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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에서]자살보험금 논란을 비트니 자살이라는 괴물이…

2016-06-02 13:07 | 정단비 기자 | 2234jung@mediapen.com

미디어펜 경제부 정단비 기자

[미디어펜=정단비 기자]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이 몇 년간 지속되고 있다. 한동안 잠잠해지는 듯 했지만 최근 대법원 판결을 기점으로 논란은 재점화돼 가열되는 모양새다.

자살보험금 논란의 발단은 생명보험사들이 지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판매했던 재해사망 특별계약 상품 약관에서 비롯됐다. 해당 약관에는 '가입 2년 후에는 자살 시에도 특약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되어 있었고 이 같은 사실은 뒤늦게 파악됐다.

생명보험사들은 이와 관련해 "약관은 실수에 의한 것이며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는 이유로 일반사망보험금만을 지급, 재해사망보험금은 지급을 하지 않으면서 미지급 논란으로 이어졌던 것.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명시했던 약관에 따라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고 보험사들의 행태를 꼬집으면서 미묘한 대립각이 세워졌다.

특히 지난달 12일 보험가입 후 2년이 경과한 자살과 관련해 보험회사가 판매한 재해사망특별약관에 기재된 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하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골은 더 깊어졌다.

보험사들은 이후 대법원 판결 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키로 했다. 하지만 보험금지급 사유가 생겼음에도 일정기간 청구를 하지 않으면 시효가 완성, 소멸되는 '소멸시효 건'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금감원은 소멸시효 기간 경과에 대한 민사적 판단을 이유로 자살보험금 지급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에서 민사상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금감원은 보험회사가 당초 약속한 보험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더욱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자살보험금 논란이 몇 년간 지속되고 있다. 한동안 잠잠해지는 듯 했지만 최근 대법원 판결을 기점으로 논란은 재점화돼 가열되는 모양새다./연합뉴스


물론 보험사는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고객의 '신뢰'를 먹고 사는 금융기관인 보험사가 약속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너무나 지당하다. 더구나 약관을 잘못 명시한 보험사의 '명백한'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를 인정하고 약관대로 지급해야한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재해사망보험금의 특성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일반보험금이 아닌 '자살'이라는 단어를 담고 있다.

보험사들이 주장했던 부분도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지급했을 때 발생될 수 있는 자살 조장 우려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으면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보험사기도 늘어난다. 절박한 상황에서 돈을 타내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그릇된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경기가 호황이라 누구나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면 비교적 이러한 우려가 불식될 수 있겠지만 현재는 지속되는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실적을 들여다보면 대다수 참담하다. 누구하나 "나 잘 나갑니다"하는 곳이 없다.

이 같은 상황에 자살보험금이 지급된다는 사실이 알려짐으로 인해 생계가 어려운 보험계약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초래하게 될 수도 있다. 이것은 단순 기우라고 보기는 힘들다.

올해 2월 현재까지 자살관련 미지급 보험금은 2980건으로 이 중 쟁점의 대상인 소멸시효 기간 경과건은 2314건이다. 수면에 드러난 계약 건은 2900여건이지만 문제의 약관이 담겨 유효한 계약 건은 무려 280만 건에 달할 정도로 아직 많은 계약들이 살아남아 있다.

만일 당국의 압박에 못이겨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했을 경우, 이 사례가 알려져 당시 계약자들에게 보험금을 타낼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짙다.

또 280만여건의 유효 계약 건 중 상당 부분 자살보험금과 관련한 지급 쓰나미가 밀려왔을 경우 보험사들은 대책없이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된다. 물론 만일이라는 가정아래다. 절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그럼에도 현실이 됐을 경우 앞으로 새 회계 기준을 도입해야 하는 보험사로서는 자산 건전성 리스크가 발생하게 된다. 더불어 보험금 지급으로 인해 보험료 인상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선량한 보험계약자들에게 역풍이 몰아칠 수 있다.

자살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베르테르 효과라는 괴물 현상이 나올 정도다. 수 많은 미디어를 통해 대리만족을 동경하던 사람들이 슬픔에 빠져 감정이입이 돼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회적 이슈로 확대될 수 있다. 더욱 보험금까지 받을 수 있다는데 베르테르 효과의 원인으로 부상할 수 있다.

특히 미성년자 일수록 자살이라는 악령과 멀어져야 한다. 보험을 통해 미성년자에게 해코지 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일례로 15세 미만에 미성년자의 사망보험 가입 제한 규정이 그것이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보험범죄'를 막기 위한 것. 최근 들어 보험범죄가 갈수록 흉폭해지면서 자해, 살인, 상해 등 보험금을 목적으로 고의 사고를 내는 강력범죄가 늘어났다.

자칫 미성년자들이 보험범죄에 노출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미지급 자살보험금이 지급됨으로 인해 번질 수 있는 자살 조장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묘책은 현재 없다. 보험사도 금융당국도 "자살 조장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만 말할뿐 부작용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나 뚜렷한 대응방안은 없는 것.

비록 '자살 조장 우려'가 보험사들의 미지급 보험금 지급을 피하기 위한 한 가지 '핑계' 수단일지라도 '자살'이라는 것은 사람의 목숨, 생명과 연계되어있는 만큼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펜=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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