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보이스피싱과 대포통장 사기사건이 지난 달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사기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원장 진웅섭)은 25일 '4월 보이스피싱‧대포통장 발생 추이' 자료를 발표하면서 작년 11월 이후 증가추세를 보이던 보이스피싱 피해규모와 대포통장 건수가 지난 달 큰 폭 감소세로 전환했지만 20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빙자형 사기는 여전히 증가 추세에 있다고 밝혔다.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 동안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94억 원이고 피해건수는 2508건이었다. 피해금액의 경우 지난 3월 161억 원에 달했음을 감안하면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피해건수도 3월 3966건에서 상당폭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올해 4월까지의 월평균 피해금액(117억 원)과 피해건수(3058건)도 전년 하반기(146억 원, 3637건) 대비 각각 19.9%, 15.9% 감소했다.
금감원 측은 4월 피해규모 감소 이유로 최근 증가하고 있는 대출빙자형 사기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과 홍보로 인해 소비자의 대처능력이 강화된 점을 들었다. 또한 지난 3월 보이스피싱 인출책이 검거된 이후 범죄활동이 위축된 것도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금융당국이 보이스피싱 범인들의 목소리를 공개하는 '그놈 목소리' 캠페인을 벌인 이후 금융소비자의 정부기관 사칭형 사기에 대한 대처능력이 강화되자 보이스피싱 수법은 정부기관 사칭형에서 '대출빙자형'으로 전환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금융회사를 사칭해 '고금리대출을 저금리대출로 전환해주겠다'며 대출금을 편취하는 수법이다.
올해 4월까지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금액 중 대출빙자형의 비중은 67%로 전년 하반기(53%) 대비 14%p 증가했다. 20대 청년이 주 피해대상이며, 40세 이상 여성층을 대상으로는 정부기관 사칭형 비중이 증가하고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포통장의 경우에도 보이스피싱과 마찬가지로 작년 11월 이후 증가추세를 보이다 4월 큰 폭 감소세로 바뀌었다. 4월까지의 월평균 대포통장 발생건수는 3524건으로 전년 하반기(3678건) 대비 154건 줄었다.
4월 대포통장 발생건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이유는 올해 들어 고객확인제도 강화, 통장 양도자에 대한 금융질서문란행위자 등록 등 금융당국의 대포통장 근절대책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들도 계좌개설 시 금융거래목적을 확인하거나 고객 대상 유의사항 안내를 강화하는 등 대포통장 감축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의 월평균 대포통장 발생건수(686건)는 전년 하반기(770건) 대비 가장 큰 폭(84건)으로 감소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20대 구직자 등 취약고객군을 대상으로 유의사항을 안내하도록 전산시스템을 마련하는 한편, 피해예방 우수 직원을 대상으로 인센티브 체계를 도입한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자평했다. 한때 국민은행은 대포통장이 가장 많이 발생한 곳 중 하나였으나 꾸준한 감축 노력을 통해 개선된 실적을 만들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피해예방 실적이 우수한 금융회사의 모범사례를 전 금융회사에 전파하기 위하여 피해예방 공유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피해예방 실적이 우수한 금융회사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