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새 정치'와 위기 대응 능력이 또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김수민 의원의 리베이트 의혹으로 촉발된 사건이 검찰 수사로 비화됐지만 안철수 대표의 미적지근한 대응이 화를 불렀다. 김수민 의혹은 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비례대표제 폐지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비례대표제가 사표를 방지하고 전문성을 살리자는 취지를 벗어나 '금수저'의 에스컬레이터로, 국민을 생각하기보다 당 대표에 대한 맹목적 충성으로 변질되면서 그동안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왔다. 특히 공천헌금 문제로 사퇴한 친박연대 비례대표 양정례 전 의원, 새누리당의 현영희 전 의원 등의 사례도 심각함을 보여준 사례다.
비례대표는 그동안 헌법 제1조 2항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이며, 헌법 제8조 2항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규정과도 맞지 않아 대한민국 헌법의 근간을 흔드는 위헌적 정치행위로 지목되어 왔다.
국민의당이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철수 대표의 안이한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수민 의원은 1986년생이다. 20대 국회 최연소 의원이며 20대 국회에서 3명에 불과한 40세 미만 청년 의원이다. 숙명여자대학교 교내 디자인 동아리인 '브랜드호텔'을 광고홍보전문 벤처기업으로 이끈 벤처인으로 '허니버터칩' 디자인에 참여해 유명세를 탔다. 김 의원의 아버지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건설업체 오너이기도 하다.
이러한 출신배경 탓에 금수저 논란에 휩싸이면서 일찌감치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말 그대로 '정치 신인'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정치권과는 연이 없었다. 4·13총선을 1달여 앞둔 3월 3일 안철수 대표는 직접 김 의원이 대표로 있는 디자인업체 '브랜드호텔'에 방문했다.
평소 청년 벤처기업에 호감을 갖고 있던 안 대표는 눈도장을 찍게 된다. 이후 김 의원의 브랜드호텔은 국민의당 로고, 홍보물을 맡게 된다. 이와 더불어 김 의원은 당선권인 비례 7번을 '깜짝 배정' 받았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깜짝 등장 과정이 이번 리베이트 의혹의 불씨를 당긴 셈이다.
김수민 의혹과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는 사람은 안철수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박선숙 의원과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이다. 박준영 의원의 공천헌금 수수 의혹에 안철수 대표의 측근깢 리베이트 의혹에 휘말리면서 '새 정치'를 표방했던 국민의당까지 여론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지고 사흘뒤에야 지지율 추락과 여론이 심상치 않자 안철수 대표가 나섰다. 지난 10일 안철수 대표는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를 받았지만, 사실관계를 적극적·객관적으로 확인하겠다"며 "만에 하나 문제가 있다면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당은 의혹을 일절 부인하며 "공천헌금이 언급될 시 명예훼손 여부도 검토하겠다"며 강경함을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계약과정과 표절 의혹 등이 드러나면서 사태는 확전일로를 걸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안철수 대표는 20일 최고위 회의에서 입을 뗐다. 안 대표는 이날 김수민 의원이 연루된 불법 정치자금 수수 및 밀실 공천 의혹과 관련 "수사 결과에 만에 하나 문제가 있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헌당규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셀프 면죄부' 논란과 관련해서는 "내부 진상조사단을 꾸린 것은 사실관계를 적극 확인하고 문제가 있다면 책임지기 위함이었다"고 해명하며 "이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당에서도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열흘전의 발언과 내용에서 별 차이가 없다며 안이한 대응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도 '관행'을 들먹인 국민의당 태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한국디자인기업협회는 이날 성명서에서 "리베이트가 업계 관행이라는 주장에서 정당한 용역의 대가라는 표현으로 혼란을 주는 것은 디자인산업계로 문제를 떠넘기려는 비겁한 의도"라며 "이번 논란으로 인해 디자인산업계 전체가 공분을 느끼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철수 대표가 법적인 문제를 떠나 도적적 문제에 책임지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위기관리 능력이나 정치력의 부재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는 '리베이트, 관행, 갑질, 밀실공천' 등 구태정치의 민낯을 '새 정치'를 표방한 국민의당이 고스란히 재연한 것이나 다름없다. 안철수의 새 정치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