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은행권에 '수익성 악화 주의보'가 발령됐다. 지난달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한국은행이 올 하반기 중 추가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 이상의 금리하락은 이미 악화된 이자수익(NIM) 감소 문제를 고착시킬 우려가 있어 은행들은 '초비상모드'에 돌입해 다양한 수익창출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조정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을 보다 면밀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 상반기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데 강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었다. 저금리 시대가 워낙 오래 지속된 데다 최근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등 불확실성을 제고시키는 요소들이 가중돼 수익성 악화 위험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은행권에 '수익성 악화 주의보'가 발령됐다. 지난달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한국은행이 올 하반기 중 추가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암암리에 퍼져 있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실제로 윤종규 국민은행장도 지난 4일 조회사에서 "올 상반기 동안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NIM이 감소하는 위험을 겪었다"면서 "지금처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교차하는 시기일수록 모든 영업 활동은 장기적 관점에서 고객의 가치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역시 지난 1일 분기 조회에서 "지난 6월부터 NIM(순이자마진)이 하락하고 있다"며 수익성 악화의 현실을 상기시켰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은행이 올해 중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 할 것이라는 전망이 은행권 내부에 확산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매체는 지난 6일 "신한은행‧KEB하나은행‧SC제일은행 등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거론된 은행들의 실무 담당자들은 '금리 추가인하 예상'에 대해서는 일제히 말을 아꼈다. A은행 한 관계자는 "(한은 기준금리 추가인하는) 고위관계자의 사견으로 보인다"면서 "은행 전체가 공유하는 수준까지 그 얘기(기준금리 인하)가 퍼진 건 아니지만, 실제로 올해 안에 추가인하를 한다 해도 놀랍지 않은 상황이긴 하다"고 수긍했다.
B은행 관계자 역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흐름이 반전되면서 국내에 추가인하 여력이 생겼다"면서 "한은이 하반기 중 기준금리를 또 내릴 수도 있겠지만 은행들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 예측되는 이유는 지난 6월의 금리 인하에 충분한 효용이 없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률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위 '돈을 돌게 만드는 힘'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작년 한 해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p 인하한 한국은행은 작년 말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경제성장률을 0.18% 포인트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단, 이 보고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실물경제 개선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돈이 돌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계속 나온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2009년부터 2013년까지 0.76∼0.78 수준에서 머물던 통화유통속도는 올해 1분기 0.71까지 떨어져 금리 인하의 목적을 무색케 만든 상태다. 지난 6월의 금리인하 효과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의 패턴과 크게 다를 것으로 기대하긴 힘들다.
이에 기준금리를 추가인하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전문가들은 점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서너 번 내려도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럴 경우 은행들의 수익성은 대폭 악화된다는 점이다. 한국기업평가는 국민‧우리‧신한‧KEB하나‧SC제일‧씨티 등 6개 은행들의 수익에서 가장 근본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이자부문수익은 기준금리가 0.25%p 내려갈 때마다 4950억 원 감소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최근 은행들은 '보수적'이라는 이미지를 깨고 기존에 시도하지 않은 다양한 수익모델을 수립하려 애쓰고 있다. 항공기금융‧뉴스테이사업 등이 그 사례다. 해외 우량기업들의 회사채 매입에 관심을 갖는 움직임도 기존에는 없었던 전략이다. 이는 저금리 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은행들의 고육지책이지만 은행의 본원적인 수익창출 모델로 승화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을 보다 면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통화위원은 기자와의 대화에서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가 연 1.00%까지 떨어진 이후부터는 금리 조정폭을 현행 25bp가 아닌 10bp 정도로 좁힘으로써 시장에 '금리 인하' 사인은 주되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언급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