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기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선 71년 만에 미국의 대 일본 원자폭탄 투하 지역인 히로시마(廣島)를 찾았다.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후 미에(三重)현을 출발, 전용기와 헬기를 타고 히로시마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원폭 투하 당시의 참상을 보여주는 평화공원내 원폭 자료관을 시찰한 뒤 이어 위령비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헌화한 뒤 연설에서 "우리는 두려움의 논리를 떠날 용기를 가져야 하며, 그것들(핵무기)이 없는 세계를 추구해야한다"고 말했다.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그는 "71년 전 죽음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세상은 변했다. 섬광과 화염이 도시를 파괴했다"며 "인류는 스스로를 파괴할 수단을 보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의 모든 영혼들이 편히 쉬게 해야하며 우리는 다시 죄악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왜 우리가 이곳 히로시마에 왔는가"라고 반문한 뒤 "그들(희생자들)의 영혼이 우리에게 말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는 생명을 빼앗긴 죄없는 사람들의 존재를 잊어선 안 된다"며 "그리고 역사를 제대로 직시할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그 운명의 날 이후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선택을 해왔다"고 밝힌 뒤 "미국과 일본은 동맹 관계를 구축했을 뿐 아니라 우정을 키워왔다"며 적에서 동맹으로 변한 미일동맹을 강조했다.
다만 18분을 넘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원폭 투하에 대한 직접적인 사죄는 담기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수십만의 일본인 남성과 여성, 아이들, 수만명의 한국인, 수십명의 미국인 포로, 그들의 영혼이 우리에게 말한다"며 한국인 원폭 희생자들의 존재를 거론했지만, 공원 내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를 찾지는 않았다.
연설 후 오바마 대통령은 현장의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피단협) 대표위원을 맡고 있는 쓰보이 스나오(坪井直·91) 등 현장의 일본인 원폭 피해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악수하거나 포옹을 하기도 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평화공원 내 일정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동행했다.
아베 총리는 뒤이은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해 "미·일의 화해와 신뢰, 우정이란 역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새기는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과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며 "미국과 일본이 힘을 합쳐 세계 사람들에게 희망을 만들어내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에 다시 한 번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의 어디서든 다시 이런 비참한 경험은 절대 반복해선 안 된다"며 "이 통절한 인식을 제대로 계승하는 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의 책임"이라고 강조한 뒤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해 노력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미군의 원폭 투하로 1945년말까지 히로시마 주민 약 35만명 중 약 14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희생자 중에는 당시 일본 식민지였던 조선 출신자도 약 2만 명 포함된 것으로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은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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