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재현 기자] "아프다, 그래도 스페인이잖아, 하지만 아쉽다 한국이니까"
기자의 생각에는 기대가 있었다. 분명 패배는 예상했지만 이정도까지 예상하지 못했다. 9경기 무실점 행진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물론 피파(FIFA) 랭킹 4위 스페인만큼 강팀은 아니었다.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자신만만했다.
2일 오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한국 대 스페인의 친선경기. 한국이 스페인 놀리토에게 세번째 골을 허용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리고 한국 축구대표팀의 변화상을 자랑하듯 홍보했다. 스페인전에 앞서서는 "지라는 법은 없다"며 스페인을 상대로 압박축구로 맞서겠다며 자신했다.
하지만 클래스와 기술은 달랐다. 스페인이니까. 세계 최고의 미드필드진을 보유한 스페인 아니었겠는가. 아무리 한국축구의 강한 압박에도 스페인 후방 진영에서 만들어내는 빌드업에 강한 압박은 무용지물이었다.
이번 평가전에 생각해볼 문제는 수비보다 공격이었다. 긴장한 수비수들의 잇단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지고 무기력함이 한국 대표팀을 지배했다. 한번의 실수가 얼마나 큰 결과를 나타내는지 보여준 한판이었다.
이기기 위해서는 골을 넣어야 한다. 그게 축구다. 아무리 무실점 경기라 했던 한국 국가대표팀이라도 스페인과 만나면 선수들이 주눅들게 마련이다. 다비스 실바, 파브레가스, 이니에스타 등 최강의 멤버인 이들의 패싱능력과 창조적인 운영 능력을 막을 수 있겠는가.
몇 골은 이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것. 그렇다면 공격에서의 화끈한 골잔치는 그렇다 치더라도 스페인 수비 라인은 못깨더라도, 수비수 한명은 개인기로 따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또 측면에서 제대로 된 센터링을 올려야 하지 않을까, 논스톱 슈팅 찬스에서 제대로 히팅 포인트를 맞춰야 하지 않을까, 파울을 얻어내기 위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어야 하지 않을까.
이날 보여줬던 한국 해외파 공격수들의 모습에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1일 한국시간 오후 11시30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스페인간의 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스페인이 6골을 쏟아부으며 한국팀에 승리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FC)은 왼쪽측면 공격수로 보여줬던 그간의 경기를 벗어나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나섰다. 짧은 패스에 이은 순간적 돌파 그리고 압박수비 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파괴적인 그의 몸놀림과 슈팅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토트넘에서 활약했던 그의 능력의 50% 이상 보이지 못한 졸전이었다. 워낙 촘촘히 세운 스페인의 수비라인이 그를 마음대로 뛰게 하지 못했지만 그의 클래스 만큼 혹은 의지 만큼 보여준 경기는 아니었다. 결국 후반 15분 교체됐다.
국가대표팀의 공격수라면 자신의 능력으로 골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패싱게임에 찬스를 얻기 위한 노력은 번번히 스페인 수비라인에 막혀 공간을 만들어내지 못한채 골 찬스를 만들기 역부족이었다.
이럴때 일수록 손흥민의 공격 본능, 돌파능력, 슈팅 능력이 필요했다. 보여준 것 없는 경기였다.
지동원(FC 아우크스부르크) 역시 전후반 90분 동안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오랜만의 국가대표팀에 복귀한 만큼 의지는 충만해보였다. 이 악문 그의 전반 모습에 한편으로는 이 경기에서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좌측 공격수로 나선 그에게 넘어간 빠른 패스에도 불구하고 한박자 늦은 판단에 공격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찬스라고 생각했던 공격 기회에서는 백패스만 보였으며 가끔 좌측 공간으로 넘어 온 킬패스는 허무한 센터링으로 무산시켰다.
지동원 제대로 된 슈팅 한번 날리지 못한채 90분 헛심을 켰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출전한 석현준(FC 포르투)은 큰 키와 체구를 자랑하며 스페인 수비스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가끔 석현준은 스페인 수비라인이 긴장할 만큼 제대로 된 몸싸움으로 공격 찬스를 만들기는 했지만 대부분 수비벽에 막혀 쓰러지기 일쑤였다.
더욱 후반 20분까지 5대0이라는 패배 상황에서 최전방 공격수의 악착스러운 볼 키핑과 몸싸움이 필요했지만 헐리우드 액션은 아니더라도 힘없이 쓰러지며 파울을 유도하려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리고 쓰러졌다면 다시 일어나 스페인 압박에 최선봉이 되어야 하는데 심판에게 하소연하기 일쑤였다.
다행히 후반 37분 이재성의 패스를 받은 주세종이 오른발 슈팅이 상대방 수비수의 몸에 맞고 골망을 흔들며 1골 만회로 체면치레했다. 경기 결과는 6대1 대패였다. 아니 참패였다.
이번 스페인전을 계기로 다시금 수비라인의 재점검이 필요하다. 우선 정신적인 자심감을 세워야 한다. 스페인의 후들거리는 클래스라면 100% 실력은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다만 평가전에서 문제점을 찾아 시스템화시켜야 하는데 자신감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한국 축구의 공격도 되돌아봐야 하는 시점이다. 무실점보다 분패를 하더라도 세계적인 대표팀들과 대등하고 화끈한 골과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 최선의 공격은 최고의 수비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한 골 먹으면 한 골 넣어야 하고 넣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앞으로 슈틸리케의 머리가 아프게 됐다. 한번의 실수가 팀 전체의 미치는 분위기를 되살릴 수 있는 동기부여를 수혈해야 하며 해외파의 공격 본능을 키울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미디어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