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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 말뫼의 눈물 전철 작정했나

2016-06-19 07:00 | 이서영 기자 | mediapen@mediapen.com
현대중공업 노조가 기어코 파업수순에 돌입했다. 지난 17일 대의원들이 쟁의발생을 결의한 것. 국내최대 노조원을 갖고 있는 현대차와의 연대투쟁도 불사하기로 한 것도 현대중공업에 심각한 주름살을 주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최악의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시점에서 파업을 벌이기로 한 것은 어불성설이다. 회사는 백척간두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데 노조는 나몰라라 하면서 회사를 더욱 수렁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금 생사를 걸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경비절감, 재무구조 개선에 올인중이다.

회사가 처한 상황을 보면 도저히 도크의 작업라인을 세우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노조가 해도 너무 한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회사가 어려울수록 위기타개를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 노조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몫만 챙기면 된다는 이기주의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노조의 요구사항은 비상경영 상황에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다. 기본급 9만 원 인상에다, 노조 사외이사 추천권 보장, 퇴사자 만큼 신규채용, 조합원 해외연수 지원 등이다. 사외이사 추천권을 인정해 달라는 것은 회사의 경영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주주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횡포다.인력 감축만큼 새로 채용하라는 요구도 구조조정을 무력화시킬 뿐이다.

노조의 파업 명분은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것이다. 난파위기를 겪고있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선 인력 축소와 재무구조 개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회사는 지난 3년간 매년 조단위 적자를 기록했다. 2014년 한해 3분기까지 무려 3조2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13년 4분기부터 9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였다. 누적적자가 5조 원에 육박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대의원들이 지난 17일 쟁의발생을 결의하며 기어코 파업수순에 돌입했다. 노조가 최악의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시점에서 파업을 벌이기로 한 것은 내 몫만 챙기면 된다는 이기주의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권오갑 사장은 2014년 9월 사장에 취임한 후 월급을 한푼도 받지 않고 노력 봉사중이다. 회사가 천문학적 적자로 고전하는 데 최고경영자가 어떻게 월급을 받을 수 있느냐며 경영정상화에 올인 중이다.

더욱 큰 문제가 회사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수주절벽이다. 일감을 따지 못하는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시황이 극심한 침체에 빠지면서 선박발주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간헐적으로 나온 물량도 중국이 싹쓸이 하고 있다. 수주잔량은 호황기인 2008년 1443만CGT에서 올들어 450만CGT로 급감했다. 올들어 수주실적도 추락했다. 5월말까지 수주량은 32억2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5%나 급감했다.

세계 최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으로선 앞날이 캄캄한 상황이다. 도크에 일감이 없어 근로자들이 일손을 놓아야 하는 위기가 올 수 있다.

회사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면 노사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회사는 노조원이 아닌 사무직 3000여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중이다. 임원과 간부에 대한 대규모 해고도 단행했다. 급여반납도 했다. 노조만 무풍지대로 남아 있겠다며 반발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물론 현대중공업은 올 1분기 간신히 흑자로 전환했다. 영업이익 3200억 원을 낸 것. 2013년 3분기 이후 10분기만의 적자 수렁에서 벗어났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인력감축 및 경비절감, 재무구조 개선 등이 효과를 보았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수주가 워낙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크가 비어가는 현상을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마른 수건도 짜야 한다.

노조가 회사의 어려움을 나몰라라 하고, 도덕적 해이에 빠지는 것은 게도 구럭도 놓치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거부한다면 말뫼의 눈물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말뫼의 눈물은 2003년 스웨덴 코쿰스조선사의 대형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현대중공업이 인수한 사건을 말한다. 스웨덴 국영방송은 당시 코쿰스 크레인이 해체돼 바지선에 실려 현대중공업으로 팔려가는 것을 생중계했다. 방송 중 장송곡이 흘러나왔다. 스웨덴 국민들은 눈물을 흘렸다.

코쿰스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사온 현대중공업이 조만간 중국 조선사에 울산 도크의 대형 크레인을 1달러에 매각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말뫼의 눈물을 초래한 한국의 골리앗이 이번엔 중국의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비극이 실현될 가능성은 경영정상화여부에 달려있다. 노조는 지금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의 발목을 잡으면 안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법인세를 거의 내지 못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한국제조업을 상징해온 현대중공업이 한국경제의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대우조선도 대규모 분식회계로 지난 수년간 10조 원 이상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도 대규모 구조조정과 경비절감, 재무개선으로 수주절벽을 타개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선3사 모두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사 맏형이다. 대규모 적자를 가장 먼저 기록했다. 조선업 위기 탈출도 맏형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노조는 회사의 비상사태에 눈감지 말아야 한다. 노조가 지금처럼 구조조정을 거부하고, 회사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노조의 요구사항은 터무니없다. 깜깜한 망망대해에서 태풍을 만난 회사를 살릴 생각은 안하고, 과도한 복지요구를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노조의 요구는 회사가 매년 수조 원의 흑자를 기록할 때나 가능한 것이다.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된다. 노조는 기득권 이기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회사를 일단 살린 다음에 복지요구를 해야 한다. 구조조정도 전혀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회사 생존을 더욱 어렵게 한다.

노조는 사측과 함께 구조조정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사측과 함께 수주절벽을 타개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삼성중공업 노조는 선주를 상대로 수주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회사가 지금처럼 수렁에서 허덕이면 경영정상화는 더욱 멀어진다. 주가가 회복될 가능성도 더욱 멀어진다. 한창 잘 나갈 때 50만 원하던 주가는 10만 원대로 추락했다.

노조는 회사측과 사생결단의 각오로 손을 잡아야 한다. 대외적인 악재가 커지면 모두가 똘똘 뭉쳐서 이겨내야 한다. 말뫼의 눈물이 울산의 눈물로 이전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현대중공업이 정상화돼야 한국제조업이 다시금 희망이 생긴다. 다시금 수주에 힘을 쏟고, 재무구조개선과 구조조정으로 체력을 길러야 한다. 노조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노조가 이성적 판단을 하길 바란다. 노사 모두 세계 1위라는 명성과 영광은 잠시 내려놓고 현대중공업의 미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현대중공업노조가 현대차 노조와 연대투쟁을 벌이려는 것도 당장 중단해야 한다. 민노총이 최대 노조원을 보유한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을 연대투쟁에 끌어들이는 것은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다. 울산경제를 그로키 상태로 몰아갈 수 있다. 현대중공업과 상관없는 현대차노조를 물귀신작전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은 자동차 조선산업의 대외신인도 추락, 생산차질, 협력업체 피해 확산, 수출차질 등 일파만파의 파장을 가져올 뿐이다.

[미디어펜=이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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