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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여교사 성폭행…우발·계획범죄의 문제가 아니다

2016-06-06 19:40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신안 20대 여교사 성폭행…도덕의 부재

20대 여교사가 학부형 등 마을 주민 3명으로부터 하룻밤 사이 성폭행을 당했다. 지난 달 22일 전남 신안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성폭행 피해자는 배를 타고 나가 목포경찰서에 신고했다.

가해자들은 당일 토요일 저녁, 식당을 찾아온 여교사를 발견하고 술을 마시게 한 뒤 술 취한 피해자를 바래다준다며 관사에 따라와 범행을 저질렀다. 목포경찰서는 유사강간 또는 준강간 혐의 등 여교사 성폭행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로 가해자들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이에 구속됐다. 이에 대해 가해자 2명은 성폭행 사실을 인정했지만 1명은 성폭행이 아닌 성추행을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가해자들이 의도적으로 피해자에게 술을 마시게 한 뒤 차례로 성폭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공모 여부 등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교사를 챙기기 위해서였다"라며 사전공모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여교사가 근무하는 학교에 초등학생 자녀를 맡긴 학부모면서 사건 발생 전 술자리가 벌어진 식당을 운영하는 A(49)씨는 술에 취한 피해자를 차에 태워 관사로 데려다주고서 일을 벌였다. B(35)씨는 식당에 놓고 온 휴대전화를 갖다 주려고 교사를 찾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관사로 간 C(39)씨는 "교사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챙겨보라는 A씨의 말을 듣고 관사로 갔다"고 진술했다.

20대 여교사가 학부형 등 마을 주민 3명으로부터 하룻밤 사이 성폭행을 당했다. 지난 달 22일 전남 신안군 한 섬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사진=연합뉴스TV 영상캡처



챙겨주려 했다? 인면수심이다. 챙겨주려고 자기네 마을 학교 선생님을 성폭행했다는 자에게서 죄의식을 찾아보긴 힘들다. 자신들 모두 우발적으로 했다는 가해자들의 주장에 아연실색할 뿐이다. 10대 20대 젊은 철부지들이 벌인 일도 아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 자식도 있는 사람들이 자기 아이가 다니는 학교 선생님을 유린한 것이다. 술을 먹여서 취하게 만든 뒤 말이다. 

담당 교육청은 사건 수습을 위해 나섰다. 전남교육청은 도서 지역 학교 관사들에 대한 안전실태점검에 나선다. 오는 7일에는 신안 지역 전 학교장이 참석하는 회의도 연다. 교육부는 추후 여교사들을 도서 벽지 지역에 가급적 신규 발령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런 이야기는 될 수 있으면 안 하죠. 주민들은 타격이 커요. 그런 일로 인해서 손님들이 안 오니까요."

이번 사건과 관련, KBS가 취재한 흑산도 한 주민의 말이다. 성폭행을 저지른 가해자나 취재에 응한 어떤 주민이나 '개인 도덕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준다. 군사부일체라는 옛 고사성어는 사치였다. 자식의 교사를 대상으로 학부형이 집단을 이루어 성폭행 공범이 되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죄를 덮어주려거나 괜히 시끄러워졌다며 눈살 찌푸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도 마찬가지다.

성범죄는 영혼을 죽이는 범죄다. 그만큼 피해자의 상처와 고통은 쉽게 아물지 않는다. 당장 피해자 여교사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을 보여 병가 후 병원 치료 중에 있다. 교단에 다시 설 수 있을지 여부를 떠나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분노조절장애나 자살 충동 등에 시달릴 수 있다. 이번 성폭행 가해자들을 절대 용서해선 안 되는 이유다.

섬과 뭍의 차이인지는 알 수 없다.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 인간의 도덕 관념이 여기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두달이라도 아이들을 가르치러 왔던 20대 여교사에게 감사의 마음만 표하면 되나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우발적이었다? 한명만 가해자였다면 우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3명이 연달아 했는데 우발적이라고 항변했던 그들에게서 짐승의 모습을 본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김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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