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할머니 보쌈의 ㈜원앤원 박천희 사장
장모인 김보배氏는 손맛이 남달랐다. 1975년부터 청계천 8가 황학동 골목에서 작은 보쌈집을 운영하던 김보배씨의 가게는 항상 손님들로 북적였고 막 삶아 내온 고소한 돼지고기와 아삭하면서도 달고 매운 김치 맛은 한 번 맛보면 기어이 다시 찾게 되는 중독성이 있었다. 대기업 사원이었던 보배 할머니의 사위 박천희氏는 이 맛에 인생 후반전의 승부를 걸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원 할머니 보쌈이다.
가난했던 시절 술꾼들의 최고 안주는 돼지고기였다. 쪄먹고 구워먹고 김치를 넣고 매콤하게 끊여먹었다. 이중 돼지고기만으로 하는 요리는 크게 세 가지다. 족발, 보쌈 그리고 직접 구워먹기. 불판에 구워먹는 것과 족발은 어디서나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보쌈은 다르다. 고기는 비슷하게 삶을 수 있었지만 보쌈김치는 특유의 그 맛이 나질 않았다. 해서 제대로 된 맛을 즐기려면 보쌈집까지 먼 길을 찾아가야 했다. 지금은 다르다. 어디서나 보쌈김치의 그 맛을 맛 볼 수 있다. 원 할머니 보쌈은 그런 소비자의 욕구를 채워준 대한민국 대표 보쌈 브랜드다.
고기가 식지 않도록 배려한 수육온기. 원 할머니 보쌈의 트레이드마크인 이 장치를 개발한 게 박천희 사장이고 특허까지 냈다./사진=자유경제원 '한국의기업가' 게시판
1984년 회사를 그만 둔 박천희씨는 본격적으로 보쌈장사에 뛰어든다. 손익을 따지기에 앞서 좋은 품질의 고기로 양심에 거리낌 없는 음식을 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고기라도 식으면 제 맛이 나지 않았다. 박천희 사장은 '수육온기’를 고안했고 손님이 마지막 한 점까지 따뜻한 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했다. 꼼꼼하고 차분한 스타일대로 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2시까지 일했다. 허리에 무리가 왔다. 박천희씨는 침을 맞아가며 장사를 계속했다. 처음 옥호는 할머니 보쌈이었는데 장사가 잘 된다는 소문이 나자 주변 가게들이 너도 나도 할머니 보쌈으로 간판을 통일했다. 그래서 문패를 바꿔 단 게 원 할머니 보쌈이다. 1989년의 일이었고 당연히 원조 할머니라는 의미다. 1991년 8월 원유통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든다. 문제는 김치였다. 보배 할머니의 김치는 개성 김치다. 개성 김치는 여러 가지 소를 배추 잎으로 보자기 싸듯 싸서 만든 개성 특유의 향토음식인데 개성에서 나는 배추가 속이 연하고 잎이 길며 맛이 고소해 이런 김치 담그는 법이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소에는 무, 사과, 배, 밤, 대추, 잣, 미나리, 파, 마늘, 실고추, 새우젓 등이 들어간다(개성에서는 보쌈이라는 단어가 과부 팔자가 있는 양반집 딸의 액땜을 위해 밤거리에서 총각을 납치해와 하룻밤을 보내게 한 뒤 죽여 버리는 풍습에서 유래했다 하여 보쌈김치라는 말 대신에 그냥 쌈김치라고 한다). 보배 할머니는 그날 아침 무친 겉절이를 저녁 손님상에 냈다. 이때가 겉절이가 가장 맛있을 때다. 이틀만 지나면 겉절이에서 단 맛만 난다.
