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의 학교에서 영어는 가르쳐도 중국어 과목은 없다. 대신 한자 교육과목은 있다. 중국어는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외국어학원에서만 배울 수 있다.
북한은 정규 교육과정인 소학교 5년, 초급중학교 3년, 고급중학교 3년 동안 국어, 수학을 비롯해 영어 과목을 가르치면서도 중국어는 당국이 운영하는 외국어학원에서 배울 수 있다. 학교에서는 대신 한자어만 가르친다.
북한의 각 도마다 외국어학원과 예술학원, 체육학원이 하나씩 있다. 각 학원들은 소학교를 졸업한 학생들 가운데 특기생들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모집한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는 자녀들에게 개인과외교습을 시킨다. 영어, 수학은 물론 성악, 기타, 바이올린, 손풍금이나 피아노까지 집으로 오는 개인교사에게 배울 수 있다.
물론 개인과외교습은 불법이다. 하지만 북한의 학부모들도 자녀의 대학입시를 위해 과외교습을 시키고, 예술과외도 시킨다. 학교에서 소조활동으로 하는 교과목과외나 체육과외와는 엄연히 다르다. 북한당국도 과외 단속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정통한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대학입시과외는 대학교 교원들까지 나서 당국 몰래 부업으로 하고 있다. 대학입시과외는 한달에 1만달러까지도 받을 수 있는 고액의 수입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성악과외는 한달에 10달러, 손풍금과외는 한달에 20달러가 일반적인 수준이다.
대학입시과외가 고액이다보니 평양에서 김일성종합대에 합격하는 조건으로 자녀를 1년간 과외시켰지만 끝내 불합격하자 과외비 반환을 요구하다가 소송까지 불사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거액의 1년치 과외비를 놓고 돌려받으려는 학부모와 못 주겠다고 버티는 대학 교원이 타협을 못보고 홧김에 소송을 냈지만 북한에서 개인과외는 엄연히 불법이다.
결국 이 사건으로 과외교습을 한 대학 교원은 징역2년에 평양시 추방을 당했다. 반면 자녀를 과외시킨 학부모의 경우 중앙당 간부이다보니 처벌은 받았지만 추방은 면했다고 한다.
북한의 소학교와 초급중학교, 고급중학교에서도 우리처럼 국어와 수학을 중점적으로 가르친다. 영어와 러시아어, 한자도 배운다. 우리와 다른 점이라면 김일성·김정일의 사상적·이론적 지침을 담은 출판물인 ‘로작’을 배운다. 그리고 북한의 각 도에 있는 외국어학원에서는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를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평양시 만큼은 예외가 있다. 전국에서 상위 1% 천재만 모아서 가르친다는 평양의 금성고급중학교의 경우 학교 안에 외국어금성학원, 예술금성학원에 컴퓨터금성학원까지 있다.
북한의 학생들은 고급중학교를 마치면 대학에 입학한다. 대학입시 과목은 모두 6과목으로 수학, 물리, 화학, 영어 또는 러시아어 선택, 로작, 현행 당정책이다.
북한의 학부모들도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어한다. 그래서 현 북한 현실에서 불법인 개인과외교습이 성행하고 있다. 북한에서도 대학을 나와야 출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 못가고 공장·기업소에 가더라도 ‘기동예술선전대’에 들어가려면 예술에 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북한경제리뷰 6월호’에서 김정원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이 북한 전문학교나 대학교에서 교원을 했던 이들과의 개별 면담이나 협의회 등에서 파악한 내용으로 펴낸 논문 내용에서도 이런 점을 반영한다.
김정원 선임연구위원은 “예술을 강조했던 김정일 집권 시기에는 간부집 자식들이 예술학원에 진학했다”면서 “지금은 사람들의 인식이 실리적으로 변해 법관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여전히 예능 방면의 특기를 가지면 ‘팔아먹기 좋다’고 생각하고 자녀가 하나 이상의 특기를 보유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예술특기가 ‘팔아먹기 좋다’고 인식되어진 것은 북한에서 벌어지는 축전과 주요 명절에 앞서 이뤄지는 ‘충성의 노래모임’과 무관치 않다. 예술을 충성심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북한에서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위의 논문에서 “당과 조직이 더 이상 개인생존의 보호막이 되지 못하는 북한 사회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힘을 스스로 지녀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대학진학 욕구로 표현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이 불법 과외를 해서라도 자녀를 대학에 진학시키려고 하고, 그렇지 못하면 예술 특기 한가지라도 가르치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심지어 소학교에 들어가기 전 북한 어린이들은 유치원에서 무용, 악기 등을 배우게 하고 있다. 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개인교습도 비밀리에 성행한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대북소식통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용교습 선생들 중에는 중국에서 들여온 음악을 틀어놓고 가르치는데 간혹 남한 아이돌 가수의 춤과 노래에 맞춰 춤추는 시간도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청진과 회령에서 개인으로 무용을 가르치는 학원 중에 남한 가수들의 노래와 춤을 가르치는 곳이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김 연구위원은 논문에서 “북한에서도 계층 간에 교육기회의 차이가 확연히 구분된다”고 밝히고 있다. “‘돈이나 셀 줄 알면 된다’고 학교를 보내지 않는 가정이 있는 반면, 상층 자녀들은 악기 하나 다루는 것을 기본으로 해서 해외유학이나 종합대학 진학까지 바란다. 또 중간층에서는 공부나 예능 중 한가지는 해야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