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국내에서 '사드 반대' 입장을 견지하다가 각종 논란 속에 중국 방문을 강행했던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은 10일 오후 귀국한 뒤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더민주 사드대책위 간사 김영호 의원을 비롯해 김병욱 박정 소병훈 손혜원 신동근 의원은 웃음 띤 얼굴로 마치 '개선장군'과 같은 태도로 기자회견에 임했다. 이들은 이번 방중을 "한중 외교채널이 가동됐다"거나 "정부의 부담을 최대한 덜어드리고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을 다 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상 기자회견 내용의 대부분은 이번 방중 기간 전후로 제기된 각종 논란 및 진실공방 등에 관한 해명이었다.
이번 방중이 사드 배치 이후의 한중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은 내세웠으나 사드 찬반 입장표명은 없었으며, 대중(對中) 레이더 감시의 진실여부 등 '사드의 기술적 문제'에 대해선 현지에서 논하지 않았음을 실토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사드 반대' 입장을 견지하다가 각종 논란 속에 중국 방문을 강행했던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은 10일 오후 귀국한 뒤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왼쪽부터 손혜원, 김병욱, 김영호, 박정, 신동근, 소병훈 의원./사진=미디어펜
박정 의원은 "지도자들이 자제하면서 양국 관계가 나쁜 쪽으로 가지 않는 데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중국 측 인사들에게) 말했다"면서 "사드에 대한 기술적 문제보단, 어쨌든 이게 동아시아에서 어떤 영향이 있을 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중국이 사드를 문제삼는 '근본 원인'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신동근 의원은 이날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자신을 겨냥, 전날 판구연구소와의 간담회에서 언급되지도 않은 '조중혈맹(북한-중국)' 회귀 가능성을 중국 참석자가 주장했다며 토론 내용을 왜곡했다고 지적한 데 대해 "판구연구소가 아니고 전날 베이징 대학교(좌담회)에서 나왔던 말"이라고 해명했다.
하루 전 들었다는 발언을 다음날 거론한 것도 의혹을 자아내지만, 그 내용에서도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 의원은 "베이징대에서 '(중국 측이 한국에 가할) 제재가 있으면 어떤 게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제재 중 가장 안 좋은건 다시 (북중이) 혈맹관계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한 것"이라고 밝힌 뒤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문제를 제재가 아니고 외교를 통해 푸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소병훈 의원은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와의 면담이 취소된 데 대해 "이런 왜곡은 처음 봤다"며 대사관의 공식 발표를 전면 부정했다. 그는 "9일 아침으로 약속을 잡았는데 출발하는 날 취소를 문자로 (보내)왔다"며 "그런 거짓이 우리 국민들에게 전해진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다"고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회견 중 문자메시지 공개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것도 가능했을테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주중 한국 기업인 간담회가 참석자가 저조해 무산됐다는 언론 보도에 관해선 "사실 기획 전 교민과 기업인들이 너무 많이 들어오실 것 같아 신청한 분들을 다 모시지 않고 20명만 모셨는데, 국내 반응을 보면서 신청자들이 많이 안나타났다"면서 이번 방중 이전부터 형성된 국내의 부정적인 여론을 탓했다.
김병욱 의원은 자신들을 향해 이례적인 '굴욕 사대외교' 등 비판을 가한 정부·여당이 자신들의 출국을 막지 못했단 점에서 "진정성 없는 정치공세"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출장에 대해서 정말 진지하게 정부 당국이나 새누리당이 원치 않았다고하면 저희당에 공식적인 통로를 통해서 자제를 부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언론을 통해 출발 하루 전(7일), 당일날(8일) 이야기하는 것은 진정성 없는 정치공세"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는 새누리당이 방중 계획이 알려진 다음날인 5일부터 "굴욕적 중국방문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정진석 원내대표)"고 촉구했으며,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조차 "얻어올 것이 없다. 꼭 가야되겠느냐"며 공식 언급과 개인 통화를 통해 수차례 만류한 사실을 외면한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중 의원 중 외교·국방 관련 국회 상임위에 소속됐거나 경력을 지닌 의원이 없어 전문성·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선 손혜원 의원이 입을 열었다.
