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북한의 잇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국제사회가 유래없는 강력한 대북제재로 응수하고 있다. 북한 핵개발의 자금줄 차단은 물론 인권실상 고발과 대북지원의 손길을 끊고 있다. 대북제재가 강력해진 만큼 북한은 자금줄 확보를 위해 해외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있다. 견디다 못한 북한 해외 노동자의 탈북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북한 내부 실상은 더 심각하다. '70일 전투', '200일 전투' 등 경제건설 현장에 대대적인 주민들이 동원되고 있다. 현대판 노예나 다를 바 없는 노동력 착취의 현장이자 인권불모지대다. 김정은 집권 후 피의 숙청에 이은 또 다른 공포 정치다.
이것이 북한의 자화상이다. 최소한의 인간이면 누려야 할 권리와 자유가 박탈된 곳. 탈북자가 늘어나는 이유다. 지난 4월 중국 닝보의 식당에서 근무하던 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해 국내에 입국했다. 최근에는 중국 산시성 소재 북한식당에서 탈출한 여성 종업원 3명이 뒤를 이었다. 점차 탈북자 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집단 탈북해 국내에 입국한 이들은 정보기관의 주도하에 수사기관과 통일부가 참여하는 합동조사를 받는다. 탈북자들의 인적사항과 탈북경위 등을 조사하는데 일반적으로 2~3개월이 소요된다. 합동조사를 마치면 하나원에 입소해 남한 사회 정착에 필요한 교육을 받는다. 이 기간 동안 탈북자와 탈북자 가족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외부인 면담은 물론 신원공개를 않는다.
이런 원칙을 깨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민변)이 탈북자들의 자발적인 입국이 맞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과 관련해 민변은 지난달 인신보호 구제 청구를 제기했다. 인신보호구제 청구는 위법한 행정처분이나 타의에 의해 부당하게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원에 석방을 요청하는 것이다.
민변이 탈북자들의 자발적인 입국이 맞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초 중국 저장성 닝보에 있는 북한식당에서 종업원 13명이 집단으로 탈북해 입북하는 모습./사진=통일부 제공
서울중앙지법은 이를 받아들여 오는 21일 북한 식당 종업원 12명에 대한 인신보호구제심사청구 심문을 하기로 하고, 국정원에 이들이 법정에 나올 수 있도록 출석 명령 소환장을 최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국내 보호센터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를 불러 입국 동기와 보호시설 체류의 적법성을 따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민변측은 15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탈북자들이 국내에 들어오면 최장 180일 동안 그 안(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수용돼 조사를 받을 수 있다"며 "외부의 감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감금조사'가 문제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민변의 주장과 법원의 출석 요구에 반발한 탈북자 단체 대표들은 16일 민변에 공개토론을 요청하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군 출신 탈북자들로 이루어진 '북한인민해방전선'을 중심으로 한 '탈북민단체연합' 소속 탈북자들은 민변이 김정은 정권의 편에 서서 탈북민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강력 성토했다.
이들 단체는 민변의 용북행위에 공동대응으로 맞설 것을 결의하고 '민변은 대한민국의 변호사단체인가, 김정은 정권의 대변단체인가'라는 공개질의서를 민변에 보냈다.
공개질의에 앞서 이들 단체는 집단탈북자글의 법원 출석 요구와 관련 "이들이 해외에서 생활하며
한국 TV, 드라마나 영화,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실상과 북한 체제선전의 허구성을 알게 됐으며, 탈북을 결심했다"며 "'자유의사에 따른 것'임을 극구 밝혔음에도 벌어진 일"이라며 개탄했다.
이어 "지난달 14일 센터의 탈북자들을 만나본 박영식 인권보호관(대한변호사협회 추천)은 12명 탈북자들이 '민변을 만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북에 있는 가족들을 걱정해, 어떤 식으로든 신분이 노출되는 걸 반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언론에 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민변에 보낸 질의서에서 ▲민변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를 감옥으로 확신하는가? ▲ '서경아 사망'설이 사실이 아닐 경우 법적, 도덕적 책임질 자신은 있는가? ▲탈북자들이 민변을 만날 의사가 없다는데도 한사코 저들의 의사를 외면하는 대신 대한민국의 안보와 사법체제를 흔들고 있는 이유를 밝히라며 공개토론을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이들 단체는 "대한민국 법원과 국정원이 더 이상 북한독재정권의 입장만 대변하는 민변의 계략에 놀아나지 말아야 하며, 북한식당종업원 12명을 본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법정에 세우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는 것을 3만 탈북민들의 이름으로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변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부 측 관계자는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의 귀순은 전적으로 그들의 자유의사에 따른 것"이며 "인신구제청구 재판서부의 출석 요청과 관련 당사자 12명은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여 신원이 노출될 수 있는 법원 출석을 원치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입국하여 정착 과정에 있는 상황에서 외부인과의 면담은 부적절하며 탈북민들도 민변의 접견 신청에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며 "정부는 탈북민의 입국 사실을 확인하되 신변 안전 등을 감안하여 구체적인 사항을 공개하지 않는 입장을 견지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탈북민의 법정 출두라는 이해 못할 행보에 민변과 법원을 향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누리꾼들은 "민변은 탈북자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특히 탈북자와 탈북자 가족들의 생명을 책임질 수 없으면서 무책임하게 일 벌인다" "그들의 사상이 의심스럽다. 어줍지 않은 민족과 인권 명분으로 하는 짓은 김정은의 이중대. 평소에는 북한 인권에 대해 한마디 발언도 못하면서…" 등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디 'odb…'는 "민변이 언제 부터 북한의 인권에 관심가졌나 아니면 무슨 의도로 국가정보원의 정보 활동을 방해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북한의 가족들은 철저의 북한의 지시에 움직인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데 왜 민변은 모르것인지 알면서도 북한의 편에서 움직인다는 인상을 준다 정보원은 북한과 또 하나의 적 민변과 싸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북한은 최근 탈북한 여종업원 3명의 사진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납치라고 주장하며 대남비방 공세를 높이고 있다. 북한 대남 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에 "괴뢰국정원의 지령에 따라 이번 유인납치만행을 감행한 깡패들"이라고 몰아붙이며 "우리 주민들을 남조선으로 유인납치해 가는 비열한 모든 책동을 즉각 중단하고 끌어간 우리 인원 모두를 지체 없이 돌려보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