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경기 남부권을 대표하는 분양시장인 평택의 청약성적이 부진, 연내 그랜드 오픈예정인 고덕신도시 분양시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덕신도시는 택지조성공사가 지연되면서 첫 분양이 당초 6월에서 연말로 늦춰지고 있으나 분양가가 만만치 않다.
5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올해 경기도 평택에 분양단지는 비전 푸르지오와 자이익스프레스 등 모두 7개 단지, 9000여 세대에 달한다.
대규모 공급에도 불구하고 1순위 청약마감은 물론 대부분의 단지가 분양완판에 어려움을 거두고 있어 향후 악성미분양 지역으로 낙인 찍힐 위기에 처했다.
올해 평택에서는 7개 단지에 9000여 세대가 분양했으나 1순위 마감은 '0(제로)'로 미분양 무덤으로 전락중이다./아파트투유
분양단지 별로는 올해 2월 현대산업개발이 선보인 '비전아이파크'가 그나마 가장 나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571가구 모집에 319명의 청약자가 몰리면서 평균 0.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3월 분양한 '평택 비전 2차 푸르지오'가 뒤를 이었다. 519가구 모집에 281명이 청약접수를 신청, 평균 0.5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들 단지 이후로 후속분양단지들의 청약률은 갈수록 저조하다.
특히 5월 분양한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1·2블록'의 경우 무려 3234를 분양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0.11대 1의 경쟁률로 올해 평택 분양시장 가운데 최악의 성적이다.
지난달 분양한 '자이더익스프레스3차' 단지는 전체 12개 타입 가운데 4개 주택형이 1순위 마감되면서 선전했지만 대거 미달사태를 피할 수 없었다.
평택 분양시장 부진은 어느정도 예견된 사태라는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평택은 삼성전자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미국 평택기지 이전, KTX지제역 개통 등을 호재로 각광받아왔다.
건설사들은 지난해 분양시장 활황세 기류에 합류해 단지 인근 개발호재를 빌미로 분양가를 마구잡이 올린게 걸림돌이 됐다.
평택 소사벌 인근 D부동산 관계자는 "평택은 3~4년 전만해도 매매가가 평당 700만원 전후로 보합세였다"며 "최근 인근 개발호재와 함께 분양시장이 활기를 띄면서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것이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소식 이후에 토지값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도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알면서도 분양가를 올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고분양가에 공급과잉으로 분양시장에 적신호가 켜진 고덕신도시 구상도/LH
평택 분양시장 부진의 또 다른 원인으로 동탄2신도시를 지목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비전동 인근 H부동산 관계자는 "동탄2신도시와 평택의 가격차이가 크지 않다"며 "국내 최대 신도시인 동탄2는 자족형인데다 갈수록 도시모습이 갖춰지는 등 주거가치가 탁월하고 서울 접근성이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KTX개통을 의식해 서울권 출퇴근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왕복 차비가 만원이 넘어가는 등 승용차 유지비용 못지 않다"며 "당초 서울·수도권 수요자들을 배후대상으로 한 것은 투자세력을 끌어드리려는 의도였다"고 말했다.
올해 평택에서는 하반기에만 1만여가구 가까이 신규공급될 예정이어서 과잉공급의 후유증이 더 불거질 전망이다.
특히 첫 분양에 나서는 서정동·고덕면 일대 고덕신도시 신규 분양단지의 청약성적이 제대로 나올지가 의문이다.
고덕 신도시에서는 늦어도 연말에 이지더원과 신안인스빌, 제일풍경채가 A8블록(752가구)과 A16블록(613가구), A17블록(1,077가구) 등을 분양예정이며 자연앤자이와 신동아 파밀리에가 A9·10도 분양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그러나 이들 단지의 분양가가 만만치 않다.
중소형 주택이 들어서는 A8블록의 경우 이지건설은 3.3㎡ 당 594만원에 땅을 샀다. 동탄2신도시(A97블록)보다 20만원 높다. 용적률을 감안할 경우 남동탄과 비슷하다.
올들어 남동탄이 전용 84㎡의 3.3㎡의 분양가가 1,000만원을 웃돈 수준임을 감안할 때 분양시기가 늦춰지는 고덕신도시의 분양가는 1,100만원 안팎에 분양될 전망이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