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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정진석 체제' 3주째 헛바퀴…정례회의 한번 못열었다

2016-05-24 17:53 | 한기호 기자 | rlghdlfqjs@mediapen.com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의 총선 참패를 수습하기 위한 '원톱' 정진석 원내대표체제가 24일 출범 3주차를 맞았지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논의는 답보 상태에 빠졌고,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원내대책회의가 단 한번도 열리지 않는 등 지도부 실종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원내대표단-4선 이상 중진 연석회의에서 '혁신형 비대위' 구성 관련 전권을 위임받았지만 비대위원장 겸임여부조차 결론내지 못하고 있다. 관련 논의를 위해 당초 내일(25일) 개최 예정이었던 전국 20대 총선 당선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는 계파 충돌 확대를 우려해 무산됐다. 

이날 오전으로 예정됐던 원내대책회의가 전날(23일) 저녁 취소되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 측은 원내대표단과 함께 한 만찬으로 회의를 갈음한다고 설명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사진=미디어펜



정 원내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의 내홍이 더 오래가선 안 된다"며 비대위 겸임 또는 외부인사 영입 여부에 대해 "조만간 결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지난 중진 연석회의 이후 비(非)겸임에 부정적 견해를 보여왔던 그는 이날 "비대위원장이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애초에 갖지도 않았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이어 "주류·비주류 양쪽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비대위원장 후보군을 폭넓게 만나고 있다"며 "만나고 있는 분들 중 수락을 받으면 당연히 그분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의 말대로라면 당 지도부 구성문제는 조만간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이나, 정례 회의조차 열지 못하는 데다 잦은 일정 취소 행태를 보이고 있는 원내지도부의 기능 부재도 또다른 해결 과제로 대두됐다. 

당내 한 3선 의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원(院)구성 협상 등 해야 할 게 산적해 있는데 지금 원내지도부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원구성 협상도 기 싸움을 할 것 같으면 조속히 협상을 시작해 밤새워 끝내야지, 뭐하는 짓이냐"고 비판했다.

당 관계자는 "원내대책회의는 내부적 사안 조율뿐만 아니라 당의 기조를 외부에 알리는 의미가 있는데 지금 정 원내대표가 할 말이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19대 국회에서 20대 국회로 넘어가는 레임덕 세션임을 감안해도, 공지하는 일정마다 취소하는 모습은 지도부로서 무책임해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정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언론인과의 간담회를 문자로 공지했다가 3분 만에 취소했고, 25일 예정됐던 당선자·당협위원장 총회를 무산시켰다. 여기에 이날 원내대책회의도 공지 당일 오후 9시가 넘어서 취소한 것이다.

가장 급한 대야 원구성 협상도 지지부진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2일 "새누리당의 당내 문제가 빨리 수습돼 원구성 협상이 적극 이뤄지길 바란다"고 채근한 바 있다. 박 원내대표가 정 원내대표와 만나는 때마다 원구성 이야기를 꺼내지만 정 원내대표가 별로 의욕이 없어 보인다는 게 박 원내대표측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내에선 외부 영입을 전제로 한 비대위원장 선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비박계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지지하고, 당초 비대위원장직 수락을 고사했던 김 전 의장은 최근 들어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원내대표의 원내대표 경선 맞수였던 비박계 나경원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김 전 의장 같은분이 굉장히 당을 잘 알고, 당 쇄신과 혁신을 이끌 적임자"라면서 "탈당도 한 상태이셔서 (당을) 외부인사 시각으로도 보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비대위원의 재추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 측근인 김성태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본인(정 원내대표)이 생각하고 많은 당원과 국민이 바라는 쇄신형 비대위를 구성하는 부분에 인색할 필요가 없다"며 "유일한 지도부의 강단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직할 경우 그가 비대위원 인선 권한을 갖게 돼 비박계에 유리한 기존 인선안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다른 한편에선 친박계 재선 그룹 6~7명이 전날 회동을 갖고 비대위원장으로 외부 명망가를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아 정 원내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참여연대 공동대표 출신 박상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헌법재판관 출신 김희옥 전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는 최근 황우여 강재섭 전 대표 등을 거론했으나 본인이 고사하거나 향후 정치 구상과 안 맞는다는 계산 등으로 사실상 거둬들이고, 몇몇 외부 명망가를 후보군으로 제시한 셈이다.

회동에 참석했던 김선동 당선자는 "지난번 비대위 인선이 충분한 고려 없이 독선적으로 이뤄졌다"면서 "친박, 비박계의 양 극단에 있는 인물을 배제하고 중간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사로 구성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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