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금융당국이 국내 장내파생상품시장이 지나치게 위축됐다는 지적에 따라 적극적 규제완화에 나선다. 이에 따라 앞으로 파생상품시장이 과거와 같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파생상품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을 이르면 다음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이달 말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연기됐다.
금융위는 파생상품시장 활성화의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런 금융위의 움직임은 파생상품시장이 지나치게 죽었다는 업계의 불만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거래량 기준으로 지난 2010년 글로벌 1위였던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지난해 12위로 추락했다. 지난해 한국의 장내파생상품 거래량은 8억 계약으로, 2010년(37억 계약) 대비 80%나 감소했다.
이처럼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든 데는 코스피지수의 변동성 감소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개인에 대한 과도한 진입장벽을 친 것이 주원인으로 지적된다. 키코(KIKO) 사태와 검찰의 주식워런트증권(ELW) 거래 수사 등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지난 2014년부터 ‘적격 개인투자자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사전교육 30시간, 모의거래시간 50시간을 이수하고, 3000만원 이상을 예탁한 경우에 한해 선물 거래가 허용된다. 또 선물 거래 경력이 1년이상이고 5000만원 이상을 예탁해야 옵션 거래를 할 수 있다. 여기에 올 초부터 코스피200 선물‧옵션에, 이달 1일부터는 미니 코스피200 선물·옵션에 각각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면서 개인투자자는 벼랑 끝으로 몰린 상태다.
개인투자자의 장내 파생상품시장에서의 위상은 눈에 띄게 추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파생상품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계약비중은 2011년 25.41%에서 올해 7월 6일 13.8%까지 꾸준히 감소했다.
까다로운 파생상품시장 진입 절차에 개인투자자는 외국으로 눈을 돌렸다. 2010년 약 50조원이었던 국내 투자자의 월평균 해외 파생상품 직접투자 규모는 지난해 250조원으로 5배나 폭증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가 조만간 발표할 파생상품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는 개인투자자의 진입장벽 완화가 핵심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의 사전교육과 모의거래시간, 기본 예탁금 등을 절반 수준까지 내려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우정사업본부 파생상품 차익거래에 대한 비과세 혜택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다 기획재정부가 워낙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유가증권시장 매도차익거래에서 금액기준 65%(19조5900억원)의 비중을 차지했던 우정사업본부는 2013년 과세 이후 지난해 아예 거래를 끊어버렸다. 이에 비해 2012년 5조9270억원으로 20%의 비중을 기록했던 외국인은 지난해 금액은 4조3240억원으로 줄었지만 비중은 75%로 불어났다.
우정사업본부의 거래 중단으로 차익거래 시장을 외국인이 장악하면서 현물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물시장의 매수세가 현물시장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주가가 하락할 때 이를 상쇄하는 효과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변동성을 줄이고 브렉시트 때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오히려 변동성을 키우면서 국내 증시의 불안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 우정사업본부 등의 비과세혜택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기재부 세제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다만,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이 곧 물러나고 후임으로 최영록 새누리당 전문위원이 내정되면서 소폭이라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순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정사업본부가 차익거래를 중단하면서 외국인이 평상시 고빈도거래(대규모의 주식 매수 또는 매도 주문을 내 차익을 얻는 거래방식)로 파생상품시장에서 돈을 쓸어담고 있다”며 “금융위도 기관투자자의 파생상품시장 참여 확대를 위해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있겠지만 세제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