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경 기자]삼성그룹의 새만금 투자 계획이 무산됐다. 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삼성은 미래 신성장 동력을 위한 가능성을 두고 과감한 새만금 투자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역대 정권에서 새만금 개발계획의 틀을 수시로 바꾸는 바람에 미래 사업 투자에 뛰어들기가 힘들어졌다.
지난 21일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은 공식적으로 “삼성그룹이 2011년 당시 투자를 결정했던 풍력발전과 태양전지 사업은 사업성 부족으로 철수한 상태라고 답해왔다”고 발표했다.
삼성그룹이 2011년 당시 투자를 결정했던 풍력발전과 태양전지 사업은 사업성 부족으로 철수한 상태다./연합뉴스
이 청장은 그러면서 “이는 삼성그룹의 공식 입장이며 삼성이 새로운 투자계획이 있을 경우 새만금에 투자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새만금 투자 업무협약(MOU) 자체를 백지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앞서 삼성은 전북도에 “내수 부진과 세계 경기침체 등으로 새만금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며 입장을 전했다.
삼성은 2011년 국무총리실, 농림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 전북도와 맺은 협약을 통해 2021년∼2040년 총 7조6000억 원을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부지에 투자해 풍력과 태양전지, 연료전지 등을 포함한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구축하겠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1차로 2021년~2025년 7조6000억원을 투자해 풍력발전기, 태양전지 생산기지, 그린에너지 연구개발(R&D) 센터 등을 구축하기로 했다.
당시 전북도는 2, 3단계 투자까지 순조롭게 이뤄지면 투자 규모가 20조원을 능가하고 2만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14년 돌연 새만금특별법이 개정됐다. 변경된 내용에 따라 토지이용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용지가 삭제됐다. 삼성은 에너지사업을 투자하겠다고 결정했는데 신재생에너지 용지와 관련된 부분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사실 삼성이 새만금에 투자하려면 그에 합당한 조건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 용지가 삭제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현재 새만금 사업의 상황을 보면 공장 설립과 같은 투자를 할 수 있는 기반시설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새만금이 간척지임을 감안한다면 수년 전부터 면밀한 준비 작업이 필요했던 것이다.
투자양해각서 체결 당시에도 일각에서는 의문의 목소리가 나왔다. 투자계획이 발표된 시점에서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이전을 놓고 경남과 전북이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LH를 경남으로 일괄 이전하는 대신 삼성이 새만금에 투자하도록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은 종종 정치권의 희생자가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업을 사유화하고 남용하는 일부 정치권들 때문이다. 정치권은 삼성이 새만금 투자 철수를 결정한 데 따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삼성의 새만금 투자 철수로 인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군산시의회와 김제시의회, 전북도공무원노동조합연맹, 한국노총전북본부 등이 잇따라 성명을 내고 진실 규명과 투자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에 대해 “대기업의 사회적·윤리적 책임에 비춰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투자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비롯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경고한다.
삼성은 자선단체가 아니라 기업인 점을 감안할 때 신규 사업을 구상하고 검토·투자해 미래 사업으로 키워나가야 한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다. 긴 시간동안 새만금 투자에 대해 고민해왔고 사업성을 두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세부적인 투자계획의 밑그림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삼성을 향해 ‘윤리적 책임으로 투자 철회를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다소 억지스럽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새만금은 시화호 수준의 수질악화, 내부 매립토 확보의 어려움, 더딘 개발 속도, 외해역 해양환경악화 등 여러 장벽에 가로막혀 왔던 게 사실이다.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큰 기대를 걸었던 전북도민의 실망감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실망감이 크다고 해서 삼성을 먼저 비난하기에 앞서 새만금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이 우선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펜=이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