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2013년 1월 성수역, 2015년 8월 강남역, 2016년 5월 28일 구의역. 서울 지하철 스크린 도어 사고일지다. 지난 28일 오후 5시57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고 있던 비정규직 김 모(19)군이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서울메트로에서만 똑 같은 사고가 세 번째다. 시민의 안전을 외친 박원순 서울시장의 안전대책 현주소다. 비정규직 김 군은 서울 지하철 1~4호선 스크린도어 수리공이었다. 토요일 오후 구의역 스크린도어가 고장났다는 말에 김 군은 홀로 구의역으로 향했다. 홀로 고장난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 들어오는 전동차를 미처 피하지 못했다. 생일을 하루 앞둔 김 군의 가방속에는 주인 잃은 컵라면 1개가 고작이었다.
열아홉 김 군은 청춘을 꽃 피워 보지도 못한 채 그렇게 떠났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그의 죽음. 한 누리꾼이 인터넷 게시판에 그의 사연과 사진이 오르면서였다. 김 군은 19살 나이에 가족들을 챙기겠다고 고등학교만 마친 채 취업했고, 140만 원에 월급을 쪼개 동생들 용돈까지 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서울메트로측은 사고 후 즉각 김 군이 '2인1조' 근무 규정을 지키지 않았기에 발생한 사고라고 입장을 밝혔다. 9개월 전인 지난해 8월 29일 강남역 스크린도어 수리공의 사망사고와 판박이였다.
한국청년연대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31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인근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숨진 김모 씨 사고와 관련,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씨는 지난 28일 오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중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졌다. /사진=연합뉴스
서울메트로의 무성의한 태도와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박원순 서울시장에 누리꾼들이 들고 일어났다. 강남역 김 군을 추모하자는 누리꾼의 제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구의역으로 몰려가 추모의 포스트잇을 붙이기 시작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들은 “지하철 안전운행에 방해된다”며 직원들을 동원해 제거하며 감시까지 세웠다.
김 군의 죽음은 포털 사이트 인기검색어에 오르는 등 온라인이 떠들썩해졌다. 침묵하던 언론들도 뒤늦게 김 군의 사연을 전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31일 뒤늦게 사고 지하철역을 찾았다. 메르스 사태 때는 담화문까지 발표하며 시민 안전을 외쳤던 박원순 시장이 왜 열아홉 비정규직 청년의 죽음에는 무관심했을까?
박원순 시장은 29일 프로축구경기에서 시축하는 등 31일까지도 '알바권리 지킴이' 행사 등으로 바쁜(?)일정을 보내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 시내 곳곳에서 10번에 걸쳐 열리는 '일자리 대장정' 행사만으로도 바쁘다. 내달 3~4일에는 충북을 방문해 1박2일 간의 짧은 기간에 청주와 보은, 영동을 찾아 8개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박원순 시장은 바쁜 행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을 계기로 부상한 '대망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박원순 시장은 25일 한 라디오에 출연 반기문 대망론과 관련 "유엔 결의문의 정신이 지켜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과 함께 "마음이 콩밭에 가 계신가 아니가 싶다"며 경계했다. 박 시장의 마음도 콩밭에 가 있는 것은 아닐까?
31일 오전에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현장을 찾은 박 시장은 "이번 사건은 무조건 서울메트로와 서울시의 책임이다.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으로서 서울 시민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어 "이번 사고를 민간위탁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시 생각하고 혁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일부에서는 지난 강남역 사고때와 같은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망 사건 하루 뒤인 29일 오후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FC서울과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에 앞서 시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시장은 "이번 사고는 단지 한 사람의 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 청년들이 내몰리고 있는 현실에 대한 고발"이라면서 "경영 효율을 이유로 얼마나 많은 청년노동자들이 저임금 비정규직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지, 과연 그 실태를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두려움이 앞선다"는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를 언급하며 “서울메트로의 똑같은 사고가 세 번째”라며 “서울시는 사고가 날 때마다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 “대선 출마를 포기하고 시장직에만 전념하겠다고 선언하라”며 “시장님이 쇼만 하고 일은 안 하니 개선될 리가 있냐, 박 시장님은 삼진아웃 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같은날 구의역 사고 현장을 방문해 "서울시나 서울메트로의 관리 소홀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며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인데 안전관리가 소홀하게 되는 책임이 어디 있냐"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했다.
정 원내대표는 "왜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재발방지책을 약속하고선 이런 약속을 못 지키냐"며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의 안전관리 책임은 없는 것인지, 시민들의 안전이 너무 소홀히 다뤄지는 것은 아닌지 이런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SNS상에는 김 군에 대한 누리꾼들의 애도의 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누리꾼 Pla***는 “지하철 스크린 도어 사고는 정규직들이 늦더라도 규칙 지켜 수리하는 5-8호선에선 발생하지 않았고, 최저가 외주와 비정규직이 담당하는 1-4호선 서울메트로에서만 발생했다고 한다. 죽음을 외주화하며 우리가 얻는 게 무엇일…”
drm***는 “박원순시장님, 서울메트로 외주하청업체 직원이 월급 150만원과 목숨을 맞바꿔야 한다면 저는 그런 식으로 시 예산 아끼는 짓 거부합니다. 서울시민들만큼 서울메트로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안전해야 합니다.”
mee***는 “구의역 승강장 안전문 수리직원 사고사는 소속회사와 서울메트로뿐만 아니라 서울지하철노조의 합작품.”
won***는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 메트로에서 꽃다운 청년이 희생되었는데 , 박원순은 입 다물고 나몰랑 하면 다인가? 대권 욕심으로 서울시가 멍들어가고있다. 청년들 공짜 수당준다고 헛짓거리 하지말고 메트로 정규직들 많이 뽑아라.” 등 다양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