이렇듯 보쌈김치는 막 무쳐서 내야 제 맛인데 가맹점에 김치를 보내는 동안 숙성이 되 버리는 것이 문제였다. 가맹점에서는 그 맛이 아니라며 불만을 터트렸다. 겉절이의 숙성을 지연시키는 방법 개발에 매달렸다. 키토산과 올리브고당 첨가물을 넣어도 봤지만 효과 대비 가격 부담이 컸다. 박천희 사장은 가맹점까지 처음 맛 그대로 김치를 옮기기 위해 배송차량을 온도 보존 장치를 갖춘 냉장차로 교체했다. 맛을 유지하기 위해 수도권 밖으로는 가맹점을 개설하지도 않았다. 그러다보니 프랜차이즈 사업 개시 3년이 지나도록 가맹점 수는 열 개 안팎에 불과했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사람들은 팔자에도 없는 사업 접고 다시 월급쟁이나 하라고 부추겼다. 박천희 사장은 영하에서 얼지 않고 음식을 보관하는 기술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로열티가 너무 비쌌다. 한국으로 돌아온 박천희 사장은 이 빙온기술을 직접 개발하기로 작정한다. 항균성이 강해 김치의 발효를 지연시키는 세라믹 용기의 사용과 배송 차량에 자동온도조절장치를 달아 GPS를 통해 수시로 온도와 위치를 점검하는 방식이었다. 김치의 유통 기한을 하루에서 일주일로 늘리는 이 개발에 수년이 들어갔다. 막 무친 겉절이의 맛을 일주일 동안 유지시켜줄 수 있는 이 기술의 이름은 '콜드 체인’이다. 국내 특허를 받았고 드디어 충청 이남까지 가맹점 개설을 확대했다. 2011년에는 한국 프랜차이즈 대상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현재 국내 가맹점은 250개, 중국에도 두 개의 가맹점이 있다.
“프랜차이즈를 고려하면서 대량생산을 위해 기계화를 시작했고 처음에는 맛의 변화 때문에 굉장히 당황을 했습니다. 똑 같은 양의 재료를 사용했는데도 맛이 달라 고민을 거듭하고 완제품을 비롯하여 다양한 형태로 맛 유지를 위해 연구 개발, 노력한 결과 현재에는 균일한 맛의 관리가 가능해졌습니다. 지난 2007년 22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 세운 연면적 9,917㎡규모의 천안공장이 원 할머니 보쌈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천안공장은 최첨단 생산 시설과 식품의약품안정청이 지정하는 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에 적합한 위생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보쌈 맛을 좌우하는 김치를 비롯한 각종 식재료가 철저한 위생관리 아래 생산되어 전국 가맹점으로 배송되는 것입니다. 또한 모든 배송차량을 위성으로 위치 확인할 수 있는 GPS 시스템을 설치해 차량의 현재 위치는 물론 운송 중인 식재료의 온도까지 실시간으로 체크하며 식품위생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 박천희 사장 인터뷰 중에서 -
과거 보쌈이란 아주 특별한 날 그러니까 김장을 하는 날 즉석으로 먹던 음식이었다. 돼지고기를 삶고 막걸리를 준비해 당일에만 먹던 음식이었다. 그걸 사시사철 언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끌어낸 게 박천희 사장이다. 빙온기술로 맛의 표준화문제도 해결했다. 보쌈김치라는 개성 특유의 김치를 전수한 것도 물론 빠트릴 수 없는 큰 미덕이겠다.
장모인 김보배氏는 손맛이 남달랐다. 1975년부터 청계천 8가 황학동 골목에서 작은 보쌈집을 운영하던 김보배씨의 가게는 항상 손님들로 북적였고 막 삶아 내온 고소한 돼지고기와 아삭하면서도 달고 매운 김치 맛은 한 번 맛보면 기어이 다시 찾게 되는 중독성이 있었다./사진='원할머니 보쌈' 홈페이지 제공
원할머니 보쌈의 40년 장수 비법은 맛에 대한 정직함과 꾸준하게 유지되는 맛
원 할머니 보쌈 애용자들은 장수의 비결을 비슷하게 꾸준하게 유지되는 맛이라고 한다. 실제로 20년 전에 먹은 맛이나 지금 맛이나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미묘한 변화는 있다. 보배 할머니는 보쌈용 돼지고기로 전지를 썼다.
