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햄버거 시장이 1~2인 가구 증가로 활황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싸고 간편하지만 건강과는 거리가 멀었던 기존 패스트푸드형 햄버거는 주춤하고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한 수제버거 전문점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식사대용식 수요가 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한 끼를 먹더라도 좋은 재료로 만든 건강한 음식을 먹고자 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는 소비자들이 수제버거로 옮겨가고 있는 이유로, 수제 햄버거 브랜드들이 웰빙형 외식 프랜차이즈로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주고 있다.
7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1998년 토종 수제버거 브랜드인 크라제버거가 론칭한 이후 대기업 계열의 수제버거 프랜차이즈가 크게 늘어났다.
대량 생산되는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와 달리 수제버거는 웰빙 건강식 열풍을 타고 신선한 야채, 직접 구운 빵, 일일이 갈아 만든 패티 등을 내세워 1조원 규모의 햄버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특히 수제버거는 일반 햄버거보다 2∼3배 비싼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치열해진 경쟁 속에 합리적 가격의 수제버거 제품들도 출시되고 있다.
국내 수제버거의 시초는 1998년 출범한 크라제버거. 서울 압구정동에 론칭한 이래 100여개까지 점포를 확대하는 등 성공을 거뒀다.
이어 2010년 9월 아워홈의 '버거헌터'가 분당에 첫 매장을 내고 크라제버거 이후 침체돼 있던 수제 햄버거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선도 역할을 했다. 현재 수도권에서 1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11년엔 신세계푸드의 '자니로켓', CJ푸드빌의 '빕스버거', 홈플러스의 '더버거', 매일유업의 '골든버거 리퍼블릭' 등 대기업 계열의 수제버거 프랜차이즈가 잇따라 론칭했다.
다음 해에는 일본의 수제버거 브랜드인 모스버거와 개그맨 정형돈이 차린 도니버거가 점포를 각각 세곳 내며 시장에 진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1~2인 가족의 증가로 간편식 시장이 확대되고 웰빙제품의 수요가 늘면서 수제버거가 현재 햄버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뉴욕의 명물 햄버거 체인인 ‘쉐이크쉑(Shake Shack, 쉑쉑버거)’의 국내 1호점이 서울 강남대로로 결정되면서 국내 수제버거 시장에서 '기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쉐이크쉑 본사와 한국 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SPC그룹은 지난달 23일 지하철 신논현역(9호선) 인근에 위치한 1호점 부지에 ‘호딩(Hoarding, 공사장 주위의 임시 가림막)’을 설치하고 시공에 들어갔다고 7일 밝혔다.
쉐이크쉑은 미국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 사업가인 대니 마이어(Danny Meyer)가 2001년 뉴욕의 메디슨 스퀘어 공원의 카트에서 시작한 버거 브랜다. 뉴욕의 유명한 레스토랑 ‘유니언스퀘어 카페’와 같은 파인 다이닝(Fine Dining, 최고급 식당)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런던, 도쿄, 이스탄불, 모스크바, 두바이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뉴욕의 명물 햄버거 체인인 쉐이크쉑(Shake Shack)의 국내 1호점이 서울 강남대로로 결정됐다./SPC
본사 메뉴와 큰 차이 없어
국내 1호점으로 강남대로가 최종 낙점된 이유는 서울의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이자 역동적인 지역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여 활기차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추구하는 쉐이크쉑의 브랜드 미션과 부합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쉐이크쉑 본사(Shake Shack Inc.) CEO 랜디 가루티(Randy Garutti)는 “서울의 에너지와 열정을 그대로 담고 있는 강남대로는 뉴욕 메디슨스퀘어파크 쉐이크쉑 본점의 활기찬 분위기를 재현해내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말했다.
강남대로점 오픈 시점은 올해 7~8월 여름시즌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메뉴는 본사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SPC 관계자는 “7~8월 여름시즌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강남대로점 외에 연내 추가로 매장을 오픈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다만 1호점 출점을 시작으로 오는 2025년까지 국내에 총 25개 매장을 오픈 할 계획”이라며 “메뉴는 미국과 큰 편차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쉐이크쉑 매장 공사는 고객들과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공사 시작부터 오픈 전까지 설치되는 호딩은 일반적인 공사 가림막이 아니라 매장 오픈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참여하는 공공예술 이벤트로서 쉐이크쉑만의 독특한 문화다.
지역사회 주민들이 참여해 벽화를 그리고, 씨앗이 담긴 화분을 설치해 꽃을 피워내는 등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고객들과의 접점을 넓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해당 국가 및 지역의 이미지와 특성에 맞는 아이디어와 예술성으로 새로운 매장을 열 때마다 전 세계 쉐이크쉑 팬들의 큰 호응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국내 쉐이크쉑 1호점 호딩 이벤트 테마는 “MEET UP, POWER UP(만나자, 힘내자)”으로 열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서울과 강남대로의 이미지에서 착안해 기획했다. 직육면체 블록을 쌓아 쉴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케이블을 비치한 휴식공간으로 만들어 휴대폰을 충전하듯 우리 모두 힘내자는 의미를 담았다.
쉐이크쉑 관계자는 “호딩 이벤트는 지역사회의 커뮤니티 문화를 만들고,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환대)’ 서비스를 추구하는 쉐이크쉑의 대표적인 이벤트”라며 “앞으로도 쉐이크쉑의 따뜻한 호스피탈리티 서비스를 적극 알리고 직원, 고객,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어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