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신한금융투자가 숙원인 5000억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3조원 진입 발판을 마련한 가운데 어떻게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일 수 있을지 궁리에 들어갔다. 어렵게 신한금융지주에서 받아 낸 유상증자인 만큼 ROE가 크게 하락하면 자칫 유증의 명분 자체가 사라질 수 있어서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신한금융투자의 ROE는 3.2%에 불과했다. 이는 키움증권(18.1%), 교보증권(12.8%), 메리츠종금증권(11.9%), 한국투자증권(10.5%), KB투자증권(10.2%), HMC투자증권(9.5%) 등 국내 주요 증권사 ROE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10대 증권사 중 신한금융투자에 비해 ROE가 낮은 곳은 하나금융투자(0.6%) 단 한곳에 그쳤다.
지난해 말 기준 9.0%에 달했던 신한금융투자의 ROE는 올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난 218억원을 기록하면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2분기에는 28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실적이 소폭 회복세를 보였지만 하반기 불어나는 몸집에 비하면 실적을 크게 끌어올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신한금융투자는 유증을 하반기 마무리하고 10월에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 신청을 낸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실적이 대폭 개선되지 않으면 자칫 ROE가 1%대에 머물 수도 있다. 실제로 2013년 말 신한금융투자의 ROE는 1.3%를 기록하기도 했다.
과거 신한지주에서 ‘ROE가 낮아 차라리 팔아서 신한은행에 매각 대금을 넣어놓는 게 낫다’는 비아냥을 듣던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낮은 ROE 때문에 신한지주는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도입됐음에도 몇 년간 신한금융투자의 증자를 망설여왔다. 라이벌인 KB금융지주의 현대증권 인수가 없었다면 이번 신한금융투자 유상증자가 성사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초대형IB(투자은행) 육성방안의 기준 자기자본이 5조원으로 잡힐 수도 있어 신한금융투자로서는 갈길이 먼 상황이다.
일단 신한금융투자 측은 프라임브로커(PBS), 기업신용공여(대출) 등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만이 할 수 있는 IB 쪽 사업을 통해 ROE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신한은행과의 기업투자금융(CIB) 협력을 더욱 강화하면서 수익을 늘리겠다는 것. 올 2분기 신한금융투자의 IB수수료는 신한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전년 동기 대비 45.1% 증가하면서 실적 가시화 수준에 올라섰다. ROE가 증자로 인해 잠시 낮아질 수는 있겠지만 향후 IB분야의 수익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과거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이 증자할 때 제기됐던 이슈”라며 “증자가 되면 ROE가 떨어지는 건 당연하지만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영위할 수 있는 사업이 늘어난다는 데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자부터 할 게 아니라 증자로 생긴 자금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게 먼저”라며 “그런 점에서는 대형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이 참 잘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