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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북한 인민반장은 주민들 '씀씀이' 보고에 혈안

2016-06-10 06:00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올해 초 비무장지대에서 남한의 대북 확성기방송이 시작되자 북한 전역에서 인민반회의가 긴급하게 열렸다. 인민반장이 관할 주민들을 소집한 것으로 이 회의에서 인민반장은 “한국 방송에 현혹되지 말고 모든 주민들은 각성하라”며 탈북 경계령을 내렸다고 한다.
 
지난달 6일 북한은 7차 당대회를 앞두고 ‘70일 전투’를 벌이고 각종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을 노력동원하고 사상무장 시켰다. 이 기간 북한에서는 음주는 물론 회갑연과 결혼식까지 금지시켰다. 그런데도 한 시 인민위원회 책임부원이 집에서 생일잔치를 열고 녹화기를 틀어놓고 춤추고 노래하다가 인민반장의 신고로 보위부와 보안서의 조사를 받는 일이 있었다. 

북한에서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에도 술을 마시거나 오락을 한 간부들이 대거 적발돼 처벌받았다. 

위의 사례는 모두 북한에서 인민반장이 주민들을 감시하고 신고해 벌어진 사건들로 대북소식통들에 의해 알려졌다. 
  
북한의 사회통제는 당과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등 권력기관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 주민들과 가장 근접 거리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인민반장’이 있다. 언제든 관할 지역 내 세대를 방문할 수 있고, 여러 형편을 살피거나 직접 조사할 수도 있으며, 주민들을 노력동원 시킬 때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공포스럽다.

평균 30세대씩 한 인민반 단위로 나뉘어져서 거리 청소 등에 노력동원 되고, 경조사 때 축의금이나 부의금을 인민반 단위로 거두어 잔치를 치르는 등 인민반은 북한의 최말단 행동 보조조직으로 이해되고 있다. 

하지만 인민반에는 주민들을 직접 감시하고 지도하는 인민반장과 세대주반장, 위생반장이 있으며, 아무도 존재를 모르는 보위부와 보안부 요원 가구가 일반 주민으로 위장해 인민반마다 소속 세대로 포함돼 있다. 

북한이 이달 초 36년만에 7차 당대회를 열기 위해 '70일 전투'를 실시해 매일 새벽 4시에 출근시켜 사상교육을 할 수 있었던 것이나 곧바로 '200일 전투'를 실시해 평양시 군중대회를 열 수 있었던 것도 평소 인민반 단위의 감시체제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올해 두 번째 속도전 사업인 '200일 전투'를 위한 평양시 군중대회를 1일 김일성광장에서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자료사진=연합뉴스



이 때문에 매일 동사무소로 출근하는 인민반장을 주민들은 ‘공개된 스파이’로 부른다. 인민반은 동네잔치를 함께 열고, 노력동원에 단체로 참가하는 것을 넘어서서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단위인 것이다.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9일 북한 인민반과 인민반장에 대해 1973년 폐지된 ‘5호담당제’보다 감시하는 주민 관할단위가 커진데다 주요 임무도 달라졌다고 전했다.

“이전 5호담당제가 주민들의 언행을 살피고 사상을 감시했다면 지금 인민반장은 주로 주민들의 씀씀이를 감시한다”고 했다. 

“북한의 모든 지역의 인민반장은 전원 여성으로 이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관할 구역을 돌면서 어느 집의 세대주가 출근을 잘 하는지, 그 아내가 장마당에서 무엇을 팔아서 얼마를 남기는지, 어느 집에서 무슨 잔치가 벌어졌는지, 어느 집 밥상에 어떤 요리가 올라가는지 등을 자연스럽게 파악하는 활동을 한다.” 

소식통은 특히 “어느 세대에서 수입보다 지출이 큰 경우 엄정 감시 대상이 되는 것으로 인민반장이 파악한 주민들의 씀씀이는 곧바로 당과 보위부, 보안부에 동시에 통보된다”고 했다. 

가령 평양시 주민이 인민반장의 신고로 비리가 적발될 경우 평양시 추방도 가능할 정도로 권력이 대단하다. 이런 까닭에 평소 인민반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뇌물을 상납하는 주민들도 많다. 반면, 인민반장 중에는 지역에서 형편이 넉넉한 세대에서 더 많은 돈을 거두어 형편이 어려운 세대를 돕는 ‘마음 좋은’ 인민반장도 있다.
 
1년 365일을 오로지 관할 구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직장 출퇴근 상황과 직장 외 돈벌이 활동, 수입 대 지출 현황, 세대를 방문하는 사람들, 경조사를 치르는 규모 등을 감시하고 일일이 기록해서 동사무소에 보고하는 활동을 하는 인민반장은 매달 쌀 600g에 1200원씩을 받는다. 이들은 인민위원회에 소속된 동사무소에 출근하며, 동사무소는 한 구 혹은 군 단위로 10~15개 있다. 

북한에서 인민반장의 역할이 돈 씀씀이 뒷조사로 바뀐 것은 장마당이 성행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여진다. 국영기업이나 국가기관, 협동농장 등 공식적으로 소속된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부업을 하는 주민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비공식경제 비중이 높아진 상황에서 북한 당국도 이런 현상을 눈감아 주는 대신 뇌물을 받아서 재정 수입원으로 삼고 있다.

시장경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북한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는 공식 경제활동이 아니니까 세금을 거두는 대신 당국이 주도하는 뇌물 관행이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위로는 부패의 일반화가 가속되는 북한에서 인민반장들이 주민들의 씀씀이 감시에 혈안이 되고 있는 이유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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