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브렉시트 등으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마저 감지되고 있습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달 초 열린 임원세미나에서 CEO를 비롯한 임원들에게 “변화 속에서는 항상 기회가 수반되는 만큼 사업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뿐 아니라 중장기적 영향까지 면밀히 분석하여 대응해 달라”면서 최근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대응을 주문했다.
L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브렉시트로 인해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이오 관련한 대외 환경 변화를 예의주시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해외매출 비중이 높은 주요 계열사들은 외환시장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시나리오 별 사업전략을 수립해 선제적으로 대응해간다는 전략이다.
또한 이날 임원세미나에서는 서울공대 교수들의 한국 산업 미래를 위한 제언을 담은 저서 <축적의 시간>을 대표 집필한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를 초청해 ‘창의적 축적’을 주제로 한국 산업과 기업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성장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 기업은 선진국에서 수입한 산업모델을 빠르게 벤치마킹해 급속한 성장을 이뤘으나,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비롯해 원천기술과 핵심부품소재는 여전히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장기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뉴노멀’ 시대에서는 새로운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 등을 창의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인 ‘개념설계’ 역량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념설계’ 역량은 오랜 기간 시행착오의 경험을 통해 축적된 무형의 지식과 노하우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과감한 도전을 장려하고 실패의 경험과 지식을 축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또 창의적인 혁신은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인재로부터 나온다며, LG전자 생산기술원의 원장들이 길게는 10년 넘게 재직하며 연구를 이끌어온 것은 고급 경험지식 축적 관점의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LG전자가 생산성 향상과 기술 및 장비 혁신을 위해 1987년 설립한 생산기술원은 지난 30년간 선행 연구개발 활동을 지속하며 생산 자동화 기계 개발, 정밀 가공 분야 핵심 장비 국산화, 자동차부품 소형화 및 경량화 기술 개발 등을 이뤄냈다.
지난해 말부터는 소재, 장비 등 기반기술 시너지 강화 차원에서 신소재를 연구하는 ‘소재기술원’과 통합해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이 됐다.
LG는 최근 임원세미나에서 사업 구조 고도화와 사업 방식의 혁신 등 미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선제적인 변화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갖는 차원에서 지난 5월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의 인공지능 강연 등 전문가 외부강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 임원세미나에는 구본무 회장을 비롯해 강유식 LG경영개발원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과 임원 300여명이 참석했다. [미디어펜 김세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