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제주 하수펌프장 준설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2명이 숨진 가운데, 해당 현장이 기본 안전수칙조차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도 수자원본부와 서귀포경찰서는 지난 7일 서귀포 표선면 토산리의 남원하수처리장 표선7중계펌프장 저류조에서 준설공사를 하려던 S건설 근로자 양모씨(49)와 D건설 근로자 정모씨(32)가 숨졌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은 저류조에서 갑자기 쓰러졌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소방안전본부는 이들이 퇴적물에서 발생한 유독가스에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출동한 119구조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저류조에서는 심한 악취가 진동해 대원들은 산소마스크를 하고 저류조에 들어가 구조작업을 벌였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 원인은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탓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양씨가 사다리를 타고 저류조에 내려가다가 갑자기 쓰러지자 이를 목격한 정씨마저 바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가 뒤따라 쓰러졌다. 뒤늦게 사고임을 알아챈 남원하수처리장 직원이 119에 구조를 요청했다.
사고 현장에는 남원하수처리장 직원 3명과 준설공사 업체 직원 4명 등 모두 7명이 있었다.
이들은 준설공사를 하기 1시간 전에 저류조 출입구 2개와 장비 반입구 2개문을 열어 자연환기를 시켰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밀폐공간 작업 질식 재해 예방 매뉴얼'과 수자원본부의 '밀폐공간 작업 필수 3대 안전수칙'에 의하면 이는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셈이다.
숨진 이들은 산소와 유해가스 농도 모두 측정하지 않고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수자원본부 관계자는 "작업 전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지 않은 것은 맞다"고 시인했다.
안전수칙상 첫 번째 조항은 '작업 전·작업 중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 측정', 두 번째는 '작업 중 환기 실시', 세 번째는 '작업할 때 송기 마스크 등 보호장비 필히 착용'이다.
사고 현장에는 인위적으로 환기를 시켜줄 환풍기나 송풍기가 설치되지 않았으며, 근로자들은 미세먼지 방지 수준의 일반 마스크를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숨진 두 근로자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오는 11일 부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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