손 의원은 오히려 자신이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이기때문에 중국을 갔다면서 "(중국에서) 우리 정체성 관련 공연이나 해외 전시 일에 많이 관여했고, 관심이 크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갔다"면서 "최근 중국에서 많은 연락이 왔다. 공연 취소나 비자 발급이 늦어진다거나, 통관이 안된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항변했다.
그는 "교문위 (소속이) 세 분이었다. 제일 먼저 제재가 들어올 지 모르는 게 한류, 드라마, 광고였기에 갔다왔다"고 주장하면서도 "저는 따로 제가 잘 아는 공연, 디자인, 전시 관련 일하는 분들을 만났다. 그런 계획으로 중간중간 그분들과 만났고 교민들과의 대화도 좋았다"고 다른 교문위 소속 의원들과 무관하게 독자 행보를 했음을 시사했다.
김영호 의원은 "저희의 방중이 한국과 중국에 많이 알려졌는데 저희가 감으로써 한중 우호관계 외교채널이 가동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아마 저희 체류기간 중 중국 매체가 한국 정부를 비난한 일이 없을 것"이라며 나아가 "우리 행동이 여기서 그칠 게 아니라 정부·여당에서도 러시아 등 주변국을 만나 이 어려운 한반도 위기에서 잘 설득해나가길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정쟁은 않겠다. 사실 할말이 많은데 정쟁을 그만두고 대통령이 화두로 던진 20대 국회의 협치 정치를 바로 다시 실천할 것"이라고 협치를 거론했다. 사드 관련 각종 논란제기로 파장을 키워왔으나, 대부분 논란이 사그라든 시점에서 제기되는 비판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의원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의 '귀국 즉시 대국민 사과' 요구에 대해선 "사과할 이유가 없다. 중국에서 국익을 생각하며 정부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고 의원 한분한분이 정말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을 다 했다"면서 "오늘로서 정쟁을 그만하자"고 버텼다.
중국 언론이 그동안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이들을 적극 비호하고 지대한 관심을 보냈으나, 방중단이 현지에서 사실상 '침묵행보'를 보이자 이날 강한 불만을 표한 데 대해선 "의도적으로 그랬다"며 "민감한 얘기는 다 빼고, 매체의 영향에 대해 중국측에서도 충분히 이해했다"면서 "지혜롭게 의원들과 함께 한중관계를 열심히 다지고 야당 의원들의 역할을 잘하겠다"고 '어중간'한 입장으로 일관했다.
이는 이번 방중에 대한 줄기찬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에 턱없이 부족한 해명들로 보인다. 중국의 사드 반대 '원인'을 파악해 반한(反韓)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실마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사드 반대 입장에서 보자면 기존의 주장을 보다 공고히 할 수 있는 근거를 찾지 못한 셈이다. 적극적인 동조를 기대했던 중국에게 '미운 털'만 박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같은 방중 결과에 대해 새누리당은 "결국 빈 수레만 요란했다"고 일침했다.
김정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에서 "국민께 우려와 걱정을 끼치더니, 예상대로 사드에 대한 그 어떤 성과나 알릴 사실조차도 없이 그저 방중 소감과 느낌 정도 뿐인, 해외여행 수준의 일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드에 대한 지식과 관련 경험도 부족한 분들이 철저하게 자국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중국 인사들과의 일정을 통해 무슨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뻔히 예견된 일이었다"며 "입국 후 공항 현장에서 방중 결과의 일부라도 밝히지 못한 것도 이번 방중이 결코 환영받지도 못할 '허무개그' 식 일정이었단 점을 분명히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관심을 끌고 싶어 벌인 이 경솔하고 분별력 없는 행동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당장 진정성 있는 자세로 국민께 사과부터 하라"고 쏘아붙였다. 더민주 지도부에도 "이런 철없는 행보를 한 6명의 의원들에게 큰 회초리라도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