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일베 조각상 논란과 박지원의 5·18 특별법
지난 1일 있었던 장면 하나. 서울 홍익대 정문 앞에 설치된 '일베' 상징 조형물이 타인에 의해 파괴됐다. (일베를 상징하는) 손가락 모양의 대형 조각상은 홍대 조소과 4학년 홍기하 씨가 학과의 ‘야외 환경조각전’에 과제로 출품한 작품이었다. 작품은 이달 20일까지 전시될 예정이었고, 작품명은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다'였다.
장면 둘. 국민의당은 이날 국회에서 소속 국회의원 38명의 전원 참여 및 박지원 원내대표의 대표발의로 ‘5·18민주화운동 특별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5·18특별법 개정안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식 공식기념곡으로 지정해 기념식에서 제창하도록 하는 내용과 ▲언론이나 각종 출판물, 인터넷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5·18운동을 비방·왜곡하거나 사실을 날조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삼고 있다.
이날 일어난 홍익대 일베 조각상 논란과 박지원 의원이 주도한 5·18 특별법 발의는 그 궤를 같이 한다. 일베에 대한 혐오감 및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폭력 말이다. 이는 각 사안을 개별적으로 보지 않는 전체주의, 집단주의 사고다. 일베 상징물이라면 모두 다 파괴되어야 하나.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는 편향적 댓글에게도 재갈을 물리겠다는 건가.
전체주의는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권력이나 법적 권리가 주어질 경우 생각이 다른 모든 조직과 사람들을 없애려 한다. 생각이 다른 이에게 관용이란 없다. 폭력이나 금전적 처벌로 그들을 제거한다. 전체주의는 항상 폭력을 수반한다.
일베가 나치와도 같아서 일베를 상징하는 조각상을 부수어야 하고, 5·18을 폄훼하는 그들의 입에 재갈을 물려야 한다? 전체주의 나치즘과 다를 바 없다./사진=YTN영상 캡처
홍대 조소과 학생의 일베 조각상을 파괴한 자나 5·18특별법을 통해 일베 유저들의 입을 봉하겠다는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법안 발의는 전체주의적이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 누군가 세월호 사고를 상징하는 노란리본 조형물을 때려 부수고, 어떤 어린 아이 가슴팍에 달려 있는 노란리본 배지를 뺏어서 버리면 어떨지 반문한다.
세월호든 5·18이든 성역은 없지만, 특별법을 발의한 박지원 대표에게는 5·18에 대해 왈가왈부 떠드는 것이 중세 유럽시대 신성모독에 해당하는 중죄인가 보다. 일베는 어중이떠중이 키보드 댓글러부터 전문직 종사자 등 별의별 전문가들이 모인 게시판이다. 세대를 가리지 않는 용광로 같은 사이버공간이다. 누가 어떻게 떠들든 그건 그 사람 개인의 몫이다.
박지원이든 누구에게든 마찬가지다. 일베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헌법가치를 위배해 헌법질서 파괴세력이라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이에 따른 법적 판단이 내려져서 일베가 폐쇄되지 않는 한 그들의 생각과 표현을 막을 순 없다. 참고로 헌법재판소의 방어적 민주주의 판단이 적용된 사례는 지난 2014년 해산된 통진당 뿐이다.
5·18 광주운동이 폄훼되는 게 두렵다면 일베가 제시하는 의혹과 팩트에 대해 명확히 반박하고 일각의 불신과 오해를 풀어나가야 한다. 인식과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주관적 사안에 대해 단순히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처벌하겠다는 박지원의 현실인식이 무섭다.
특별법을 발의한 박지원 대표에게는 광주 5·18에 대해 왈가왈부 떠드는 것이 중세 유럽시대 신성모독에 해당하는 중죄인가 보다./자료사진=박지원 의원 페이스북
홍대 앞 일베 상징물, 손가락 조각상을 박살 낸 ‘폭력’에 대해 환호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김대중이나 노무현 대통령 조각상을 누군가 부수어도 괜찮은가. 일베 조각상 파괴를 옹호하는 당신들의 논리는 과거 독일의 수많은 예술을 퇴폐예술이라며 짓밟았던 나치와 다를 바 없다.
일베가 나치와도 같아서 일베를 상징하는 조각상을 부수어야 하고, 5·18을 폄훼하는 그들의 입에 재갈을 물려야 한다? 이해할 줄 모르고 상대를 설득할 수 없으니 내 맘에 들지 않는 건 부수고 그 입에 재갈을 물려야겠다는 주장이다.
일베는 사회악이라고 부르짖는 당신들의 행동에서 유태인은 사회악이라고 외치던 나치 독일이 떠오른다. 일베가 나치인 게 아니라 당신이 나치다. 실체 없는 사회적 논란이나 혐오는 당신 개인 인식의 문제다. 지금은 2016년이다. 문화대혁명이 일어나기에는 시간이 흘렀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김규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