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울산광역시와 경남 거제시의 경기는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두 도시 모두에서 원화 예금 잔액이 줄고 대출은 느는 반면 실업률 또한 증가 추세로 접어든 것이다. 특히 지난달 경남지역 실업률은 3.7%를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1.2%p나 상승했다. 이와 같은 상승폭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경남지역 경기 부진으로 최근 부활하는 듯했던 저축은행 수익성에 다시 적신호가 켜졌다. /연합뉴스
금융권은 경기 악화를 가장 먼저 체감하게 되는 만큼 경남지역 은행들의 상황도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퇴직연금 지급건이 증가하거나 생활자금 용도의 대출상담이 급증하는 패턴을 보이면서 금융권의 수익성 악화를 예고하고 있다.
제2금융권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특히 신용 6~8등급 대상 '중금리 대출' 시장을 맡고 있는 저축은행의 경우 해당 지역에 특화된 관계형 금융을 지향하면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구조조정 파도가 워낙 거세게 밀려와 마땅히 손을 쓰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구조조정 사태가 들이닥치기 전까지 최근 저축은행의 지표는 괜찮아 보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7월부터 12월간 국내 저축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3781억 원 수준으로 1805억 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976억 원이나 증가했다. 대출금 증가로 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난 데 기인한 실적이었다.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도 각각 9.3%, 10.2%를 기록해 작년 6월말 대비 각각 2.3%p, 2.2%p 하락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13년 말에는 21.7%, 2014년 말에는 15.7%까지 도달한 적도 있다.
올해 1분기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79곳의 올해 1분기 잠정 순이익은 2326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무려 73.2%나 증가했다. 역시 대출금 증가로 이자이익이 증가한 덕을 봤다는 분석이다. 저축은행 흑자는 7분기 째 연속되고 있다.
저축은행들의 실적과 건전성 지표가 나아진 것은 2011년 대규모 영업정지 사태를 경험한 이후 감독당국의 '저축은행 솎아내기'가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감독당국은 '저축은행 자산 클린화'를 위한 부실채권 감축계획을 추진함에 따라 부실채권을 10% 수준으로 대폭 정리했다.
도심에 몰려 있는 제1금융권과의 경쟁을 피해 저축은행이 특화할 수 있는 '관계형금융'에 매진하는 것도 저축은행의 대표적인 전략 중 하나다. 관계형 금융이란 경제지표와 데이터만으로는 알 수 없는 정성적 정보들과 해당 지역 특유의 노하우를 금융에 활용하는 방식을 뜻한다.
저축은행들의 상황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아직은 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윤창의 금융감독원 저축은행감독국장은 "경남지역 중심으로 구조조정 여파가 거셀 것으로 보이지만 우선은 모니터링에 치중하고 있다"면서 "저축은행들이 구조조정 해당 대기업들에 직접 여신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 만큼 파급효과를 중심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남지역 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악화되면서 저축은행들의 특성이자 강점인 '관계형 금융'은 고스란히 저축은행들의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부산‧영남 지역에 특화된 영업을 하고 있는 A저축은행 담당자의 경우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빠르게 악화됐다"고 언급했다. "관계형 금융이라는 게 좋게 보면 관계형 금융이지만 다르게 보면 상환이 힘든 분들에게 리스크를 감수하고 대출을 해 드리는 것"이라며 "이미 관계형 금융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털어놨다.
같은 지역 B저축은행의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대기업 하청업체 등 소규모 기업 여신 부분에서 연체가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도 이런데 대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의 여파는 상당히 거셀 것으로 각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향후 전망조차 좋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감독당국이 제1금융권과 2금융권 공히 강조하고 있는 중금리 대출시장 활성화의 경우 저축은행들이 본의 아니게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남지역 C저축은행 담당자는 "저축은행의 경우 인지도 측면에서 카드사나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회사보다 불리한 조건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면서 "다른 업체들에서 중금리 대출상품을 내놓으면 경쟁이 심화돼 저축은행 수익성에는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