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재현 기자] 정부의 주택금융 규제 완화로 분양시장이 활황세를 맞으면서 내년부터 입주물량들이 대거 쏟아질 경우 아파트 값 하락에 따른 대출부실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초저금리 시대에 이자부담을 감내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가계부채 비중의 절반을 차지하는 집단대출 규제는 오히려 시장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1200조원이 넘어선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와 금융시장에 잠재적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대부분 가계부채 증가 이유를 정부의 주택금융규제 완화로 꼽는다. 집을 담보로 돈을 더 싸게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해줄테니 집을 사라는 일종의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이자감면 등 금융지원을 나서면서 내집마련을 시도하는 수요가 생겨났기 때문. 여기에는 전세 값 폭등과 반전세 현상 등도 한 몫했다.
정부의 주택금융 규제 완화로 분양시장이 활황세를 맞으면서 내년부터 입주물량들이 대거 쏟아질 경우 아파트 값 하락에 따른 대출부실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자료사진=미디어펜DB
차주의 전세값 자체가 매매가에 70~80%에 육박하고 반전세 현상이 생겼다. 전세금 마련을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게되면 상환해야 하는 체감 금리는 대략 5% 가량이다. 집단대출의 경우 3%의 이자부담 밖에 되지 않으니 차라리 집을 사는게 낫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한 후 주택 매매거래량은 늘어나고 분양시장은 작년 52만 가구에 달하는 신규 아파트가 쏟아지며 역대 최대물량을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 추이를 보면, 2013년 19만5949가구, 2015년 26만4083가구, 2016년 29만9642가구(추정), 2017년 36만8008가구(추정), 37만1573가구(추정)로 크게 늘 전망이다.
덩달아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도 늘었다. 올해 1분기를 보면,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5조2000억원(54%), 아파트 집단대출은 4조4000억원(46%) 증가했다.
은행권의 집단대출 증가 추이 역시 2013년 100조6000억원, 2014년 101조5000억원, 2015년 110조2000억원, 2016년 1분기 115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집단대출의 비중이 가계부채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분양시장의 활황 때문이다.그러다 보니 분양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자금유통을 위해 중도금 대출을 받아야 했다.
문제는 집단대출(중도금대출)을 받는 사람들의 대출자격 요건이다. 중도금대출을 받은 후 잔금을 치룰 때 시행사 소유에서 개인으로 이전된다. 그렇게 되면 중도금하고 잔금까지 개인대출로 동시에 전환된다. 이후 은행은 개인대출 자격으로 차주의 대출상환 능력을 검증하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진행하고 있는 중도금대출에 대해 예전보다 훨씬 까다롭게 사업성평가를 하고 나가기 때문에 그다지 문제가 안된다. 예전보다 훨씬 중도금대출을 받은 차주가 최종 잔금을 치룰때 DTI, LTV 등 깐깐히 심사한다"면서 "당국에서 우려스러운 것은 대학생이나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이 대출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집단대출 규제에 나서게 되면 부동산 시장을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건설업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와 LTV, DTI 규제완화가 연장되면서 분양시장에 유동성이 집중된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 속에 다시 규제쪽으로 돌아선다면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켜 상당한 위축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단대출을 받은 차주가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금리 부담 커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반면 현재 초저금리 상황에서 이같은 걱정은 크게 우려할 만한 사항이 아니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요즘 신혼부부들이 은행 창구에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전세뿐만 아니라 반전세 월세까지 부담해야 하는 사정에 대출을 받아 내집 마련하는 부담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한 차주들이 저금리 시대의 헤택을 받을 수 있어 금리 부담에 큰 문제가 돼 보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파트 값이 떨어지게 되면 은행에서는 담보가치 하락을 이유로 만기연장 때 일부 원금을 값아야 한다거나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담보가치 하락으로 보전하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원금 상환이나 이자 상승은 차주에게 부담이 되는 만큼 내집 마련을 위한 꼼꼼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출규제완화 2년사이 LTV 60%를 넘는 대출이 급증한 만큼 가계부채 총량이 늘고 부채의 질까지 악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LTV 구간별 현황' 자료를 보면 LTV가 60%를 초과하는 대출 잔액은 2014년 9월말 70조40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332조6000억원으로 63조2000억원이 급증했다.
박 의원은 "정부의 LTV 규제 완화로 인해 고위험 대출 증가로 부실 위험이 확인된 만큼 예방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LTV 60% 이상 고위험 대출 증가의 우려보다 가계부채의 질적구조가 개선된 긍정적인 측면의 이면도 살필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2014년 8월부터 LTV와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했다. 이 배경에는 금융업권간 규제차이를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 일례로 합리화조치 전 은행의 LTV는 50~60%였으며 제2금융권, 상호금융 등은 60~85% 였다. 차주들은 50%까지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모자란 부분은 상호금융에서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주택구입 자금으로 충당한 경우가 대부분다.
합리화 조치 이후 전 금융권 LTV를 70%로 맞추다 보니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을 받을 이유가 사라졌다. 오히려 제2금융권 고금리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저금리 은행대출 수요로 이전하는 효과를 얻게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체 총량은 크게 변화가 없지만 LTV 한도가 은행쪽에 늘어남에 따라 과거 비은행에서 받던 수요가 은행으로 옮겨 온 만큼 차주의 이자부담이 낮아지는 것"이라며 "예전 50~60%까지 받다가 70%까지 한도를 채우는 것은 합리적인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급증에 따라 정부의 셈법도 복잡하게 흐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7월 통화정책방향을 통해 가계부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추후 통화정책에 있어 가계부채를 더 눈여겨 보겠다는 심산이다.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가계나 기업이나 빚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정부나 금융당국은 급증하고 있는 집단대출이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까 고심이다.금융감독원은 최근 아파트 집단대출 급증세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국내은행의 집단대출 리스크관리 실태 등을 점검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가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종합적으로 들여다 보고 예상가능한 시나리오에 따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향후 진행되는 시장상황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