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서울고등법원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합병 거부 주주들에게 제시된 주식매수 청구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증시 전문가들은 법원의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민사35부(윤종구 부장판사)는 지난 2월 말 삼성물산 주식을 2.11% 보유한 일성신약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매수 청구 가격 결정’신청 사건에서 1심 결정을 뒤집어 “주식 가격을 주당 9368원 올린 6만6602원으로 한다”고 결정했다. 6만6602원을 합병설이 나오기 전인 2014년 12월 18일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재판부는 “합병 결의 무렵 삼성물산의 시장주가가 회사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당시 삼성물산 주가는 낮게, 제일모직 주가가 높게 형성돼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일가가 합병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특수한 사정이 고려돼야 한다”고 1심을 파기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확실한 증거도 없이 법원이 자의적으로 주식매수 청구 가격이 낮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15일 15만4000원으로 재상장된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데 의도적으로 주가를 내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삼성물산의 주가는 합병 재상장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일 장에서도 11만2000원까지 내리면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특히 건설부문이 여전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고 시중에서는 매각설마저 돌고 있는 형편이다. 해외건설 영업손실과 국내 주택부문 감소로삼성물산 건설부문의 1분기 영업손실은 4150억원에 달했다. 합병이 좀 더 늦었더라면 주식매수 청구권 가격은 더욱 낮아졌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합병 전 일부러 주가를 낮게 만들었다면 합병이후에는 삼성물산의 주가가 치솟아야 하는데 오히려 합병이후 주가가 30%가량이나 떨어졌다”며 “합병 당시에도 건설부문 경쟁력이 문제가 됐었고 지금도 주가가 건설부문의 빅배스(부실털기) 때문인데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췄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일 삼성 측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췄다면 법원이 의도적이라도 현재 주가를 올려주겠다는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에서 합병가액을 산정할 때 순자산가치(NAV)를 고려한다고는 하지만 이미 시세에 반영돼 있는 것이고 삼성물산은 자본시장법에 따랐을 뿐인데 이를 문제 삼는 건 말이 안된다”며 “합병설이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면 합병계획이 조금이라도 있는 주식은 모두 거래를 정지해야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금융당국 역시 “인위적인 주가 낮추기에 대한 증거가 없는 만큼 삼성물산 주식매수 청구 가격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법 상 합병가액 산업을 위한 기간인 1개월이 너무 짧다는 지적에 따라 15개 종목을 임의로 뽑아 주가를 결정하는 기간을 3개월, 6개월로 늘리는 등 기간을 바꾸며 합병 비율을 산정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주가 계산 기간이 길어지든 짧아지든 어느 한쪽이 항상 유리한 경우는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