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졌지만 미래는 밝다. 만리장성의 벽이 얼마나 높았는지 실감했다. 그러나 그 벽이 조만간 무너질 것이란 믿음을 심어줬다.
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은 만 24살의 청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경기력으로 '만리장성'의 아성을 무너뜨릴 뻔 했다. 세계랭킹 12위 정영식은 향후 세계 최강 중국을 무너뜨릴 수 있는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16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리우센트로 파빌리온3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탁구 단체전 4강 단식 1경기에서 정영식이 중국의 장지커에게 2-3으로 패했다. 경기는 패했지만 정영식은 향후 중국 탁구를 무너뜨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사진=뉴스1 제공.
한국 남자 탁구대표팀의 정영식은 16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의 리우센트로 파빌리온3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탁구 단체 4강전 단식 1경기에서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리우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건 장지커(중국)에게 세트스코어 2-3(15-13 11-13 11-9 8-11 4-11)으로 석패했다.
정영식은 리우올림픽 단식 은메달리스트이자 세계 4위 장지커를 상대로 1세트를 먼저 따내는 등 기세를 올렸다. 이후 장지커가 기사회생하면서 5세트 풀접전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정영식은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정영식은 아쉽게 패했지만 낙승을 예상했던 중국 벤치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부터 중국 탁구대표팀을 이끌어온 올림픽 챔피언 출신 류궈량 감독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요지부동'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날 류 감독의 표정에선 2004년 아테네올림픽 유승민-왕하오의 결승 맞대결 이후 실로 오랜만에 당혹감이 읽혔다. 급기야 타임아웃에서 시간을 끌다 심판에게 주의를 받기까지 했다.
이후 탁구 대표팀은 단식 2경기와 복식 3경기에서 중국에 단 한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3-0으로 완패했지만 정영식의 분전은 분명 중국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2010년 성인무대에 데뷔한 정영식은 타고난 승부욕과 성실성으로 세계 14위이자 국내 최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웬만해서는 1위를 놓치지 않는 에이스로 정평이 난 선수다.
그러나 그에게는 '국내용' 이라는 꼬리표가 언제나 따라 붙었다. 수많은 탁구전문가들로부터 "저 공으로 세계 무대 제패는 힘들다"는 혹평을 들었다.
수많은 전문가들의 회의적 반응에도 정영식은 처녀 출전한 리우올림픽에서 16강 단식에서 모두의 편견을 씻어 버릴 명승부를 펼친다. 세계 1위 마롱을 상대로 2세트를 먼저 따내며 그를 벼랑끝까지 몰고 갔다.
경기는 마롱의 4-2 승리로 8강전 진출에 실패했지만 정영식 이름 세글자를 전세계에 각인시킨 경기로 남았다.
경기가 끝난 뒤 마롱은 "정영식은 여전히 젊고 가능성이 충만한 선수다. 지난 2년간 그는 엄청나게 성장했고, 톱 레벨 경쟁자 중 한명이다. 그는 경기를 정말 잘 풀어갔고, 나를 정말 힘들게 했다"고 평가했다. 국내용이라 불리던 정영식의 화려한 비상을 알린 순간이다.
정영식의 리우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자탁구 대표팀은 17일 독일과의 3~4위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계획이다.
정영식의 패기 넘치는 탁구가 리우올림픽 동메달 획득과 함께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계속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