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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배타적 사용권 등돌린 손보업계, 멀어진 '질적 경쟁'

2016-06-08 10:30 | 정단비 기자 | 2234jung@mediapen.com

미디어펜 경제부 정단비 기자

[미디어펜=정단비 기자] 금융권의 특허전쟁이라고 불리우는 배타적 사용권이 손해보험업계에서는 남의 얘기인 듯 하다.

배타적 사용권은 금융업계에서 상품에 대한 고유의 권리 선점을 위한 특허나 마찬가지다. 보험업계에서 신상품이 나오면 이와 유사한 아류작들이 우후죽순 쏟아지며 업계간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보험상품은 모두 비슷해 보이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자유경쟁 시대가 도래된 작금에 구태의연을 답습하는 모양새가 씁쓸하다.

구체적으로 배타적 사용권은 신상품 개발회사의 선발이익 보호를 위해 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에서 부여하는 일정기간 동안 다른 회사가 유사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하는 독점적 판매권한을 말한다.

그동안 배타적 사용권은 1~2개월 정도가 부여돼 즉시 모방이 가능하는 등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이에 금융당국에서는 지난해 10월 '보험산업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 보험상품 개발의 자율화 등 보험산업의 발전을 위한 방안들을 마련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신상품 개발이익 보호 협정을 개정해 지난 4월부터 최대 부여기간이 6개월에서 12개월로 확대하기도 했다.

이같은 기반이 마련되면서 보험사들의 배타적 사용권 획득을 위한 다양한 상품 개발을 위한 노력과 신청이 이어졌다. 하지만 볼멘소리가 나온다. 여전히 자동차보험의 배타적 사용권이라는 벽을 넘기는 어렵다는 것.

지난 7일 손해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는 동부화재의 '이동통신 단말장치 활용 안전운전 특별약관'과 현대해상의 '어린이 할인 자동차보험(만6세이하 자녀 할인 특약)'에 대해 배타적 사용권 여부를 심사했다.

동부화재가 SK텔레콤 T맵과 제휴해 스마트폰 네비게이션을 활용, 안전운전 점수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 받을 수 있도록 구성한 '이동통신 단말장치 활용 안전운전 특별약관'은 배타적 사용권 6개월을 획득하게 됐다. 

반면 현대해상이 어린 자녀가 있는 운전자일수록 안전운전을 하는 성향을 높인다는 점에서 착안해 만든 '어린이 할인 자동차보험'은 배타적 사용권 허들을 넘지 못했다.

현대해상은 자사의 어린이CI보험과 자동차보험의 빅데이터(Big Data)를 분석해 미취학 자녀가 있는 고객들의 교통사고 발생 위험도가 낮다는 점을 검증해 독자적으로 개발한 상품인 만큼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국 고배를 마셨다.

최근 보험사들이 기존의 자동차보험과는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신상품을 내놓는 등 열을 올리고 있지만 배타적 사용권 획득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미디어펜


동부화재의 배타적 사용권 획득도 순탄치 않았다. 동부화재는 이번 심사에 앞서 지난달 같은 상품으로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했지만 심의 결과 부결되면서 한차례 쓰라림을 맛봤다. 이달 재도전한 끝에 배타적 사용권을 얻게됐다. 같은 대상에 대해 심의회가 두차례에 걸쳐 'No'에서 'Yes'로 자신들의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동부화재와 현대해상에 앞서 지난 3월 KB손해보험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실적에 따라 할인해주는 'KB 자동차보험 대중교통이용할인특약'에 대해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했지만 획득하지 못한바 있다.

특히 자동차보험의 경우 배타적 사용권 획득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려워보인다. 

자동차보험의 배타적 사용권 획득 성적을 살펴보면 생명보험이 총 76여건의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것에 비해 손해보험은 배타적 사용권을 총 25건을 획득했다. 자동차보험 관련 부여건수는 이 가운데 단 1건에 불과하다. 배타적 사용권이 시행된 이래 14년간 현대해상의 '현대 Hicar Eco 자동차보험' 1건만이 통과됐던 것이다.

자동차보험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반드시 가입해야하는 '의무보험'으로 누구나 가입해야하는 만큼 그간은 독점적 지위 여부에 고심을 반복하다 배타적 사용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다른 보험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표준화돼 차별화하기 힘든 까닭이다.

또 업계간 견제도 걸림돌이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배타적 사용권을 심사하기 위한 신상품심의위원회에서 업계 심사위원수가 비록 3명에서 2명으로 축소했지만 여전히 견제장치가 작동되고 있다.

심의위원회의 구성원 중 유관기관의 정부 눈치보기도 배타적 사용권을 등돌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워낙 보험요율에 대해 견제가 심하기 때문에 자칫 찬성표를 들었다가 문제점이 발생된다면 여론의 후폭풍 맞을 수 있어 동참하기 쉽지 않다는 귀뜸이다.

업계간의 견제와 높은 허들은 업계 발전에는 도움이 될 수 없다. 독창적인 상품을 만들기 위한 보험사들의 의지를 꺾을 수 밖에 없다. 금융권의 보신 타개와 혁신을 모토로 한 무한경쟁 시대에 손보업계는 스스로 구태의 올가미 속에서 상품을 찍어내는 보험 공장으로 전락되고 말 것이다.

배타적 사용권을 다시 생각할 때다. 손보업계의 차별화된 신상품 개발을 독려하는 긍정적인 수단으로 작용되어야 한다. 천편일률적인 상품개발 틀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동기부여는 스스로의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소비자들은 안성맞춤인 보험상품 선택을 보장받을 수 있으며 보험사들은 신규 고객확보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더욱 신뢰를 먹고 사는 보험사들의 '진심'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펜=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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