“장모님은 큰 솥에 전지를 바로바로 삶아 손님상에 냈다. 메뉴가 하나뿐이었으므로 주문도 받지 않고 손님이 앉으면 바로 삶은 고기를 상에 올렸다."
- 박천희 사장 인터뷰 중에서 -
전지는 기름기가 적다. 식감이 텁텁하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전지를 쓴 이유는 돼지고기 중에서 가장 값이 싼 부위였기 때문이다. 보배 할머니가 내놓은 고기는 한 접시에 350g정도였는데 한 근을 고스란히 삶으면 이 정도 양이 된다. 박천희 사장은 목전지를 보태서 텁텁함을 보완했다. 목전지는 앞다리에서부터 목까지의 부위인데 기름기가 전지보다는 훨씬 많다. 1991년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면서 전지에 삼겹살, 사태, 등심을 추가했다. 보배 할머니의 방식이었던 삶아서 바로 냈던 맛을 내기 위해서 고안한 방법이다. 현재는 전지는 아예 빼고 삼겹살과 사태만 쓴다. 사태는 국산이지만 삼겹살은 핀란드나 스페인 등 수입산인데 가맹점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고육책이다(본점에서는 둘 다 국산 사용).
보배 할머니는 김치를 담글 때(겉절이니까 무칠 때가 더 정확한 표현일 수 있겠다) 설탕과 화학조미료를 썼다. 박천희 사장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면서 설탕은 과당으로 대체했고 화학조미료는 뺐다. 대신 자체 개발한 조미료 '원 할머니 참맛’을 사용해 맛을 냈다. '원 할머니 참맛’ 조미료는 L-글루타민산나트륨, 산분해 간장, 합성착향료, 합성보존료 등 화학첨가물 8가지를 뺀 8무無 조미료다. 아직도 오래된 손님들 중에는 보배 할머니의 김치 맛을 그대로 내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보배 할머니의 김치 담그는 법은 그대로 유지했다. 보배 할머니는 가장 큰 배추 잎을 밑에 깔고 소를 올린 후 다시 중간 크기의 배추 잎을 얹고 다시 소를 올리는 방식으로 김치를 담갔다. 마지막은 이 배추를 돌돌 말아 양파 모양으로 만드는 것인데 이것이 박천희 사장이 특허 등록한 이른 바 '양파 형 개량 보쌈김치와 그 제조 방법’이다.
원 할머니 보쌈의 성공 요인
뭐니 뭐니 해도 브랜드 네임이 첫 번째 성공 요인이다. 원 할머니의 '원’은 元으로 읽히고 ONE으로도 들린다. 원조라는 뜻으로 썼다지만 원 씨 성 가진 할머니가 하는 집으로 아는 사람도 많다. 원은 어감이 부드럽다. 박 할머니, 차 할머니, 이 할머니 다 이상하다. 다른 성씨 쓰는 경쟁 할머니 업체들의 추격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놀부 보쌈이 브랜드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것은 할머니와 대비되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두 번째는 가맹점 관리다. 한국 경제 신문의 2005년의 보도를 보면 박천희 사장이 얼마나 가맹점 관리에 신경을 썼는지 짐작할 수 있다.
'원할머니보쌈은 가맹점 폐점이 없는 회사로 유명하다. 그만큼 운영시스템이 탄탄하다는 얘기다. 회사 관계자는 “신선한 식자재를 1주일에 6회 공급하는 본사는 드물다”면서 “이처럼 본사가 안정적으로 가맹점을 관리하고 일정한 수익을 보장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매출부진에 시달리는 외식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밝혔다. 본사의 지원도 남다른 데가 있다. 가맹점 오픈 시 이벤트 행사는 물론 가맹점 메뉴홍보물과 유니폼, 전단지 등 다양한 판촉용품을 무상으로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가을에는 지방의 주요 도시에 오픈한 가맹점에 대해 공중파 방송과 케이블 TV광고를 수개월간 일제히 내보내 가맹점 매출을 띄우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로열티 명목으로 가맹점주가 본사에 납부하는 가맹비 1천 만 원 중 80% 이상이 가맹점 오픈 교육에 재투자되고 있다. 가맹점에 대한 투자를 늘림으로써 고객 서비스가 강화되고 점포의 이익도 동시에 올라가며 이것이 모여 본사의 매출 신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 있는 셈이다.’
