다만 제조업 부문의 고용 호조는 지난해부터 두드러진 수출 부진 현상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금액 기준으로 지난해 1월부터 올 1월까지 1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했다.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경제의 구조상 수출이 흔들리면 제조업체의 경영환경이 악화할 수밖에 없고, 이는 일자리 창출력의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현재까지는 제조업 부문 고용이 유지되고 있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좋지 않아 관성적으로 고용 인원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분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 감소가 더 장기화된다면 제조업 고용도 결국 줄어드는 쪽으로 가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제조업의 ‘성장 없는 고용’이 화두였다. 공장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중국 등 임금이 싼 해외로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속속 옮기면서 기업 이익은 크게 증가했지만 국내 일자리는 늘지 않았다.

이후 한동안 우리나라에선 제조업 경기가 좋으면 고용이 늘고, 경기가 나쁘면 일자리도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났다. 

하지만 정상화되는가 싶었던 경기와 고용의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제조업 생산지수가 2014년 상반기부터 떨어지고 있는데도 취업자 수는 늘어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조업 일자리 증가는 자동차 관련 산업에서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보통 일자리는 경기가 개선되거나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강해질 때 늘어나는데 수출 부진으로 자동차 산업 경기는 좋은 편이 아니다.

이같은 현상이 일어난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론이 나온다. 

11일 산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먼저 중국의 임금 상승으로 기업들의 생산기지 이전 흐름이 둔화하면서 국내에서 고용이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근로시간이 줄어든 점이 고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나타난 결과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근과 추가 근로를 줄이고 그만큼 새로 고용을 하면, 생산량은 같은데도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한계기업이나 좀비기업들이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아 고용이 계속해서 유지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실제로는 고용 여력이 없는 조선, 해운업 등에서 고용이 유지돼 전체적으로 고용 증가 효과를 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벤처기업 창업이 활발해지면서 제조업 사업체 수가 증가하고, 중소 제조업체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쓰면서 고용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수출감소 장기화, 제조업 고용 감소로 이어질 것"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지 않을 경우 전체 고용지표가 꺼지면서 경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취업자 증가 대비 제조업 신규 취업자 비중은 2011년에는 3.2%에 불과했지만, 2013년(20.4%)과 2014년(27.4%)을 거치며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기업들이 현재 상황은 어려울지라도 심지어 직원 구조조정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으나, 수출 부진이 올해까지 이어지면 상황은 역전될 수 있는 것이다.

제조업 고용은 지난 3월까지 23개월 연속 10만명 이상 증가하는 호조를 보이며 취업자 수 증가 규모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돼가고 있는 모양새다. 제조업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달 들어 2013년 11월(35만명) 이후 2년 5개월 만에 최저치인 4만8000명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3월 전체 취업자 증가 폭인 30만명 가운데 제조업 비중은 41.3%에 달했지만 4월 비중은 18.7%로 크게 떨어졌다.

한계업종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고용시장은 벌써 위축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지속해온 수출 감소의 여파에 산업생산 등 지표마저 부진하면서 그간 일자리 증가를 이끌어온 제조업 부문이 직격탄을 맞았다.

앞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대량 실업 등의 사태마저 발생하면 고용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으며 내수마저 꺾일 위험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조선업에 비정규직이 많은 만큼 바로 실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3분기 동안 최대 3만명 정도가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조선업체 작업장이 몰려있는 경남 거제시에서는 내년 3월까지 조선업 등 업종에서 대량실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여기에 해운을 비롯한 다른 구조조정 대상 업종에서도 대량 실업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만큼 고용시장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어떻게든 수출·내수를 유지하면서 버텨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됐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모든 국정운영의 초점을 일자리에 뒀다던 선언마저 무색해지는 모습이다.

이에 일각에선 제조업의 경우 고용창출력이 높기 때문에 정부가 제조업 기반의 유망산업 발굴에 좀 더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비스산업은 고급·저급 일자리로 양분되는 경향이 있는데 반해 제조업은 안정된 정규직 일자리 위주이기 때문에 제조업 기반의 경기 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고용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며 충격을 줄일 만한 조치를 내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금을 삭감하더라도 고용을 유지하는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정리해고를 줄이고 실업자들이 새롭게 취업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아울러 고용 악화의 영향으로 내수 회복세마저 꺾일 수 있으므로 대량실직의 파장을 줄일 수 있는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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