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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친박계, 전국위 불참 사유 들어보니…"분당도 염두"

2016-05-18 11:40 | 한기호 기자 | rlghdlfqjs@mediapen.com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 친박계는 18일 전날 정족수 미달로 인한 당 전국위원회 무산과 관련,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 재구성을 촉구했다. 외부인사나 계파색이 옅은 인사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대위원-혁신위원장 내정자들을 겨냥한 불만과 함께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계파 갈등 끝에 당이 쪼개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앞서 친박계 초·재선(20대 총선 당선) 20명은 지난 16일 비대위-혁신위 인선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집단 반발을 가시화한 바 있다.

성명에 이름을 올린 이장우 의원은 이같은 요구가 묵살되자 전날 전국위에 불참했다고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서 밝혔다. 친박계가 조직적으로 전국위에 불참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그렇게 결의한 적은 없고, 제 개인 판단에 따라 했다"면서 계파 좌장격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과도 "통화해 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같은 성명에 참여한 김태흠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어제 친박 비박을 떠나 많은 분들이 불참했다. 상임전국위원은 52명 중 16명 참석했다"고 낮은 참여율을 강조했으며, 4선 중진 홍문종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비박이라는 분들도 많이 참석 안했고, 대표적으로 나경원 의원도 참석을 안했다"면서 의혹을 부인했다. 정우택 의원도 PBC라디오에서 "(친박 핵심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가세했다.

특히 김태흠 의원은 이혜훈 당선자·김성태 의원 등 비박계가 친박 핵심 인사들이 전국위 불참을 종용했다며 진상조사를 요구한 것과 관련, 이혜훈 당선자를 겨냥해 "완전히 트러블메이커"라며 "확인도 않고 이런 얘기를 가감없이 하는 건 올바른 행태가 아니다"고 쏘아붙였다.

당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 출범을 위한 안건을 의결하기 위해 17일 오후 2시로 예정됐던 새누리당 제4차 전국위원회는 40여분간 지연된 끝에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못했다./사진=미디어펜



정 원내대표의 혁신위원장-비대위원 인선 및 그 과정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4선의 정우택 의원은 "처음에 인선할 때 조금 (계파) 안배를 했으면 이렇게까지 터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재 내정자들이 계파에서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흠 의원은 혁신위원장 인선에 대해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해선 안된다"며 "보수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으로서 미래 비전이나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는 혁신위가 돼야 한다"면서 위원장에 내정됐다가 사퇴한 김용태 의원을 겨냥했다.

그는 "김용태 의원이 (사퇴 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총선 참패의 모든 책임을 대통령과 친박에게 또 돌리고 있다"고 지적한 뒤 "친박과 비박의 갈등의 한축에서 맡는 것보다는 제3자가 맡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혁신위원장 외부 영입을 주장했다.

이장우 의원은 비대위원 인선과 관련 "당내에 총질을 하고, 당을 흔들고, 집권여당인데 정부를 흔들어 대는 감수성 발언을 해대며 당을 혼란스럽게 한 인사들이 앞장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의 화합을 저해할 가능성이 농후한 사람들을 비대위에 임명했기 때문에 문제가 크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총선 참패 최고 책임자는 김무성 전 대표라고 지목한 뒤 "당대표 밑에서 실무 책임을 맡은 사무총장이나 가장 최측근들이 당 지도부를 다시 맡는다, 이렇게 해서 당을 바꾼다는 것이야 말로 잘못된 인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무성 대표체제 하에서 각각 수석대변인과 제1사무부총장(현재 사무총장 권한대행)을 맡은 김영우 홍문표 의원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홍문종 의원은 인선안을 직접 비판하는 대신, "(전국위) 날짜도 그랬고, 그분들을 선발하는 과정에 있어 (정 원내대표가) 당내 52명 밖에 안되는 상임전국위원들과 미리미리 상의를 좀 했어야 한다. 전혀 상의가 없었다"고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혼란 수습 방안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정우택 의원은 비대위-혁신위 병진 체제 대신 '혁신 비대위'로의 일원화를, 홍문종·이장우 의원은 외부 및 계파 중립적 인사 중심으로 혁신위와 비대위를 꾸리는 방안을 주장했다. 

특히 김태흠 의원은 비대위-혁신위 인선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면서, 기존 인선에 대한 정 원내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그는 "정 원내대표가 이런 상황까지 온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하고 백지에서 시작하든가, 아니면 이런 상황 속에서 너무 어려워 못하겠다면 본인 스스로가 사퇴하든가 두 가지 결정이 있다"며 원내대표직 사퇴를 거론하기도 했다.

다만 전날 전국위 무산 이후 칩거에 들어갔던 정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5·18 36주년 기념식 정상 참석에 대해 "저는 새누리당의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입장"이라고 말해 직 사퇴를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이들은 당 내분이 분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전면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장우 의원은 "당이 분당되는건 옳지 못하다고 본다. 그렇게까지 앞서 나갈 일은 아니다"면서도 "당내를 흔든 인사들이 앞장서는 것은 당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김태흠 의원은 "분당 얘기는 지금 제가 볼 때 적절치 않다"면서도 "당이라는 것은 생각이, 이념이, 방향점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이라며 "좀 더 지켜봐야 되겠다"고 언급했다.

정우택 의원은 "친박 비박의 내홍이 봉합되지 않고 골이 깊어졌을 때 당의 분열도 있을 수 있다"며 "여러가지 가능성을 놓고 조심스럽게 정국 운영이 이뤄질 것"이라고 한발 앞서간 전망을 내놨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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