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중국 기업의 국내 기업공개(IPO)를 주도해온 신한금융투자가 중국원양자원의 허위 공시 사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다시 불거진 ‘차이나 리스크’를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완구 제조업체인 헝셩그룹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은 0.7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미달로 마감했다. 올 들어 공모주 청약에서 미달사태가 발생한 것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를 제외하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안 그래도 중국원양자원의 허위 공시 사태 등으로 중국 기업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마당에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가 현실화되면서 중국 기업에 대한 외면 현상이 극심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 IPO의 화려한 부활을 노렸던 신한금융투자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011년 중국고섬 사태로 중단됐던 중국 기업의 국내 IPO를 이끌어왔다.
올해 상장된 중국 기업인 크리스탈신소재와 로스웰도 모두 신한금융투자의 손을 거쳤다. 헝셩그룹을 제외하고 국내 증시에 현재 상장된 18개 기업 중 5개를 신한금융투자가 상장 주관사를 맡을 정도로 중국 기업 발굴에 강점을 보여왔다.
특히 철저한 실사를 통해 스스로 한국 시장을 떠나 홍콩으로 옮겨간 중국식품포장을 제외하고 신한금융투자가 주관사를 맡은 기업은 큰 문제없이 국내 증시에 정착했다. 이에 비해 중국고섬을 비롯해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가 상장시킨 기업은 모두 상장폐지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비결은 철저한 실사와 전문성. 신한금융투자 중국 IPO 담당 직원은 중국은 1년에 30번가령 다녀올 정도로 빈틈없이 중국 기업에 대해 조사를 벌인다. 신한금융투자에서는 중국 IPO를 담담하는 직원이 9명에 달할 정도로 인력도 많다. 그중 4명은 중국인으로 이 중 한명은 경력이 11년에 달하는 베테랑이다. 이미 2010년 상장된 차이나하오란도 매년 3~4번씩 방문할 정도로 사후관리도 열심히 한다.
이처럼 신한금융투자가 중국 IPO에 집중하는 것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상장 주관 수수료가 4억~5억원 수준인데 비해 중국 기업은 20억~50억에 달할 정도로 회사 입장에서는 부가가치가 높다.
일단 신한금융투자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중국 기업 IPO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고섬이나 중국원양자원과 같은 과거 중국 기업과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되는 기업은 그 질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반기에도 중국 기업 3~4개 실사를 통해 내년에 국내 증시에 상장시킬 계획이다.
이기일 IPO부장은 “이미 금융당국도 중국 기업에 대한 엄격한 상장심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중국원양자원 등 과거에 상장된 중국 기업과 현재 상장(예비) 기업은 레벨이 다르다고 봐야한다. 이미 기관투자자는 이를 잘 알고 있으나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아직 공포감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반 공모에서 미달을 기록한 헝셩그룹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93.06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고섬 사태를 계기로 업종별 중국 기업 선별 작업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이 부장은 “과거 섬유산업 등 경공업이 번성했던 대구가 어려움을 겪었듯 중국 기업의 선별에서는 업종이 가장 중요하다”며 “제약, 바이오, 의료설비, 환경설비 등 국내 증시에서 선호하는 업종의 중국 기업 위주로 상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