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지난 24일(한국시간) 영국 국민들이 'EU 탈퇴'에 더 많은 표를 던짐으로써 브렉시트(Brexit)가 현실로 다가왔다. 브렉시트가 EU 붕괴를 가속화 시키고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견해가 제기된 가운데 영국의 선택에도 이유가 있다는 견해가 양립하고 있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영국에서 치러진 EU 잔류‧탈퇴를 묻는 국민투표 개표 결과 382개 개표센터에서 탈퇴(Leave) 51.9%, 잔류(Remain) 48.1%로 표가 갈려 결국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쪽으로 결론 났다.
결과를 세부적으로 보면 잉글랜드‧웨일즈 지역에서는 탈퇴 비율이 높았고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지역에서는 '잔류' 의견이 우세했다. 브렉시트 찬성 배경으로는 보수적인 노년층의 적극적 투표, 집권 보수당과 야권 노동당의 '잔류' 설득 미진, 반(反)이민 정서 제고 등이 꼽혔다.
국제금융센터 김위대 유럽팀장은 "금융지표는 단기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양상을 보이겠지만 EU와의 협상 재개가 시작될 경우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단 하반기 중 유럽경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에 미칠 여파에 대해서 김 팀장은 "시장지표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확대돼 경제심리 둔화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으나 수출‧FDI 익스포져 등은 크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투표 이후에도 브렉시트 문제는 최소 2년간 유럽 사회를 뒤흔들 전망이다. 영국의 탈퇴 사실이 확정됐더라도 리스본 조약(Article 50)에 따라 최소 2년간의 시간을 두고 EU와 협상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협상기간은 2년보다 훨씬 길어질 수도 있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개표 완료 직후 사의를 표명해 영국 정치의 향방도 상당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 이후 '국제금융의 중심지'라는 명성을 지켜온 영국의 입지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개봉한 영화의 제목인 '런던 해즈 폴른(London has fallen)'을 인용하면서 "런던의 입지가 예전 같지 않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브렉시트 결정에 대해서는 독일과 함께 유럽 연합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왔던 영국이 스스로 왕좌에서 내려온 '자살'적 결정이라고 보는 시각과 중산층 국민들이 실리를 선택한 '새로운 도전'으로 보는 관점이 병존한다.
한 국제정치전문가는 마가렛 대처 전 수상의 저서 국가경영(Statecraft)를 인용하면서 "영국 보수주의자들은 애초부터 EU에 회의적이었다"면서 "특히 전통적인 영국 보수주의자들의 시각에서는 현재 EU 집행부가 지나치게 관료주의‧사민주의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관점에 입각해 당장의 '혼란'을 감수하더라도 보수주의적 유권자들이 EU 탈퇴를 감행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리적인 측면에서도 영국인들은 현재 EU에 '돈 내는 만큼 받지는 못하는' 상황에 큰 불만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영국은 작년 한 해 EU에 180억 파운드(한화 30조원)의 분담금을 부담했다. 여기에 난민 수용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중산층 민심이 '탈퇴' 쪽으로 모아졌다는 결론이다.
바다 건너 EU의 격변이 한국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 격변‧장기적 안정'으로 정리되는 모양새다.
하나금융투자 소재용 연구위원은 이번 결과에 대해 "국내 금융시장에도 단기적으로는 충격이 불가피하다"면서 "코스피지수가 1850까지 급락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유럽계 자금 이탈과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1250원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으며 3분기 중 1170~1300원을 중심으로 등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영국에 대해서는 "관세 부담과 투자 심리 위축 등으로 경기후퇴 진입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장기적으로는 안정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여유가 없어져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지적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브렉시트보다 미국 금리 인상 여부가 한국에 더 중요한 변수인데 미국 금리 인상이 지연될 수 있어 한국경제 회복에 약간의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새누리당 경제통 김종석 의원 역시 "세계 경제에 악재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한국 외환‧주식시장의 혼란은 다소 과도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일단 한국은행은 호흡을 조절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금리정책에 대해 견해를 표명할 시점은 아니라는 생각"이라면서 "내달 14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의 시각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직후 2차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한 뒤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6일 오후 2시에는 부총재 주재로 종합점검회의를 개최하며 27일 오전 8시에도 브렉시트에 관한 제3차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연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