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법 개정안이 의결되어 정부로 이송되었다. 개정안 중 현재 문제되고 있는 것은 청문회 관련한 국회법 제65조 제1항 제3호와 상임위원회 관련한 제53조 제1항이다. 제65조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는 법률안 이외의 중요한 안건의 심사나 소관 현안의 조사를 위하여 필요하다는 위원회의 의결이 있을 때, 증인·감정인·참고인으로부터 증언·진술의 청취와 증거의 채택을 위하여 청문회를 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기존에 국정조사나 감사를 할 때 필요한 경우나 법률안과 관련한 경우에만 상임위원회에서 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었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소관 현안"이기만하면 청문회를 언제든지 열 수 있다는 것이다. 제53조 개정안은 국회 폐회 중에 상임위원회는 개회하는 기존의 정례회의를 확대 시행하는 것이다.
위 두 조문을 합쳐서 읽어보면, 상임위원회가 상설화하여 언제든지 소관 현안이라고 판단하면 청문회를 열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대하여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25일 퇴임기자회견에서 국회법 개정안은 헌법 제61조에 따른 국회의 당연한 책무이고 행정부가 국민의 편에 서서 올바르게 일하라고 만든 법이라고 한 바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상시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 관련 의원들이 투표하는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과연 그럴까?
첫째, 헌법 제61조가 국회에게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 권한을 인정한 것은 맞다. 그러나 국회의 본질적인 기능은 입법권이고 국회는 우리 헌법상 헌법기관임은 분명하나 다른 헌법기관보다 본질적으로 우월한 기관은 아니다. 우리는 사회주의 국가처럼 집단지도체제를 취하거나 특정한 헌법기관, 특히 국회에 절대 우월성을 부여하는 체제가 아니다. 대통령과 국회가 모두 선거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고 견제과 균형의 원리 속에서 그 권한행사를 하는 것이 헌법의 정신이다.
그렇기에 국정감사 및 조사의 성격에 대하여 국회의 독립적 권한이 아니라 보조적 권한으로 보는 것이 대다수 법률가들의 해석이며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도 그에 따라 제정되어 있다. 따라서 그 본질적 성격으로 말미암아 그 명칭이 청문회든 무엇이든 내재적 한계 즉 국회가 우월한 지위를 가지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의 개정안은 국회의 무제한적 접근 및 관여를 인정하는 법이다.
둘째, 행정부의 감시역할은 국회 본연의 권한임은 맞다. 그러나 감시는 어디까지나 집행의 적법성과 타당성을 감시하는 것이어야지, 그것이 행정부의 집행을 방해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국회의 권한 행사는 국회의원 개개인의 권한행사와 다르다. 국회는 필연적으로 의결을 통해 그 의사를 표명하는 기관이므로 국회의 의사라고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결을 항상 요구받는다.
국정조사권의 발동에 국회의원 재적 1/4이상을 요구하는 이유도 국회의 행정부 감시기능이 국회의원 소수의 몇 명에 의해 좌우되게 하지 않기 위함이다. 국회의원 몇 명의 의사로 행정부의 집행에 사사건건 관여하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을 행정부에겐 1인에게 부여한 대통령제의 본질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대선과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의를 적절하게 반영하는 기술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
셋째, 법리적인 문제를 떠나 우리 국회의 수준을 보자. 그 동안 국정감사와 국정조사, 인사청문회를 통해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얻은 신뢰는 무엇인가? 정치적 공방과 당리당략에만 빠져 고성을 지르고 증인에 대한 망신주기, 인신공격에만 열을 올리고, 카메라만 비추면 쇼를 해대는 국회의원만 보았지, 제대로 현안에 대한 접근을 한 국정조사나 청문회를 본 적이 있었던가. 지금의 국정조사제도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먼저 정비하는 것이 순서임에도 국회의원 개개인의 권한확대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그 속내가 뻔히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철지난 이론인 비대해진 행정부 한 등등을 운운하지 말자. 우리는 유신헌법 하에서 살지 않는다. 지금은 국회선진화법 등으로 사실상 의회독재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소수의 의회 권력자들에 의해 권력이 장악되어 있다. 도대체 국회가 자신들의 권력 강화를 제외하고 무엇을 국민들을 위해 한 것이 있었나.
국회의원들은 먼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다.되는 것은 안 되게 하고 안 되어야 하는 것은 되게 했던 19대 국회가 이번 개정안을 처리했다는 그 자체가 위헌이라고 본다면 너무 비약일까? /황성준 변호사
[황성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