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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게이트, 법조비리의 종합세트 척결 해법은?

2016-06-08 11:20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법조계의 고질적 폐단인 전관예우 문제가 다시 터졌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도박 사건의 수사·재판 관련, 두 거물급 전관 변호사가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로비를 벌인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관예우 논란이 확산되자 법조윤리협의회는 퇴직 후 2년이 안된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의 수임내역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그 동안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우리사회 논의는 뜨거웠다. 2011년 국회는 판검사가 퇴직 직전 근무지 사건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한 변호사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솜방망이식 과태료 처분에 그쳐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의 형사 사건 성공보수 약정에 대한 무효 판결이 나오자 전관예우 관행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으나, 이 또한 수임료 인상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전관예우 방지를 위해 실시한 서울중앙지법의 ‘형사합의부 재판부 재배당 정책’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전국 법원으로의 확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직 판검사는 전관의 청탁을 거절 못하고, 전문 법조브로커들은 점점 활개를 치고 있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8일 바른사회 회의실에서 ‘사법신뢰 추락시키는 전관예우, 어떻게 근절할 것인가’ 토론회를 갖고, 우리사회 전관예우를 척결할 근본 해결책 및 법조계 자정과 신뢰 확보를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패널로 나선 이관희 경찰대학 명예교수(대한법학교수회 명예회장)는 “검찰의 권한집중에 대한 견제로서 경찰수사의 독자성확립이 필요하다”며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일정부분 경쟁체제로 만들어야 검찰 독주를 막고 검찰에 과다한 로비가 불필요하게 되어 변호사 과다수임료 문제도 해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합의부 재판의 실질적 운영이 요구된다”며 “일본, 독일의 경우는 한국처럼 주심(부장)판사가 결코 전횡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래 글은 이관희 경찰대학 명예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정운호' 사건은 근본적인 법조개혁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100억원대 해외원정 도박혐의로 기소된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의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불거진 20억원 거액 수임료 논란 사건은 법조계의 검은 커넥션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대형 법조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정운호 대표의 구명로비는 법조비리의 종합세트 같다.

정 대표 측 브로커는 지난해 말 항소심 재판장인 부장판사와 저녁 술자리를 갖고 로비를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재판장은 다음날 법원에 재배당을 요청해 재판부가 바뀌었지만 판사와 브로커의 유착이 근절되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정 대표는 변호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8명의 실명이 적힌 메모지를 건네며 “더 이상 로비를 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고도 한다. 이 메모지에 현직 부장판사와 검사장 출신 변호사 등 유력 법조인들이 여럿 포함된 점도 전방위 로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00억원대 해외 원전 도박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0)가 작년 12월 실형을 선고 받았다./사진=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처



검찰 측 태도도 아리송하다. 1심에서 징역 3년을 구형한 검찰은 징역 1년이 선고되자 형량이 낮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그런데도 항소심에서는 이례적으로 1심보다 6개월 적은 2년6개월을 구형했다. 더구나 검찰은 정 대표의 보석신청에 대해 사실상 보석으로 풀어줘도 상관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에도 보이지 않는 구명로비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정 대표 측의 구명로비를 폭로한 변호사는 다른 사건에서 과다수임료를 받고 불법적 전관예우인 ‘전화 변론’을 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성공보수금 뒷거래는 물론 법조 브로커 개입, 재판부 접대 및 사건 청탁, 선임계 없는 전화 변론까지 법조계 비리의 모든 유형이 한꺼번에 쏟아진 셈이다. 1999년과 2006년 등 사법부와 검찰은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전관예우 폐지 등 재판과 수사의 투명성 보장 대책을 내놓았지만 별로 달라지지 않은 실상이 확인됐다. 따라서 여기에서 근본적인 두 가지 대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검찰의 권한집중에 대한 견제로서 경찰수사의 독자성확립이다. 즉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기 전까지는 경찰은 당연히 검사의 지휘없이 독자적으로 수사결론을 내어야 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정식영장 전의 체포장은 일본에서처럼 경찰도 독자적으로 법원에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일정부분 경쟁체제로 만들어야 검찰의 독주를 막고 검찰에 과다한 로비가 불필요하게 되어 변호사 과다수임료 문제도 해결된다고 본다. 그리고 경찰과 검찰의 합리적인 수사경쟁체제에서 합리적인 수사절차와 공정한 수사결론이 나옴은 물론이다. 그로써 경찰도 책임수사로써 획기적 발전을 가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합의부 재판의 실질적운영이다. 일본, 독일의 경우는 중요한 사건은 5인, 7인 합의부도 있고 3인 합의부도 실질적으로 합의하고,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주심(부장)판사가 결코 전횡하지 않는다. 좌배석, 우배석 판사와 실질적으로 합의해야 주심판사의 전횡을 막을 수 있고 그로써 변호사 등의 과다한 로비가 없어지게 된다.

얼마전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회원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는데 “전관예우가 존재하느냐”는 문항에 80% 이상이 “그렇다” 는 답변이 있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법조 스스로도 재판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법원은 지금부터라도 합의부 재판이 실질적인 합의재판이 되도록 인사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검찰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자료사진=미디어펜



지금 우리 대법원은 2011년 이후 년간 3만 6천여건 이상을 12명의 대법관들이 처리하고 있다. 하급심 특히 합의부재판이 부실하다 보니 상소가 폭주하게 되는 결과이고, 4명의 3개 합의부 대법원 재판도 부실하게 되는 결정적 이유이다. 끝으로 소위 G7 선진국은 모든 검사, 법관들이 정년 내지 종신까지 근무하고 퇴직 후 변호사를 하지 않도록 사법제도가 운영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그러한 분위기가 정착되어 전관예우를 근절해야 할 것이다. /이관희 경찰대학 명예교수, 대한법학교수회 명예회장

[이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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