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재현 기자] #민원인 A는 업무와 무관하게 00보험 콜센터에 전화해 여성상담원에게 "00해봤어?", "00좀 줘"라고 말하는 등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발언을 하고 전화를 바로 끊는 방법으로 여성상담원들을 괴롭히고 상담업무를 방해했다. 이 피해상담원은 정신적 충격을 받아 정신과 치료와 상담을 병행했다. A는 성폭력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해 지난 1월 2심 법원에서 징역 8월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을 선고 받았다.
#민원인 B는 00카드 콜센터에 전화해 여성상담원들에게 다짜고짜 "이 XX야, XX해 버린다", "어제 XX했다며?"라고 말하는 등 심각한 수준의 성희롱과 협박성 발언을 반복했다. 피해상담원 중 일부는 심리상담 진행 중 일부는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 B는 성폭력특별법 위반 및 업무방행 혐의로 고발해 불구속 입건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13일 감정노동자 보호 관련 법률 시행을 앞두고 우리은행 콜센터 상담현장을 방문하면서 고객응대직원 보호조치 마련상황을 점검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했다./미디어펜 자료
도를 넘는 악성 민원인들로 인해 금융민원담당자들이 받는 육체적, 정신적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상습적인 욕설, 폭언을 비롯해 폭행, 성희롱까지 발생하고 있지만 고객 응대의 특수성 때문에 제대로 된 방어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2013~2014년 실시된 국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고객대면 업무 근로자의 81%가 고객으로부터 욕설 등 폭언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50% 이상은 우울증상이 의심되는 결과로 조사됐다.
다행히 감정노동자(고객응대직원)에 대한 금융회사의 보호조치 의무 조항이 신설된 '은행법' 등 5개 금융관련 법률이 이달 말 시행될 예정이어서 최소한의 법적 보호 장치는 마련됐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는 30일 고객응대직원에 대한 금융회사의 보호조치 의무 조항이 신설된 '은행법' 등 5개 금융관련 법률이 시행된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지원 요청시 해당 고객으로부터 분리 및 담당자 교체 △직원에 대한 치료 및 상담지원 △직원을 위한 상시 고충처리기구의 설치 또는 전담 고충처리위원의 선임·위촉 등이다.
만일 금융회사가 고객응대직업 보호조치 의무를 위반하면 1000~3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하지만 악성민원에 대한 고충은 여전하다. 더구나 보호대상 직원의 경우 도급업체 직원이 대두분이고 수익에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보호조치 마련에 미온적일 수 있다.
이날 진웅섭 금감원장은 감정노동자 보호 관련 법률 시행을 앞두고 성수동에 위치한 우리은행 콜센터를 방문해 '고객응대직원 현장간담회'를 개최했다. 직원 보호조치 마련 상황을 점검하고 직원들의 애로·건의사항을 청취했다.
진 금감원장은 특별민원 대응 사례를 소개하면서 "다수 소비자의 권익을 보다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극소수의 문제행동 민원인으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지난 2월 특별민원대응팀을 신설하고 4월 특별민원선정위원회 설치 등 악성민원에 대한 직원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금감원은 2차례에 걸쳐 특별민원선정위원회를 열고 악성 민원인 2명을 선정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일례로 151회에 걸쳐 반복적인 민원을 낸 A씨는 국내 한 은행이 부모의 주택담보대출 서류를 위조해 대출금을 가로챘다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확인한 결과 자신이 부모와 직접 방문해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이에 굴하지 않고 법원 소송을 냈다. 원래 민원 내용이 아닌 은행이 자신이 받은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잘못 산정해 손해를 봤다고 민원 사실을 뒤바꿨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이 일부 타당하다고 보고 이자를 일부 돌려주도록 판결했다. 하지만 A씨의 민원은 그치지 않았다. 주택담보대출 명의도용 등을 주장하며 모두 63차례에 걸쳐 민원을 반복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선정된 악성 민원인의 특징은 반복적인 민원으로서 횟수만 하더라도 각각 63회, 151회다"라며 "특별민원선정위원회를 통해 2명의 악성민원인은 관련 부서가 아닌 특별민원대응팀의 맡아 전담관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특수성 때문에 민원담당자들이 적극 대응하지 못하면 더 심각한 악성민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서울시의 지난 2014년 2월 악성민원 고강도대책 시행이후 악성민원 전화가 일평균 31건에서 2.3건으로 92.5% 감소했다. 악성 민원에 상응하는 최선의 대응만이 떼법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금감원은 성희롱, 욕설·폭언, 업무방해 등 누구라도 악성이라고 판단되는 민원인은 법적 조치를 할 방침이다.
하지만 5명의 전담팀 인원으로 악성 민원이 얼마나 늘어날지 몰라 고민이다. 또 앞으로 금감원 내 대부업 민원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악성 민원 증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금감원은 앞으로 금융회사의 보호조치가 감정노동자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운영현황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미디어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