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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서 '사랑애몽'과 관객이 만날 날을 꿈꾸며

2016-07-20 10:48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조윤서 거목 엔터테인먼트 대표

어쩌다 남부순환로를 지날 때면 항상 눈에 잡히는 풍경이 있다. 깊은 멋이 있고 위풍당당한 자태를 자랑하는 예술의전당이다. 최근에도 전국 곳곳에 아름답고 기능적인 예술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예술의전당만큼 우아하고 기품이 넘치는 곳도 드물다. 뒤로는 우면산 자락이 보이고 동그란 원통형의 오페라하우스가 중심을 잡고 있고 음악당과 미술관, 야외극장, 원형광장, 그리고 부대시설이 어우러져 세계적인 예술 공간으로 위용을 뽐낸다. 특히나 오페라하우스는 선비정신을 나타내는 갓 모양을 본떠 우리 전통문화 정신을 상징하고 있다.

이런 공간에서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선뵐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이들은 얼마나 복 받은 사람들일까? 이 아름다운 공간을 지나칠 때마다 나는 문득문득 시샘 비슷한 부러움이 솟구친다. 예술의전당은 한국 예술을 알리고 문화융성을 위해 탄생한 훌륭한 공간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위키드', '레베카'와 같은 라이센스 대형 뮤지컬이나 유명 외국 작품을 각색한 연극들이 주로 무대에 오른다. 서구오케스트라단의 아름다운 선율이나 유명 발레단의 작품들은 한국 전통음악과 무용보다 더 흔하게 접할 수 있다.

학문과 예술이 일치된 우리의 전통적 선비정신을 상징하는 예술 공간에서 주로 외국의 것, 서구의 예술이 소개되고 소비된다는 것은 아무래도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나 관계 문화예술단체들이 우리 전통예술을 홀대하는 것은 분명 아닐 텐데,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치고 달리는 것만 같다. 물론 국립극장과 같이 우리 전통 공연이 열리는 공간도 있다. 하지만 굳이 전통 예술과 서구의 예술을 구분지어서 따로 보여주는 것이 맞는 걸까? 특히 우리나라 최고의 예술 공간에서 한국 전통 예술이 선보이는 기회를 자주 갖지 못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지금도 대학로 곳곳 소극장에선 많은 작품들이 날마다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공연을 위해 자기의 열정과 땀을 쏟고 있는 참 좋은 배우들도 많다. 재능이 있어도 공연할 기회를 얻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도 넘친다. 작은 소극장 무대에 서는 것조차 힘이 드는 가난한 예술인들은 차고 넘친다. 그들에겐 예술의전당과 같은 대형 무대에 선다는 건 평생 가도 이루기 힘든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세계인을 사로잡은 건 '따라하기' 아닌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배우들은 회당 3만원 정도, 한 달 수입이 월 100만원 정도가 되면 감지덕지할 정도로 현실 속 많은 배우들은 곤궁한 처지이다. 우리 전통의 음악과 무용 악기를 다루는 예술인들의 처지는 더 비참한 수준이다. 그나마 무대에 설 기회도 드물다. 이들을 아끼고 대우해주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 관객이 이들을 더 자주 찾지 않는 것은 오로지 이들만의 책임이고 감당해야 할 몫일까?

나는 이들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와 지원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들도 예술의전당과 같은 큰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 예술혼을 보여줄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전통 예술을 찾지 않는다고 관객의 외면 정도로 모든 책임을 미루어선 곤란하지 않을까? 보지 않으면 찾지 않게 되기 마련이다.

할리우드의 대형 블록버스터가 물밀듯 들어와도 한국영화가 경쟁력이 있는 것은 크고 작은 지원의 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믿으며 지원하고 투자하는 기업과 다각도로 지원한 정부, 열정을 다 바치는 배우들, 관계된 모든 사람들의 열정이 쌓인 성과이다. 한국 전통예술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 것에 대한 가능성에 주목하고 기회를 준다면 지금보다 훨씬 발전하고 경쟁력을 갖춘 문화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이다.

'사랑애몽'은 우리 고전문학과 배우들, 우리 전통 예술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총집약한 창작극이라고 감히 자부한다. 한 술에 배부를 수 없듯, 완벽하진 않은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도전이지만, 이런 노력이 하루하루 쌓인다면 서양, 서구의 것들로만 향했던 우리 관객의 마음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문화콘텐츠 중 많은 것들이 한국전통에서 비롯됐고 영감을 얻은 것들이다. 나는 '사랑애몽'이 또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조윤서 거목 엔터테인먼트 대표

[조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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