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재현 기자] 조선·해운 구조조정 여파로 충당금 쇼크를 맞은 농협은행에 대한 경영악화 우려가 높아지고 가운데 농협은행은 탈출구 모색을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같은 우려와 달리 농협측은 올해 말까지 충당금 적립 후에도 흑자 결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2일 농협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조선·해운업체에 물린 돈은 5조2000억원에 달한다. 농협은행은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결정에 따라 67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하며 성동조선 마저 상황이 악화될 경우 올해 최대 2조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실정이다.
조선·해운업계의 구조조정 여파는 고스란히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농협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233억원으로 전년보다 64.2% 감소했다. 이자이익은 1조52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4% 늘었다. 수수료 이익은 743억원(6.8%) 감소했다. 순이자마진은 1.84%로 전년 같은기간과 견줘 0.19%p, 전분기보다 0.10%p 감소했다.
조선·해운 구조조정 여파로 충당금 쇼크를 맞은 농협은행에 대한 경영악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농협은행은 올해 말가지 충당금 적립 후에도 흑자 결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연합뉴스
당기순익 하락은 조선·해운업의 충당금 적립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농협은행은 올해 초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실적 향상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한달 전 신응환 농협카드 분사장을 중심으로 재무전문가 25명으로 구성된 경영혁신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건전성제고 TF, 수익성제고TF, 조직강화TF 등 위기극복 TF들이 가동 중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한달 전부터 신응환 농협카드 분사장을 중심으로 매일 일보를 받고 있으며 이경섭 농협은행장이 직접 챙기며 위기극복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외부의 경영악화 우려와 달리 농협은행은 연초부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대한 충격을 대비해 왔으며 비상경영체제를 통해 올해 말 흑자 결산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농협은행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여신이 정상에서 요주의로 하향 조정한다고 가정하면 농협은행은 올 상반기 1조30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예년 상반기 충당금 규모가 보통 5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빅배스(대규모 부실을 한번에 처리하는 기법)를 올해 안에 진행하는 셈이다.
농협은행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일시적인 경영 어려움일 뿐 올해 말 경영 실적은 정상화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우선 상반기 1조30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한다해도 핵심 경영지표는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6월말(추정치) 자기자본(BIS) 비율은 14.0%,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97%,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은 103.8% 등을 기록할 예정이다. 올해 말 예측하면 각각 14.1%, 1.60%, 106.9%로 금융감독원의 제시한 등급을 상회한 수치를 보인다.
작년 말 농협은행의 충전영업이익은 1조8000억원으로 연간 평균 1조9000억원에서 2조원 가량이다. 이미 조선해운업의 대손비용을 마련하고 명칭사용료 3000억원을 빼게 되면 올해 말 100~200억원의 손익이 나온다는 계산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여신 등급을 요주의로 내릴 것을 가정한다해도 충전이익은 1조7000억원 가량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4000억원 가량의 선수금환급보증(RG) 기간이 남아있는 STX조선의 경우 내년 만료된다. 또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RG는 1조3000억원 규모로 올해 4000억원, 내년 2500억원, 내후년 4500억원 만료되기 때문에 RG 부담이 줄어든다.
대규모 충당금 적립으로 올 상반기 적자 결산이 불가피하지만 경영 여건이 개선되면서 정상적인 경영 실적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
농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흑자 결산과 금융지주 내 타 계열사 수익을 통해 지역 농축협에 대한 배당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자본 적정성에 있어서 필요시 증자하거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금 확충도 가능하도"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익성 하락을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하고 있고 부실채권을 정리하면 오히려 재무 건전성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장기 전망등급을 안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에 대한 국제신용등급(5월말 현재)을 보면 무디스와 S&P, Fith이 부여한 등급은 각각 A1, A, A- 등이다.
농협은행은 상반기 대규모 충당금 적립은 큰 부담으로 작용되지만 실적 부진을 야기한 충당금 문제를 해소하는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고정이하여신 규모도 올해말까지 3조원 수준으로 낮아지게 되고 조선·해운업에 대한 익스포저도 약 4조9000억원으로 감축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대규모 충당금 적립으로 인한 경영 악화 여론이 부담이다. 실제 영업지점 현장에서 고객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으며 타 은행에서 이를 이용해 고객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부실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조기경보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산업분석, 여신심사, 감리 기능을 강화하는 등 시스템을 정비했다"면서 "고객께서는 안심하시고 농협은행을 믿고 맡기셔도 된다"고 당부했다.
[미디어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