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이 끝난 지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 총선 결과는 누군가에게는 충격이었을 것이고, 대통령과 새누리당에게는 타격이었을 것이다. 물론 야당과 그 지지자들에게는 환호와 박수였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보다 1석을 더 얻었다. 물론 새누리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들이 복귀하면 원내 1당은 다시 새누리당이 될 것이다.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그보다 1석 더 많은 123석을 얻었다. 국민의당은 호남권에서 선정하여 38석을 얻었다. 정의당은 6석을 얻어서 '진보 정당’으로서의 체면을 유지했다. 기독자유당은 총선 직전에 현역 의원 1명을 영입하여 원내정당이었는데, 비례대표에서 2.63% 득표를 하여 3% 봉쇄조항에 걸려 국회에서 자리를 비워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정당의 권력 관계를 알 수 있는 협상력의 크기를 따진다면, 단순히 의석수의 크기만을 비교했을 때와는 다르다. 정당별 협상력의 크기를 수치로 표현하는 방법 중에서는 Banzhaf 투표력 지표와 Shapley–Shubik 투표력 지표가 있다. Shapley–Shubik 투표력 지표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였고, 지난 3월에 돌아간 섀플리(Lloyd Shapley) 교수와 경제학자 슈빅(Martin Shubik)교수가 만든 것이다. 19대 국회와 20대 국회의 Shapley–Shubik 투표력 지표를 계산한 결과 표 1과 같았다. 19대 국회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대거 탈당하기 전 시점인 작년 9월 21일을 기준으로 했으며, 20대 국회는 총선 결과를 반영하였다.
과반수 의결의 경우에는 19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이 과반수를 점유하고 있었으나, 20대 국회에서는 세 정당이 동등하게 협상력을 나누어 가지게 되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대립하고 있을 때, 국민의당은 캐스트보트를 쥐게 된다. 당장 국회의장을 어느 정당이 차지하느냐에 대한 결정권을 국민의당이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의 적용을 받게 되면 이야기가 다르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이 엄격해 졌으므로 20대 국회에서도 큰 두 정당이 합의하지 않으면 법률안 통과는 되지 않는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국민들이 어느 정당을 선택하든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이다.
야권은 선거에서 이겼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이긴 것이 이긴 것이 아니라는 자성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우클릭으로 인해 '진보 정치’의 실현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국민의당 사이에 정치적 거래가 있을 수 있다는 예측도 가능하다.
그러나 자유주의의 나아갈 길은 험난하다. 20대 국회에서도 '시장자유’를 관철하려는 의원들은 많지 않다. 자유주의의 실현이 당장 어렵다면, 자유주의자들은 학습과 교육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을 내리면 내릴수록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해고가 자유로울수록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난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자유주의의 나아갈 길은 험난하다. 20대 국회에서도 '시장자유'를 관철하려는 의원들은 많지 않다./자료사진=연합뉴스
선거 결과를 돌이켜 보면 두려움과 불안은 표심을 움직인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나꼼수’로 인해 대한민국이 좌경화 될 것이라는 공포가 60대 이상 유권자들을 움직였다. 그러나 20대 총선에서는 아무도 대한민국이 좌경화 될 것이라고 믿지 않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 오히려 새누리당과 대통령이 독주할 것이라는 공포가 야권 지지자들의 발걸음을 투표장으로 움직였다.
그렇다면 자유주의자들이 나아갈 길은 분명해 진다. 자유주의가, 시장경제가 가난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누군가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는다는 것을, 따라서 자유주의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하루 하루 설득해 나가야 한다. /현승효 충북대 행정대학원 박사과정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현승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