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20대국회도 '지각'…여야, 의장선출 놓고 무기한 신경전 돌입

2016-06-07 16:15 | 한기호 기자 | rlghdlfqjs@mediapen.com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국회의장단 선출 법정시한인 7일까지도 원내교섭단체 3당이 어느 당이 국회의장을 맡을 지조차 정하지 못한 채 기싸움만 벌이면서, 원 구성 협상이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협치'를 표방했던 20대 국회도 '위법'으로 시작할 전망이다. 국회 임기 개시 이후 7일 내에 임시회를 열고 국회의장을 선출, 첫 집회일 3일 내로 상임위원장단을 선출하도록 규정된 국회법이 개정 이래 22년째 지켜지지 않는 셈이다.

3당 원내지도부는 지난 5월30일 20대 국회 임기 시작과 함께 한자리에 모여 "쉬지 않고 협상해 법적 시한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뿐이었다. 결국 법정시한에 이르러서도 여야는 책임공방을 이어갔다.

최대 쟁점인 국회의장직을 놓고 4·13 총선 결과 집권여당이지만 원내 2당으로 내려앉은 새누리당과, 1당으로 올라선 더불어민주당은 한 치의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였다.

국회의장단 선출 법정시한인 7일까지도 원내교섭단체 3당이 어느 당이 국회의장을 맡을 지조차 정하지 못한 채 기싸움만 벌이면서, 원 구성 협상이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다.이에 따라 '협치'를 표방했던 20대 국회도 '위법'으로 시작할 전망이다./사진=미디어펜



이날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정진석 원내대표는 앞서 야권에서 거론된 국회의장단 자유투표와 관련, "여소야대의 상황이지만 야당이 표의 우위만을 믿고 여당을 압박하는, 의회주의에 대한 중대한 침해행위"라고 규정했다.

또한 지난 2일부터 의장직 사수로 돌아선 새누리당을 향해 야권에서 주장하는 '청와대 개입설'에 대해 "청와대를 물고 들어가야 (야당색이) 선명하다고 생각하는 낡은 행태가 도진 것"이라고 쏘아붙인 뒤 "지금 이 순간까지 새누리당 어떤 책임있는 당직자도 국회의장직을 (1당인) 더민주에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단 한차례도 밝힌 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같은 자리에서 "국민들은 누가 국회의장을 차지하든, 어떤 당이 어떤 상임위를 차지하는 가에 큰 관심이 없고 '일을 빨리 시작하라'는 게 국민들의 바람"이라며 "협상을 질질 끌 생각이 없다"고 밝힌 직후였지만, 결국 '여당 국회의장론'을 재확인하며 향후 '강 대 강' 대치도 불사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국민의당에서 법정시한을 지키자는 취지로 제안한, 자유투표에 의한 '선(先) 국회의장 선출, 후(後) 상임위원장 배분' 안에 대해서도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날 오전 MBC라디오에서 "(의장과 상임위원장 협상이) 연계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더민주는 이날 의원총회 결과 국민의당의 제안을 만장일치로 수용하면서, 전날 유감 표명과 함께 내려놓았던 의장 자유투표 카드를 다시 꺼내들고 대여(對與)압박에 나섰다. 

일견 '1당 국회의장론'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새누리당의 여당 국회의장론을 직접 반박하는 대신 야권의 수적 우세를 이용하는 동시에 '지각 개원'의 책임을 떠넘겨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의장만큼을 양보할 수 없다는 기조는 여전히 완강하다.

의총에선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제1당이 국회의장을 맡는 것은 상식"이라며 국민의당의 자유투표 제안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종성 김현미 심재권 김진표 송영길 김영진 설훈 김영호 의원 등 8명이 잇따라 국민의당 제안을 받자는 취지의 발언으로 찬성에 뜻을 모았다.

현직 대표의 반대에도 국민의당의 제안을 수용한 것은, 의장직을 자유투표에 부치더라도 자당 후보에게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변재일 더민주 정책위의장은 "국민의당 입장을 받으면, 국민의당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했다가 존속이 가능하겠느냐"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의총 내용 브리핑 직후 "여야가 (자유투표에) 합의하면 오늘 하루에라도 필요한 절차를 밟아 의장을 선출할 수 있다"며 "새로운 제안이 있었던 만큼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고민해서 답변을 줬으면 좋겠다"고 새누리당에 공을 넘겼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의장 선출을 서두를 생각을 일찍이 접은 모양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기자들에게 원 구성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 "오늘은 어렵지 않겠나"라며 "(과거에) 6월을 넘기고 그랬던 모양인데 이달 안으로는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협상 시한을 6월말까지로도 바라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연평도 어민들 중국어선 나포 관련 현안보고' 직후에도 두 야당이 의장 자유투표에 합의했다는 보도에 대해 "야권 공조에 의한 의장 선출이라고 하면 애매해진다"며 "언론을 통해 알았기 때문에 정확한 진의는 잘 모르겠다"고 의구심부터 드러냈다. 이날 중 3당 원내대표가 만나 제안 의도부터 파악해 볼 생각이라고도 했지만, 정작 회동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도읍 원내수석도 현안보고 직후 자유투표 제안에 대해 "의장선출은 관례대로 합의 하에 표결처리 하는 것"이라고 일축한 뒤 "공식적으로 연락받은 것이 없다. 어제(6일) 야당끼리 그렇게 안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박완주 더민주 수석에게 유감을 표했다. 

여기에 새누리당은 원 구성 이전 무소속 복당을 통한 '인위적인 1당 만들기'는 없다고 선언해 명분싸움에서조차 밀리지 않으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더민주의 경우 6선의 문희상·이석현·정세균, 5선의 박병석·원혜영 등 중진 의원들이 의장직 도전을 선언해 협상에서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제3당인 국민의당은 비록 의장직을 노릴 수는 없지만, '캐스팅보트'의 존재감을 극대화하려는 시도와 함께 실리챙기기에 부심하고 있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의장부터 선출하면 부의장 선출은 쉽게 이뤄질 수 있다"며 "그 다음에 상임위원장을 협상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 언급, '선 의장, 후 상임위' 순의 합의 도출을 제안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먼저 의장을 선출하고 다음날 부의장을 선출하면 된다"며 "오늘 오후 (새누리당·더민주) 원내대표들을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먼저 밝히기도 했다. 

이는 양당 대치 국면에서 제3당의 중재자 역할을 부각시키는 한편, 의장단 선출에서 1당인 더민주가 의장을 차지할 경우 야당몫 부의장을 국민의당이 차지할 수 있다는 현실적 계산이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결국 의장단 협상이라는 첫 단추조차 꿰지 못한 채 여야 간 운영위, 정무위, 기재위, 법사위, 예결위 등 핵심 상임위 논의도 공전 중이어서 원 구성이 얼마나 지연될 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의장단 무기명 자유투표를 보장한 국회법의 원칙을 여당은 관례를 들어 무시하고, 야당은 대여압박에 이용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에서 여야 공히 비판 대상이 될 만하다. 20대 국회에서 16년 만의 여소야대이자 20년 만의 3당 구도가 형성된 것이 협치를 유도하기 보단 셈법만 복잡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