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경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23주년을 맞았다.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잘 알려진 이 선언은 삼성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꼽히고 있다.
신경영 선언 후 23년이 지난 현재, 삼성은 2년 전부터 와병 중인 이 회장을 대신해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이 가운데 이 부회장은 아버지 이 회장과는 다른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이재용 체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신경영이란 이건희 회장이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전 계열사 사장단과 비서실 핵심 임원들을 불러놓고 "마누라와 자식만 빼놓고 다 바꾸자"고 발표한 것을 말한다. 당시 이 선언은 삼성그룹이 경영을 높이고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23주년을 맞았다.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잘 알려진 이 선언은 삼성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꼽히고 있다./연합뉴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 회장이 2년 넘게 병석에 있는 점을 고려, 신경영 23주년과 관련해 특별한 행사를 준비하지 않고 사내 인트라넷 싱글의 로그인 화면에 이 회장의 어록을 띄었다.
이날 싱글 화면에는 이 회장의 신경영 당시 어록 중 "변한다고, 변했다고 말만 하면 믿겠는가.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변화한다는 말도 필요 없다.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는 문구가 나왔다.
앞서 지난해에는 사내방송 SBC를 통해 '새로운 도전의 길, 신경영을 다시 읽다'란 주제의 특집 방송을 내보내며 변화와 혁신을 다짐하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삼성은 1998년 외환위기의 선제 대응과 새로운 도약, 2000년 디지털경영 선언과 디지털 산업의 주도권 획득, 2005년 밀라노 디자인회의와 소프트 경쟁력 확보, 2008년 스마트폰 등장과 세계 휴대폰 시장 1위 등극 등 신경영을 바탕으로 뛰어난 성과를 이뤄냈다.
삼성은 현재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선택과 집중'의 경영방침을 바탕으로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삼성의 사업재편 작업이다.
삼성은 2013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계열사간 사업재편이 진행됐다.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인수를 시작으로 삼성SDS의 삼성SNS 흡수합병, 에스원의 삼성에버랜드 건물관리사업 인수, 삼성에버랜드의 급식·식자재 사업 분리 등이 이어졌다.
2014년에는 삼성SDI와 제일모직 소재부문의 합병, 삼성종합화학-삼성석유화학 합병,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증시 상장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추진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신경영 선언 후 23년이 지난 현재, 삼성은 2년 전부터 와병 중인 이 회장을 대신해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연합뉴스
그해 11월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등 방산·화학 4개 계열사를 한화에 넘기는 '1차 빅딜', 2015년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성사됐고 석유화학 부문을 롯데에 넘기는 ‘2차 빅딜’이 진행됐다.
특히 지난주부터 뜨겁게 떠오른 삼성SDS 사업구조 개편도 현재 진행형이다. 삼성SDS는 글로벌 물류 경쟁력 강화 및 경영역량의 집중을 위해 물류사업 분할을 검토하고 나머지 사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사업재편 이외에도 삼성은 컬처혁신 스타트업(start up) 삼성 선포식을 개최하는 등 기업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3월24일 삼성전자는 스타트업 기업의 실행력과 소통문화를 조직 전반에 뿌리내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컬처혁신 선포는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 리더십‘이 물씬 나타나는 대목이다. 이 부회장은 국내외 출장을 다닐 때도 직접 가방을 들고 수행원 없이 혼자 다닐 때가 많을 정도로 격식을 따지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업무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 등 '3대 컬처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직급 단순화, 수평적 호칭, 선발형 승격, 성과형 보상 등 4가지 방향을 골자로 하는 '글로벌 인사혁신 로드맵'을 수립해 이르면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삼성의 기업문화인 '조직의 힘', '관리의 삼성' 대신 자율성과 창의적 사고를 새로운 가치로 삼겠다는 의지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을 진두지휘하면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이 회장의 신경영과는 다른 이 부회장만의 스타일로 삼성이 어떤 변화의 성과를 이뤄낼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미디어펜=이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