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남 대한항공 노조위원장이 급여 인상 쟁의와중에 제주도 갈치 낚시를 한 이규남 대한항공 노조위원장의 사진이 SNS 블라인드에 올라와 노조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블라인드 이미지 캡쳐.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전시에 지휘관이 취미생활을 하러 가는 게 말이 됩니까?"
대한항공 노노(勞勞)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사측과 협상테이블을 거절하고 연평균 5000만원 상당의 급여 인상 관련 쟁의행위와 더불어 사측에 대한 세무조사 청원 추진까지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규남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의 낚시 삼매경 사진 하나로 노조간 분란의 불씨를 당기고 있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 폐쇄형 SNS인 '블라인드'의 대한항공 계정에 조종사 중 한 명으로 보이는 '너무합니다'라는 아이디의 직원은 미소를 띄고 양 손에 갈치를 들고 있는 이 위원장의 사진이 올려져 있는 제주 갈치낚시 어선의 카페 홈페이지 링크를 게시했다.
'직장인 전용 SNS'라는 컨셉으로 첫 선을 보인 '블라인드'는 개설된 회사의 직원만 인증을 받아 이용할 수 있는 폐쇄형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다.
이 위원장이 낚시를 하러 간 날짜는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청원하겠다고 밝히고 노조원들을 독려하기 시작하는 등 쟁의행위가 한참 불 붙기 시작하던 지난달 18일이었으며, 사진은 다음 날인 19일에 게시됐다.
'열받아서 화가 가라앉지 않네요'라는 제목의 해당 게시물을 올린 직원은 "단결해야 한다고 시키는 대로 열심히 투쟁했건만, 누구는 놀러 다니느라 신나셨네요"라며 "정말 우리를 위해서 이러시는 건가요"라며 이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에 실망감을 표출했다.
이어 그는 "이런 중요한 시기에 낚시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더 이상 위원장님에 대한 믿음과 존경심이 나오지 않는다"며 "위원장님의 해 맑은 표정을 보니 배신감에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며 덧붙였다.
또한 "위원장님은 파일럿이 맞나요? 아니면 위원장이라는 감투를 직업으로 선택하셨나요?"라며 "적어도 더는 이런 중요한 시기에 저러고 놀러 다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라고 한탄했다.
현재 해당 블라인드 게시물은 다른 회원들의 신고로 삭제된 상태다. 제주 갈치낚시 어선 홈페이지에서도 이 위원장의 사진은 삭제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블라인드 대한항공 계정에는 수 차례에 걸쳐 해당 사진과 내용이 게시되고 있다. 이 게시물에 대해 "이 시기에 한가롭게 취미생활을 해도 되느냐", "단체로 낚시나 가버리자" 등의 비판 여론부터 "머리 식히는 것이 문제가 되는냐"는 지지 여론까지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며 시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편 대한항공은 법원에 조종사 노조의 쟁의행위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조종사 노조의 세무 조사 청원 등 서명운동에 대해 일반 직원들로 구성된 일반 노조와 또 다른 조종사 새노조는 성명을 내고 사측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노동자와 다른 노조에 막대한 피해가 된다며 무책임한 의혹 남발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일반노조는 노동자들을 위한 합리적 투쟁은 언제라도 연대해 나가겠지만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태에는 강력 대응할 뜻을 밝혔다.
가뜩이나 대한항공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한 비상경영의 고삐를 죄고 있는 상황에서 조종사노조의 독단행동은 노사 모두 득이 되지 않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외적으로 블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미 금리인상 등 해외발 리스크가 금융시장의 덫으로 작용하고 있고 IS 테러 확산 등으로 항공 안전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또 여름철 장마전선과 사투를 벌여야 하고 계열사 리스크도 껴앉은 상태다. 최근 들어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해양업계의 구조조정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되면서 산업 전반의 구조적인 혁신과 노사간 대승적인 양보가 절대적인 현실 속에서 조종사 노조의 독자 행보는 일반노조와 조종사 새 노조간 새로운 갈등으로 부상하고 있다.
조종사 노조의 쟁의 목적인 급여인상보다는 대외적인 투쟁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타 노조측의 비난도 터져 나오고 있어 노사간 갈등 해결은 요원한 실정이다.
[미디어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