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으로 인한 검찰 수사에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몰렸다.
계열사들이 잇따라 압수수색을 당했고 17일에는 채정병 롯데카드 사장이 검찰에 소환됐다.
이 와중에 비자금 조성 창구로 지목된 롯데케미칼의 허수영 사장은 몸소 나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검찰과 맞서 눈길을 끌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검찰 수사 내용에 대해 공식 해명하고 반박한 것은 처음이다. 그것도 수사 중인 와중에 당당히 검찰에 맞선 모양새다.
허 사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화학원료 수입 과정에서 일본 롯데물산과 롯데상사를 거래에 끼워 넣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업상 필요에 따라 일본 롯데물산을 이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외환위기로 한국의 금리가 치솟으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웠을 때 일본 롯데물산의 신용도를 이용해 신용장을 개설하고 싼 이자에 돈을 대출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비자금 조성 루트로 꼽힌 해외 트레이더 A사에 대해서도 거래 규모를 고려할 때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2013년 청산한 홍콩법인을 통한 비자금 형성 의혹에는 “홍콩법인은 롯데케미칼이 글로벌 사업에 강한 의지를 갖고 설립한 것이지 비자금 조성 등을 위해 만든 페이퍼 컴퍼니(유령 회사)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허 사장은 검찰 쪽에 피의사실이나 수사 상황이 언론에 너무 많이 노출된다는 불만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허 사장은 이번 검찰 수사로 미국 화학회사 액시올에 대한 인수합병(M&A) 무산, 주가 하락 등 이미 현실화한 타격 외에 추가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허 사장은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에 현지시간으로 14일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열린 에탄분해설비(ECC) 및 에틸렌글리콜(EG) 합작사업 기공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검찰은 허 사장과 롯데케미칼의 반발에 "해명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허 사장은 1974년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1976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했다. 이후 2007년 롯데대산유화, 2008년 케이피케미칼, 2012년 호남석유화학 대표이사직을 거쳐 그해 12월부터 지금까지 롯데케미칼 대표직을 역임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으로 사실상 그룹의 화학산업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올 초 인수한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 삼성BP화학(현 롯데BP화학), 삼성SDI 케미칼사업부(현 롯데첨단소재) 등 삼성 출신 직원들의 동요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