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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은 신종 민간사찰…감시·불신공화국 부른다

2016-05-22 07:23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 법안’, 일명 김영란법의 시행령이 입법예고 되었다. 2012년 발의된 김영란법은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했고, 14개월 만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시행령을 발표했다. 김영란법은 공청회 등 의견 수렴을 거친 뒤 9월 28일부터 전격 시행된다. 법안통과 이후부터 제기된 김영란법 위헌성과 적용대상범위 등의 문제는 여전히 논란 중이다. 현재 김영란법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김영란법의 부패척결이라는 취지를 살리려면 땜질 처방식이 아닌 제대로 된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김영란법의 문제점과 시행 후 불러 올 파장을 다각도로 짚어보고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열린 ‘김영란법 이대로 시행해도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패널로 나선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매뉴얼사회, 감시사회로 유도하는 ‘김영란법’은 개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김영란법에 관해 “이해충돌 방지라는 입법의 본 취지는 어디로 달아나고, 위헌성과 적용대상범주 논란, 농어민과 자영업자의 시름, 내수경기 위축 등 우려할 점이 많다”고 밝혔다. 박 실장은 “김영란법 적용대상 범위를 ‘공직자 등’으로 정하면서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 임직원까지 포함시키고 그들의 배우자도 포함시켜 그 범위가 거의 수백 만 명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들 모두 대가성이 없어도 처벌받는데 선물의 상한액은 5만 원, 경조사비의 한도는 10만원이다.

박 실장은 김영란법의 문제에 관해 ▲적용대상 기준이 어디까지인지 어떤 행위가 처벌을 받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아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한다는 점, ▲위반여부 조사시간 및 인력의 한계로 신종 파파라치들의 출현, ▲국민권익위가 국민들에 대한 통제기관으로 변질, ▲국회의원 지자체장 지방의원들의 미포함 등을 지적했다. 특히 박 실장은 “김영란법 적용 변수들이 천차만별”이라며 “앞으로 공공기관 가정에서 이에 대응하는 김영란법 매뉴얼집을 국민도서처럼 비치해야 할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김영란법이 국민 모두를 매뉴얼에 구속된 사회로 인도하리라는 설명이다. 아래 글은 박주희 바른사회 사회실장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매뉴얼사회, 감시사회로 유도하는 ‘김영란법’은 개정되어야 한다 

김영란법의 후폭풍이 거세다. 1년 전 국회에서 통과되자마자 위헌시비에 휘말리더니 시행령이 입법예고 되고 나니 또다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다. 부정부패와의 고리를 차단하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추진된 김영란법이지만 그 품위가 이만저만 손상된 게 아니다. 이해충돌 방지라는 입법의 본 취지는 어디로 달아나고, 위헌성과 적용대상범주 논란, 농어민과 자영업자의 시름, 내수경기 위축 등 줄줄이 우려들만 꼬리를 달고 있다.

법률에서는 법적용대상자의 범위를 ‘공직자 등’으로 정하면서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 임직원까지 포함시키고 그들의 배우자도 포함시켜 그 범위가 거의 수백 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에서는 3만원이 넘는 식사는 대가성이 없어도 처벌받고 선물의 상한액은 5만 원, 경조사비의 한도는 10만원으로 정함으로써, 한우농가와 굴비판매자, 화훼농가, 음식업계의 타격이 예상된다. 결국 현재 김영란법의 쟁점은 법률이든 시행령이든 범주의 문제로 좁혀 진다. 법률에서의 적용대상범위와 시행령에서의 가액 상한선을 이대로 둘 것이냐이다.

김영란법 이대로 시행된다면

김영란법은 그 적용대상의 기준이 어디까지인지 어떤 행위가 처벌을 받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공직자 등’에 대한 정의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언론사 대표와 임직원을 포함시켰는데 그 언론인의 범주가 모호하다. 더군다나 미디어 시대에 1인 방송인, 인터넷 기자, 블로거 등의 발언이나 내용이 큰 파장을 불러올 때도 있다. 김영란법의 제8조 금품 등의 수수금지에서의 ‘통상적인 범위에서’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등의 표현도 모호하고 추상적이며 기준이 주관적일 수 있다.

