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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2당, '의장단 자율투표'로 대여공세 고삐…원구성 난항

2016-05-31 17:24 | 한기호 기자 | rlghdlfqjs@mediapen.com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31일 20대 여야 간 국회 원(院)구성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내달 7일 본회의를 열고 국회의장단 선거를 강행, 기존 관례와 달리 의원들의 '자율 투표'에 부치겠다며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국회의장직을 둘러싼 더민주와 새누리당간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원구성 협상 일정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자 야당이 힘을 합쳐 대여(對與) 공세에 나선 것이다. 비교섭단체인 정의당과 '5개 분야 청문회 공조'에 나서며 압박을 강화하기도 했다.

야권에선 또 새누리당이 원내 1당 지위 회복을 위해 4·13 총선 탈당-무소속 당선자들의 조기 복당을 추진한다며 "국민 배신행위"라고 몰아세웠지만, 이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전혀 그런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일축하면서 갈등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야권이 3당 협상을 깨고 '밀실합의'를 했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31일 20대 여야 간 국회 원(院)구성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내달 7일 본회의를 열고 국회의장단 선거를 강행, 기존 관례와 달리 의원들의 '자율 투표'에 부치겠다며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여야 갈등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20대 국회는 개원 전부터 '협치'와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국회의장단 자율투표' 합의 사실을 전했다. 박 원내수석은 "6월7일 반드시 의장단 선거를 할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직을) 요구하고 있어 민의를 왜곡하려 한다"면서 그러면 본회의에서 자율투표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자율투표로 국회의장단을 선출하는 건 다수당에서 추대한 후보를 표결로 확정짓는 관례를 깨고 법조문에 명시된 절차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국회법상 국회의장단은 무기명 투표를 통해 재적의원 과반수 득표로 선출된다.

국회의장 추대 관행은 16대 국회에서 흔들렸다가 17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선출한 2004년부터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이를 자율투표로 맡긴다는 건 여야 사전 조율 없이 각자 후보를 내는 상황까지 감안, 현장 투표로 국회의장을 뽑겠다는 뜻이다. 

여야는 그동안 국회 원구성과 관련 국회의장과 핵심 상임위원장(법제사법위·운영위·예산결산특위 등) 자리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여왔다.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으로서 국회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0년 당시 '여소야대'였던 16대 국회에서 원내 1당인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을 제치고 2당이자 여당인 민주당 소속 이만섭 의원이 3당인 자민련의 공조로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사례를 들어 정당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반면 더민주는 1당이자 야당으로서 각각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자리를 맡아야 한다며 맞서왔다. 특히 1당이 국회의장을 맡는다는 논리에 대해선 2002년 당시 자율투표 결과 16대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한나라당 박관용 의원이 선출된 사례가 근거로 제기되고 있다. 

16대 국회 이후 '1당'과 '여당'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었지만,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을 형성한 20대 국회 들어 새누리당은 '여당', 더민주는 '1당' 출신 국회의원을 뽑는 게 각각 관례라고 주장하며 맞서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일명 '상시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계기로 야2당이 원구성 협상 초기와 달리 새누리당의 국회의장직 역임 반대로 돌아섰고, '여당에 법사위원장직을 주지 않겠다'는 원칙도 공유하기에 이르렀다.

합친 의석수가 과반수(151석)를 넘어가는 두 야당(더민주 123석·국민의당 38석)이 자율투표를 거론한 것은 122석에 불과한 새누리당에 대해 국회의장직을 단념하라는 사실상 협박으로 읽힌다.

야권이 단일 국회의장 후보를 내는 등 의기투합하면 새누리당은 무소속 복당 여부와 상관 없이 의장직을 가져갈 방도가 없다. 최악의 경우 부의장직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

게다가 의장직의 경우 상시청문회법의 20대 국회 재의결 문제와 맞물려 있어 자율투표를 실시할 경우 국민의당은 새누리당보다는 더민주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장을 새누리당에 두면 국회법 재의를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또한 의장단이 아닌 상임위 논의에 집중하라는 압박으로도 풀이된다. 야2당은 18개 상임위 분할·통합 문제와 관련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 문화체육관광을 분리해 여성가족위와 합치고, 환경노동위를 국토교통위 또는 산업통상자원위와 통합하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새누리당은 의장이 야권 몫이라면 운영위, 법사위, 예결위 등 핵심 상임위를 모두 자당이 차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미 국회의장은 '논외'나 다름없고, 핵심 상임위 일부 양보는 불가피해 보인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31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더민주·국민의당·정의당 야3당이 5개 현안에 대한 청문회 실시 공조를 강화에 합의한 사실을 밝힌 뒤 기자들과 만나 '청문회 실시가 협치 분위기를 깨뜨릴 수 있다'는 지적에 "협치를 한다고 해도 밝힐 것은 밝히고 확인할 것은 확인해야 한다"고 반박했다./사진=미디어펜



이런 가운데 야권은 대여공세의 고삐를 더욱 죄었다. 정의당까지 포함한 야3당 원내수석은 이날 회동을 갖고 원구성 직후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 기간 연장과 ▲가습기살균제특위 구성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어버이연합' 지원 의혹 조사 ▲'정운호 게이트' 진상규명 및 법조비리 근절 ▲백남기씨 물대포 사건 등 5개 현안에 대한 청문회 추진 공조에 합의했다.

박완주 원내수석은 "협치를 한다고 해도 밝힐 것은 밝히고 확인할 것은 확인해야 한다"고 했고, 김관영 원내수석은 "20대 국회 들어 첫 야권 공조 출발점이란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주요 현안을 수시로 상의하겠다"라고 말했다.

뒤이어 더민주는 박광온 수석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이 국회 원구성 협상에서 국회의장직을 차지하기 위해 4·13총선 과정에서 탈당해 무소속 당선된 의원들을 복당시킬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지난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국민 배신 행위"라면서 "1당 지위만 회복하면 그만이라는 새누리당을 국민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무소속 조기 복당설에 대해 "금시초문이다. 논의된 바도 없고 논의된 적도 없다"며 "앞으로 비대위에서 그 문제가 논의될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렇다"고 강조했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원구성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청문회를 들고 나온 모습에 대해 걱정이 앞선다"며 "야당이 수의 힘으로 청문회를 일반화시켜 존재감을 과시하거나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도 든다"고 지적했다.

또한 야2당의 합의를 두고 "여야 원구성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의회 다수를 차지한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국회의장 선출을 표결처리하기로 밀실야합까지 했다"며 "협치는 안중에도 없는 야당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서도 "국회의장 표결 처리는 협치하지 말자는 것이다. 소위 '판을 깨자'는 것이다. 원구성에 굉장한 난항이 예상된다"면서 "저희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있는데 두 야당이 나가버린 느낌"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도읍 원내수석이 '굉장이 격앙된 상황'이라고도 전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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