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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배치 반발 박지원, 김종인보다 수 낮은 이유

2016-07-29 09:00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지난 ARF 외교장관회의 의장성명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던 ‘사드 우려’가 마지막 순간에 빠졌다. 북한과 중국·러시아가 우려했던 사드배치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대신 ‘북한의 행동에 우려한다(concern)’는 말이 명시됐다. 

지난해 ARF 의장성명에서 최초로 북핵 문제가 언급됐지만 당시에도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를 독려한다(encourage)'는 수준이었으니 그나마 올해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북핵 대 국제사회 구도가 확실히 정착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핵보유국을 주장하는 북한에 국제사회가 경고를 보낸 것이고, 우리의 ARF 외교전이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의장성명이 나오기 전 윤병세 외교장관을 만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사드배치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상호신뢰의 기초를 훼손시켰다”며 말로 압박하는 것 외에도 회담 테이블에서 인상을 쓰고 손사래를 치는 등 언짢은 기색을 온몸에 담아 표현했다. 반면, 북한 리용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갖기 전 문밖까지 회의장 밖까지 마중나오고 회의장 안으로 들어가면서는 리 외무상의 등에 손을 올리는 등 친근감을 연출했다.
 
하지만 왕이 부장은 ARF 계기 각종 회담이 열리는 동안 껄끄러워진 국가의 외교장관을 만날 때면 공개적으로 성난 표정을 짓다가도 회담장 문이 닫히면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풀었다고 한다. 회담장에선 상호 협력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이어갔다는 것이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다 필리핀에 패배한 국제중재재판소 판결과 관련해서도 “건설적인 방식으로 갈등과 의견불일치를 관리·해결하자”고 말했다는 후문이 있다. 

이 같은 왕이 부장의 태도는 앞으로 있을 항저우 G20 정상회의를 잘 치를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왕이 부장은 중일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자국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를 잘 치를 수 있도록 협력해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체면을 세우기를 바라는 왕이 부장은 이번 ARF 계기 각국과의 회담에서도 자국의 이익을 충실히 추구했다. 

최근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좌)이 연일 '김종인 때리기'로 사드배치에 반발하고 있는 것은 '정치 9단'이 보일 모습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결국 왕이 부장이 윤병세 장관을 향해 쏟아낸 부정적인 발언이나 북한 리용호 외무상에게 친근감을 과시한 제스처 모두 내수용이라고 봐야 한다. 남중국해 판결과 사드배치 결정 등에 반발하는 자국민 여론을 의식해서 외교적 결례도 서슴치 않은 것이다.
 
카메라가 꺼진 다음에는 각국과 “상호 협력하자” “건설적인 방식으로 해결하자”고 했으니 왕이 부장은 ‘두 얼굴’의 중국 대외외교를 가감없이 선보였다. 왕이 부장의 두 얼굴을 지켜보면서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우리 야당 정치인들의 정략적인 ‘두 얼굴’이 오버랩된다. 

비록 앞서 큰 목소리를 내지는 않고 있지만 야당 정치인 중에서도 사드배치를 반대하지 않는 이들은 “야당이 집권하게 되면 주한미군이 주도하는 사드배치를 반대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사드 배치는 우리와 동맹국인 미국과 맺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것이다. 

우리와 미국은 동맹국으로 안보와 관련해 지난 1953년부터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군사 동맹을 맺었다. 우리가 다른 국가와 맺은 유일한 동맹 조약이다. 반면, 우리와 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이다. 중국은 또한 우리와 한민족이지만 분단국가로 체제가 전혀 다른 세습통치를 하고 있으며 북한주민들을 전제정치로 통치하는 북한과 혈맹관계이기도 하다.  
 
사드의 레이더로 인해 자국의 이익이 침해받는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 중국은 오히려 5500㎞ 초대형 레이더를 보유하고 있고, 이 레이더로 한반도 전역을 샅샅이 감시하고 있다. 남한에 배치할 사드의 레이더는 고작 2000㎞인데도 문제삼고 있다.

다시 우리 정치권을 들여다보면 최근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연일 '김종인 때리기'로 사드배치에 반발하고 있는 것은 '정치 9단'이 보일 모습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야당으로서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당론을 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 대표를 향해 “친정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지”라며 정치적 발언만 일삼고 있다. 지난 2012년 김 대표가 박근혜 후보 캠프에 있었던 점을 겨냥한 말이다. 안보와 관련된 정부의 결정을 뒤집고 대외외교까지 뒤흔들려는 야당 대표의 입장 치고 가볍기 그지없다. 

‘북핵’이든 ‘사드’든 ‘중국’이든 차기 집권을 위해 움직이는 야당 정치인들의 주장은 지난 4.13총선 심판처럼 내년 말 있을 대선의 표심을 가를 것이다. 분단 70년이 되도록 남남갈등을 씻어내지 못하는 현실은 정치권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이제 국민들은 기억하기 때문이다. 

상상을 초월할 만큼 일관된 북한의 대남전략은 결코 우리 식으로 풀 수가 없다. 그런데도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은 북한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왔고, 이런 우리 정치권의 행태를 누구보다 북한이 잘 파악하고 있다. 
       
지금처럼 야당이 현 정권에 맞서기 위해 북한 문제와 안보 문제를 이용해서는 통일외교를 펼 수 없다.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통일을 이루기 위해 주변국가의 공감대가 있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이런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에 우리 내부가 먼저 한목소리를 내야 주변국도 도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더민주의 당대표 후보들은 하나같이 김종인 대표의 사드배치 찬성 발언을 도마 위에 올려 당원의 표심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추미애 의원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사드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지 않고 있는 김종인 대표를 겨냥해 “과도체제에서 일시적으로 대표(김종인)의 개인 의견을 표출했다고 해서 근본적인 당론이 바뀔 리가 없다”고 조롱하듯 비판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표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득보다 실이 많다”면서 “재검토해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반영한 것이다. 

야당이라면 무조건 집권당의 정책에 반대해야 한다는 대결구도에서 언제쯤 벗어나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정치가 이뤄질까. 안보 문제만큼은 정략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여론몰이에 앞장서지 않는 정치가 당연시될 때에야 70년 분단역사를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래서 통일을 이루려면 그것을 담을 그릇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 모양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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