우리 헌법에서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명확성을 원칙으로 하는 죄형법정주의를 명시하고 있다. 통상적인 판단능력을 가진 일반인이 보기에 법에 의해 누가 어떤 행위가 금지되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 예측가능성을 내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영란법은 대가성이 없어도 수수액이 100만 원 이상이면 형사처벌하고 심지어 배우자의 금품수수까지 똑같이 적용하지만 형법의 기본 원칙조차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김영란법이 시행된다면 누군가와 밥 한 끼 먹는 일에도 고민부터 깊어진다. 법 적용 대상이 되는 금품의 종류부터 가격, 상대방과의 관계, 모임의 성격부터 참석자 등 변수들이 천차만별로 나온다. 현재 인터넷에서는 갖가지 사례들이 김영란법 위반인지 아닌지 Q&A식으로 떠돌고 있다. 앞으로 공공기관 뿐 아니라 가정에서는 그런 김영란법 매뉴얼집을 ‘국민도서’처럼 비치해야 될지도 모른다. 국민들을 매뉴얼에 구속된 사회로 인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김영란법은 법의 횡포이자 법 만능주의에 이른다. 교직원이나 언론인이 직무관련성과 대가성 유무에 상관없이 금품을 수수한 행위는 도덕적 비난은 받을 수 있지만 형벌로서 다스려질 사안은 아니다./사진=연합뉴스



그런데 김영란법의 위반여부를 일일이 조사할 시간이나 인력도 충분하지 않다. 단속망에 걸리는 것은 극히 일부가 될 듯하다. 이럴 경우 기준액 이상의 금품수수 행위로 적발된 자는 뉘우침보다는 재수 없이 걸렸다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기준이 모호한 상태에서는 처벌을 내 리는 자도 재량권이 확대되어 자의적 잣대로 판단할 수밖에 있다. 결국 무분별하고 광범위한 규제는 형벌이든 비형벌이든 그 처벌이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법 경시 상황까지 불러 오히려 김영란법의 입법목적과는 멀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행정조사든 법집행이든 그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김일중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범죄는 형법상의 ‘일반범죄’와 특별법상의 ‘규제범죄’로 나뉘는데 한정된 법집행자원이 규제범죄로 과도하게 치우치면 일반범죄 대상 법집행은 위축되고 억지력이 약화된다. 최근 몇 년간 이러한 규제범죄로의 쏠림현상으로 강력흉악범죄가 늘었고 사회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주장이다.

행정자원의 한정으로 인한 문제는 다른 사례에서도 증명되는데, 갈수록 집회시위가 대규모로 불법폭력적으로 변질되면서 시위현장의 경찰대비력이 해마다 증가했다. 그런데 경찰인력이라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수사․형사나 교통담당 경찰, 지구대 등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관들이 집회 대비 인력으로 동원되었다. 불법폭력시위의 대비력을 높아지자 동네치안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비슷한 문제가 불거질 듯하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에 김영란법 위반 관련 조사활동에 쏠림현상이 일어나면 권익위의 다른 활동이 위축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공공기관의 부패방지뿐만 아니라 고충민원의 조사와 처리, 불합리한 행정제도 개선, 행정쟁송을 통하여 행정청의 위법하고 부당한 처분으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주요업무로 한다. 

즉 김영란법 위반 조사에 치중하느라 국민고충처리 업무가 뒷전으로 밀릴 것이다. 만약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조사를 위한 인력이 보강된다 하더라도 조직이 비대해져 국민권익위원회는 감시와 통제로 국민들을 길들이려는 기관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김영란법 시행이 당장 4개월 앞으로 다가오자, 사전 감시나 단속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공익신고 또는 내부고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내부속사정도 새어나온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파파라치 양산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이미 우리사회는 자동차 신호위반 등을 촬영하고 포상금을 타는 카파라치, 노래방의 불법영업행위를 찍고 포상금을 받아내는 노파라치, 학원의 불법영업을 신고하는 학파라치 등 포상금을 노린 전문 신고꾼들이 넘쳐난다.

공무원이나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을 밀착 미행하며 한 건 올리려는 수법까지 동원된다면 이는 신종 민간사찰이나 다름없다. 수백 만 명이 같은 조직 내에서 동료를 감시하고, 친분으로 만난 사적자리에서도 상대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감시사회가 따로 없다.

김영란법은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 등이 직무를 이용해 인사․취업 청탁 등의 사적 이득을 취하는 것을 막자는 이해충돌 방지에 방점이 있었다. 하지만 국회를 거치면서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지방의원 등 선출직은 공익활동으로 포장된 채 대상에서 배제되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법과 제도는 네거티브 방식이어야 한다. 불법적인 것을 제외한 행위는 모두 허용하는 것이다. 그것이 국민이든 기업이든 그들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원칙이고,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라는 헌법의 기본 가치를 지키는 길이다. 그러려면 법에서는 대상범주와 금지행위를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 

하지만 김영란법에서는 대상범주로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이라는 민간영역상의 애매한 집단을 포함시키고, 금품수수 처벌대상의 기준액은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는데 벌써부터 그 시행령이 누더기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수사기관이 지나친 재량권을 휘두르고 법관은 자의적 기준으로 판결한다면 민간영역에 대한 공법(公法)의 지배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할 민간영역과 국민의 사적인 활동에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하고 형벌권을 휘두르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와는 반대의 길을 걷는 것이다. 