- 한국경제신문 2005년 1월 16일자 기사 중에서 -
홈페이지에도 보면 브랜드에 대한 소개가 네 개다. 친환경 먹거리, 안전 먹거리, 서비스 마인드 그리고 고객이 만족하는 음식 제공이다. 이중 서비스 마인드는 가맹점에 대한 원앤원의 방침과 자세를 적은 것이다. 가맹점 순회점검 활동 : 현장중심 QSCV(Quality, Service, Cleanliness, Value) 관리 및 평가, 가맹점 커뮤니케이션 : 정책설명회(년2회) 및 동반성장 협의회 (분과별 년 4회)를 통한 가맹점 의사소통, 가맹점 만족도 조사 : 설문을 통한 정기적 가맹점 의견 수렴, 가맹점 순회점검 활동과 가맹점 재계약 교육 등이 있는데 사업의 비중이 가맹점 중심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다음은 홈페이지에 있는 성공 사업 스토리다.
'본사의 탄탄한 시스템과 체계적인 가맹지원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안정적인 운영은 꿈도 못 꿨을 겁니다. 본사와 서로 믿고 협력한 덕분에 안정적으로 기반을 잡을 수 있었죠. 본사에서는 단체 고객이 있을 때마다 인력과 충분한 물량을 늘 지원해주고, 수시로 슈퍼바이저가 매장관리, 현장교육을 해주고 있어 혼자서 여러 점포를 운영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그동안 성공적으로 점포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맛은 물론 본사의 든든한 지원, 정성어린 서비스가 조화를 이룬 덕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 성공 사업 스토리 중에서 -
과거 보쌈이란 아주 특별한 날 그러니까 김장을 하는 날 즉석으로 먹던 음식이었다. 돼지고기를 삶고 막걸리를 준비해 당일에만 먹던 음식이었다. 그걸 사시사철 언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끌어낸 게 박천희 사장이다. 빙온기술로 맛의 표준화문제도 해결했다./사진='원할머니 보쌈' 홈페이지 제공
선택과 집중의 기로에 선 원앤원(주)
최초의 브랜드가 성공을 거둔 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제2, 제3의 신규 브랜드를 개발하고 출시하는 것은 요식 업종이라고 다르지 않다. 그러나 원 할머니 보쌈의 원앤원(주)은 2008년에 내놓은 부대찌개전문 브랜드 '박가 부대찌개’ 이후 계속 실패작만 내고 있다. 2009년에 '백년보감’이라는 삼계탕과 찜닭 전문 브랜드를 내놓았지만 실패했다. 2011에는 '툭툭치킨’이라는 치킨전문 브랜드로 2012년에는 '커피에투온’이라는 커피 브랜드로 2013년에는 '잇델리 앤 카페’와 '이트 피자’라는 브랜드로 도전장을 던졌지만 현재 이들 브랜드를 달고 있는 매장은 한 두 개이거나 아예 없다. 게다가 대표이사 및 오너 일가들이 가맹점 상표권을 유용해 부당 이득을 취해왔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어 도덕적인 타격까지 입었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원 할머니 보쌈이라는 제 1의 브랜드를 어떻게 확장시키고 국내 시장을 뛰어넘을 지 고민할 때다.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참고자료
1) 원할머니 보쌈 홈페이지
2) 비관의 힘/정선구/책밭
(이 글은 자유경제원 '한국의기업가'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남정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