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전통적인 분양시장 비수기로 꼽히는 7월 전국에서 수많은 가구가 50여개에 이르는 분양이 진행된 가운데 지방 분양시장의 침체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과잉공급과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의 악재가 발목을 잡으면서 지방분양시장이 침체가 본격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올 7월 전국 분양단지의 1순위 청약마감률은 39%로 지난해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서울·수도권의 경우 11% 상승했지만 지방은 침체기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자료참조=아파트투유
28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올해 전국에서 분양한 단지는 51개로 지역별로는 서울·수도권 27개, 지방은 24개 단지가 분양을 마치거나 진행중이다.
전체 분양단지 가운데 20개 단지에 달하는 약 39%가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지난해 7월 공급한 70개 단지 가운데 28개 단지(약 40%)가 1순위 청약에 성공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지역별로 살펴보면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서울·수도권의 경우 지난해보다 1순위 마감 단지가 늘어난 데 비해 지방의 경우 청약열기가 점차 사그러들고 있다.
이달 서울·수도권에 분양한 27개 단지 가운데 11개단지, 약 41%가 1순위 청약에 성공했다. 미사강변 제일풍경채의 경우 1순위 청약이 이날 진행되는 가운데 마감이 유력시되고 있어 수치는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서울·수도권의 경우 33개 분양단지 가운데 10개 단지가 1순위 청약마감을 기록했다. 공급된 단지 가운데 약 30%에 달하는 수치로 서울·수도권 청약시장은 올해 더욱 뜨거운 한해를 보내고 있다.
반면 지방의 침체가 극심하다. 지방은 이달 24개 단지를 분양한 가운데 9개 단지만이 1순위 청약마감됐다. 비율로는 공급 단지 대비 38%에 달하는 것으로 지난해(49%)와 비교해 1순위 마감 단지 비율이 11%포인트 하락했다.
28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방 분양시장의 7월 청약성적이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약 11% 가량 하락했다./자료참조=아파트투유
특히 지난해 수백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이던 부산·대구는 올해 수십대 1 또는 간신히 1순위 마감에 성공하는 등 '청약거품'이 사라졌다.
작년 7월 분양한 단지들 가운데 '부산 대연 SK View Hills(뷰 힐즈)'는 481가구 모집에 무려 14만4488명의 청약자가 몰리며 평균 300.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달 분양한 '범양레우스 센트럴베이'가 33.61대 1을 기록한 것과 경쟁률이 10배 가량 높은 수치다.
이달 분양한 '북대구 한신더휴' 역시 7.23대 1의 1순위 청약경쟁률을 기록해 지난해 수백대 1을 보이던 대구 분양시장과 대조적이다.
부산 해운대구 인근 H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 수백대 1 경쟁률이 속출하던 단지들의 경우 분양권 프리미엄이 기본 5000만원으로 시작했지만 올해는 다르다"며 "거래량도 대폭 줄어들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부산·대구 이외의 청약시장은 침체가 극에 달했다. 호남지방과 강원도 지역은 단 한명의 청약자도 나오지 않는 등 지방 양극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전북 고창읍에 분양중인 '고창 석정 파크빌'과 강원도 동해에 공급되는 '현대썬앤빌 동해파크힐' 두 단지는 청약률 '제로'의 굴욕을 겪었다.
문제는 건설사들이 분양시장 침체가 더 진행되기 전에 앞다퉈 '밀어내기 분양'을 계획하고 있어 악순환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지방 분양물량은 9만7000여가구다. 이는 상반기 공급된 1만5000여가구 공급과 비교하면 약 7.3% 줄어든 수치지만 최근 지방 미분양 주택이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지방 미분양주택은 3만6674가구로 전월보다 6.1%(2105가구) 늘었다.
경북(총 5621가구)과 충북(총 4907가구), 전북(총 2745가구) 등에서 미분양주택이 전월보다 각각 20.7%(963가구)와 17.7%(736가구), 15.6%(371가구) 늘어 지방 미분양주택 증가세를 이끌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하반기에는 투자 가치가 있는 곳에만 투자자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극명히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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