법치국가에서 국가의 형벌권 발동은 사회 공공의 안녕을 유지하기 위한 최후 수단이어야 한다. 또한 법률에 의해 보호되는 법익이 형벌처리를 요구할 만큼 상당해야 한다.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이 직무관련성과 대가성과 상관없이 금품만 수수하면 처벌한다는데, 과연 그만큼 보호법익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물론 사립학교 교직원이나 언론인이 공무원만큼이나 높은 도덕성을 요하는 자리이긴 하다. 하지만 공무원처럼 특수 지위에 있으면서 법적 도덕성의무를 지켜야 하는 것과 민간인이 윤리강령에 따른 도덕성의무를 지켜야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단순히 공공성이 강한 업무에 종사하고 도덕성과 윤리성이 더 요구된다고 하여 이를 법률로 해결․단죄하려 든다면  이는 법의 횡포이자 법 만능주의에 이르는 것이다. 교직원이나 언론인이 직무관련성과 대가성 유무에 상관없이 금품을 수수한 행위는 도덕적 비난은 받을 수 있지만 형벌로서 다스려질 사안은 아니다.

김영란법 오류를 바로 잡으려면

김영란법은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을 포함시킴으로써 민간영역에의 국가 개입, 사법(私法) 의 공법(公法)화 등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거스르는 문제 뿐 아니라, 과잉금지원칙 위배, 죄형 법정주의 위배 등 다양한 위헌 요소를 내포하고 있어 법적용대상 범주를 변경해야 한다.

법적용대상을 공무원으로 한정해 국가공무원법이나 지방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로 제한 적용해야 한다. 언론은 정부․국회․사법 등 사회전반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당하는데 언론인을 김영란법 적용대상으로 포함시킬 경우 자칫 언론 취재․보도에 대한 통제와 제약으로 이를 수 있다. 만약 언론을 포함시켜야 한다면 KBS, EBS처럼 정부보조금 또는 지원금을 받는 언론사로 제한해야 한다.

또한 사립학교는 헌법 제31조에 따른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 보장을 위해 국가를 대신하여 공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는 설립주체와 운영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 사립 학교장과 교직원은 본질적으로 자격과 근무조건 등이 다르므로, 김영란법에서 사립학교 의 장과 교직원 등은 제외시켜야 한다.

법률안이 처음 만들어질 때의 취지는 부정청탁 금지와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였다.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 등이 직무를 이용해 인사․취업 청탁 등의 사적 이득을 취하는 것을 막자는 이해충돌 방지에 방점이 있다. 하지만 국회를 거치면서 최종 법률은 금품 수수액이 100만 원만 넘으면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형사처벌하는 내용을 담게 되었다.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지방의원 등 선출직은 공익활동으로 포장된 채 대상에서 배제되었다.

김영란법은 법 통과와 동시에 위헌성과 적용범위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현재 김영란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대까지 올라있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지자체장이야말로 입법권한과 행정권한 등을 휘두르며 수많은 이해관계의 중심에 있다. 언론에 드러난 굵직한 이권다툼과 금품수수 행위가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지방의원 등 선출직도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법 제정 작업에서 여야의 첨예한 이견으로 제외됐던 이해충돌방지 부분을 추가해야 한다.

한편 국회에서는 ‘선시행 후보완’이냐 ‘시행 전 법안 개정’이냐를 두고 여야 간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제가 뒤늦게 발견되면 후속조치로 문제를 치유하는 게 맞지만, 이번 김영란법은 법 통과와 동시에 위헌성과 적용범위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문제를 사전에 감지했으면 시행이전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서 논란거리를 없애야 한다. 더군다나 현재 김영란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대까지 오른 상황이다. 여야의 김영란법 시행 이후 논란을 예상하면서도 팔짱 낀 채 논의를 늦춘다면 그럴수록 국민들은 법적용대상에 국회의원 본인들을 넣지 않으려는 의도라 의심하게 된다.

사실 공직자뿐 아니라 우리사회 곳곳의 부정부패 문제는 대한민국이 선진화 대열에 설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 핵심 과제이다. 하지만 부정부패 근절과의 씨름은 공직사회뿐 아니라 정계나 재계의 문화, 여기에 국민들의 의식수준 개선 등 우리사회 저변의 문화와 인식의 개선과 연결된다. 부정부패가 적은 선진국들 중에는 오히려 부정부패 금지규정 이 느슨한 곳이 많다. 

우리도 법으로 무조건 강제해서 부정부패가 해결된다는 인식보다는 문화와 의식 개선으로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사회부조리의 검은 실타래를 조금씩 풀어 나가는 게 낫다. 입법과 규제 만능주의는 오히려 그 망을 피하고자 하는 수법만 늘어난다. 김영란법에서의 민간영역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처벌도 마찬가지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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