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고이란 기자] 세계 조선소 기준 수주잔량 상위권에 한국 조선업계가 상위권에 이름올린 가운데 국내 조선소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선주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18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가 발간한 ‘세계 조선소 모니터’ 6월호에 따르면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의 수주잔량은 지난달 말 기준 747만8000CGT(표준화물선 환산t수, 111척)로 전 세계 조선소 가운데 가장 많았다.
2위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439만7000CGT, 81척)이며, 3위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433만5000CGT, 91척)로 나타났다.
(왼쪽부터) 스타브로스 리바노스, 조지 리바노스 회장, 정기선 총괄부문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사진=현대중공업
경영위기를 맞은 국내 조선업계는 불황에도 아직 버틸 체력이 남아있음을 증명했다. 이러한 역량은 국내 조선소가 선주와의 오랜 우정을 이어온 것과 연관 깊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3일 울산 본사에서 15만9000톤급 원유운반선 2척의 명명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그리스 선엔터프라이즈(Sun Enterprises LTD.)사의 조지 리바노스(George Livanos, 82세) 회장이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리바노스 회장은 40여년 전인 1971년, 유조선 설계도면과 백사장 사진, 축척 5만분의 1 지도만 가지고 자신을 찾아온 정주영 창업자에게 유조선 2척을 발주하며, 현대중공업이 오늘날 세계 최대 조선소로 기틀을 다질 수 있도록 도와준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라바노스 회장은 바쁜 일정과 고령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을 직접 찾아 정기선 총괄부문장과 리바노스 회장, 아들 스타브로스 리바노스와 오찬을 함께했다.
현대중공업은 이 자리에서 정 총괄부문장의 할아버지인 정주영 창업자에 대한 추억을 나누고, 앞으로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가자는 데 뜻을 모으며 3대를 이은 우정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정 총괄부문장은 “창업자를 향한 리바노스 회장의 믿음이 오늘날의 현대중공업을 만들었다”며 “현재 글로벌 경기 침체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는 최고의 선박으로 그 믿음에 보답하며 앞으로도 끈끈한 관계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엔터프라이즈사는 현대중공업과 첫 호선 계약을 인연으로 지금까지 15척의 원유운반선을 발주했으며, 리바노스 회장은 총 11번의 명명식 중 8번의 행사에 직접 참석할 정도로 현대중공업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리바노스 회장은 “40여년 전 나를 찾아와 ‘반드시 좋은 배를 만들어내겠다’던 정주영 회장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한다. 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고, 몇 년 뒤 최고의 선박으로 그 약속을 지켰다. 비록 지금은 한국을 비롯해 모든 조선․해운시장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이 고비를 넘기면 반드시 좋은 날이 찾아올 것이다”고 말했다.
선주와의 오랜 인연은 수주절벽에 처한 국내 조선업계에 잇따른 수주 낭보로 이어졌다.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국제 조선‧해운 박람회(포시도니아) 2016’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이 수주 소식을 전한 것.
대우조선해양은 그리스 안젤리쿠시스 그룹 산하 마란가스(Maran Gas Maritime)사와 마란탱커스(Maran Tankers Management)사로부터 액화천연가스운반선 2척, 초대형원유운반선 2척을 각각 수주했다. 선박의 총 계약 규모는 약 5억8000만 달러 규모다.
안젤리쿠시스 그룹은 지난 1994년 대우조선해양과의 첫 거래 이후 이번 계약까지 총 88척의 선박을 발주했다. 현재 총 21척의 안젤리쿠시스 그룹 선박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와 루마니아 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다.
안젤리쿠시스 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던 지난해에도 초대형원유운반선 6척,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2척 등 총 8척의 선박을 발주해 대우조선해양에 신뢰를 보여줬다.
성동조선해양도 그리스 차코스(Tsakos)사와 7만5000톤급 정유운반선 4척(옵션 2척 포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약 1억7000만 달러 규모다.
세계 10대 탱커선사인 차코스사와 성동조선해양은 지난 2006년부터 10년에 걸쳐 원유 및 정유 운반선 등 총 15척의 선박에 대한 계약을 진행해 오며 오랜 파트너십을 유지해 왔다.
[미디어펜=고이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