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삼촌지설(三寸之舌)은 세 치 혀를 뜻한다. 의역을 하자면 뛰어난 말재주를 이른다. 삼인성호(三人成虎)는 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는 뜻이다. 즉 거짓말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참말로 믿기 쉽다는 의미다.
요즘 TV조선 '강적들'을 보면 딱 들어맞는 말이다. 패널들 거개가 삼촌지설의 최고봉들이다. 그런데 이것이 화근이다. 더 센 것을 찾아, 더 짜릿함을 찾아 마구 뱉어내는 배설의 해방구로 치닫고 있다. 말의 격이 없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찌라시'성 얘기도 거침없이 뱉어낸다. 추측성 발언과 인신모독성 발언이 아슬아슬 줄타기를 한다. 이들의 입심을 보고 있자면 언변의 화려함과 함께 잘못 걸려들면 사람 하나 우습게 만드는 건 식은 죽 먹기다. 말의 격과 함께 프로그램의 격도 없어지고 있다.
이봉규의 박유천 성폭행 의혹 관련 발언이 송중기·박보검으로 확산되면서 파문을 낳고 잇다./사진=TV조선 '강적들' 캡처
지난달 29일 TV조선 '강적들'에서는 박유천 사건을 둘러싼 황당한 발언들이 포털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며 인터넷 공간을 달궜다. 발단은 이봉규의 속칭 '봉규통신'. 이봉규는 박유천 사건 당시 한류스타 동석설을 주장했다. 더구나 '지라시'에도 안 나오는 이야기라며 자랑스럽게. 이후 동석자로 송중기, 박보검이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현재 송중기 박보검 소속사측은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박유천 연루설에 휩싸인 송중기 박보검은 하루 종일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구며 거론됐다. 시청자들의 질타가 쏟아졌고 ‘강적들’ 게시판에도 비난 글이 쇄도했다.
이들의 발언이 더욱 황당한 건 송중기·박보검 연루설에 불을 지폈을뿐 아니라 박유천 사건 음모설 주장이다. 이들의 음모설에는 홍상수·김민희 불륜설도 등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한번 보자.
이봉규의 말 요지다. 룸살롱 혼자 가는 경우는 없다. 어머어마한 한류스타 A, B가 동석했다. 박유천 파트너가 동석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두자 화가 난 박유천이 파트너를 화장실로 데려가 성폭행했다. 뭐 대충 이런 얘기다. A, B로 지목된 이들은 송중기, 박보검으로 이후 실명까지 거론되면 파문이 커졌다.
이날 함께 출연한 함익병은 박유천 성폭행 의혹 사건과 홍상수-김민희 불륜 스캔들을 정부와 여당이 잘못을 덮기 위해 퍼트렸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더민주당과 관련해서 서영교 의원의 가족 보좌관 채용 논란이 사그라 들었으니 음모론의 주체일 수도 있고,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의 리베이트 사건 역시 언론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으니 국민의당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박유천 사건으로 서울 메트로 사건이 덮였으니 이득은 박원순 시장이 봤다고 했다.
이봉규는 또 김민희와 불륜설로 논란에 휘말린 홍상수에 대해 "이건 진짜 사랑이다. 편 들어주고 싶다"며 "부인은 헤어져주지도 않고 이혼도 안 시켜준다. 국회선진화법으로 발목 잡는 것과 똑같다"고 말해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한편 1일에는 '바른언론연대'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과 관련 지난 6월 15일 방송된 TV조선 '강적들'이 허위 거짓 음해라며 성명서 발표와 함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와 중징계를 요청했다.
성명서에서 이들은 "경찰 출신 국회의원 표창원을 앞세워 사건 자체를 거짓으로 브리핑한 뒤, 패널들을 내세워 윤창중 개인을 마음껏 인신공격 음해해 놓고도 최소한의 정정조차 하지 않는다"며 "프로그램 폐지 수준의 중징계를 내릴 것을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표창원, 함익병은 물론 사회자 박종진, 패널 이준석까지 가세 온갖 인신공격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종편 출범 후 토크 프로그램에 대한 무분별한 패널문제로 입방아에 오른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전문성 부족으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하지만 지양보다는 점점 선정적이고 선동적으로 가고 있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점점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찌라시급' 혀 놀림에, 올려지는 당사자는 물론 모든 시청자들까지 피해자라는 점이다. 그리고 결국 그 칼은 자신의 몸을 겨누게 된다는 사실이다. 혀는 몸을 베는 칼이라는 설참신도(舌斬身刀)를 한번쯤 되새겼으면 한다. 삼사일언(三思一言)은 고사하고 일사일언(一思一言)이라도 했으면 한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