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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야당의 건국일 외면은 곧 국가정체성 부정"

2016-08-17 08:09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조우석 주필

 이명박(MB)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08년 8월 15일을 광복절이 아니라 건국절로 치렀다. 총리실 산하에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를 발족시킨 뒤 대한민국 현대사박물관 건립, 건국 60년 기록물 전시회 등을 추진했으니 출발은 의욕적이었다.

MB가 중도 실용주의 이념을 내걸었던 물컹한 지도자라는 비판도 있지만, 김대중-노무현 두 좌익 정부의 흐름을 끊었던 역할은 그래도 인정해야 한다. 놀라운 건 건국절을 전후해 벌어진 황당한 상황이다. 8.15행사에 초대 받은 야당은 참석 거부를 선언한 뒤 별도의 장소(백범기념관)에서 그들만의 기념식을 따로 가졌다. 

있을 수 없는 반쪽 행사보다 더 가관은 건국절 행사가 위헌이라는 소원을 야당이 헌재(憲裁)에 제기한 점이다. 자국 독립기념일을 감히 야당이 문제 삼다니! 그때를 전후해 현대사 논쟁이 정치적 논란의 복판에 들어왔는데, 야당과 광복회-사학계가 1948년 건국을 부정하고 1919년 건국설을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 그때부터다.

"대한민국은 지금 생일 없는 초라한 신세"

그들은 MB 정부에게 '건국 60주년'이란 용어 사용을 못하도록 압박도 했다. 결과? 유감스럽게도 MB정부는 이 압력에 굴복했다. 행정부는 건국이란 용어를 기피한 채 정부수립으로 바꿔 사용했고, 언론도 이에 슬금슬금 동조하기 시작했다.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의 신간 <대한민국 건국일과 광복절 고찰>(백년동안 펴냄)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해서 대한민국은 건국일을 잃어버렸고, 오늘날 ‘생일 없는 인간’과 같은 초라한 국가로 전락했다"(15쪽)고 지적하고 있다. 좌익-야당의 1948년 건국 부정이 채 10년 전후밖에 안 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 전사(前史), 즉 87년 체제가 문제다. 이른바 민주화 세력으로 위장한 좌익 운동권은 집요하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했고, 사학계가 이에 동조해온 게 지난 30년 전후의 상황이다. 1980년대 이후 대한민국 건국은 부정되거나 잊혀지고 있는 상황인데, 참으로 걱정이다.

현정세는 비관적이다. 반(反)대한민국파가 대한민국 정통세력을 압도하는 형국 때문이다. 올해 건국절 논란만 해도 그렇다. 엊그제 8.18광복절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은…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라고 짧게 언급한 것이 전부였다. 그 직후 대한민국의 건국일이 언제냐를 놓고 여야 간에 벌어진 논쟁을 보라. 대한민국파가 완연하게 밀리는 게 현실이다.

더민주의 박광온 대변인은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독립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선열들과 민족혼을 능멸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대한민국은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건국됐다”고 억지를 부렸다. 뻔뻔한 걸로 따지면 더민주 전 대표 문재인을 능가할 사람이 없다.

8.18광복절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은…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라고 짧게 언급한 직후 대한민국의 건국일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양동안 교수 책은 대한민국의 복음(福音)

그 역시 1919년 건국설을 지지하면서 "대한민국이 1948년 8월 15일에 건립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까지 말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인데, 이런 혼돈에도 대한민국파를 지지해주는 세력은 거의 없다.

좌익언론과 야당이 합세해 감히 박 대통령 경축사를 몰아세울 때 조중동을 포함한 이 땅의 주류언론은 짐짓 못 본 척한다. 언론은 침묵하고, 지식인들은 눈치만 보는 시대, 그래도 우리가 믿고 의지해야 할 책 한 권이 등장했으니 우리끼리 경축하고 음미해볼 일이다. 

양동안 명예교수의 신간 <대한민국 건국일과 광복절 고찰>은 참으로 소중하다. 양 교수는 지금 자기 생일을 잊은 대한민국을 "한심하기 짝이 없는 국가", "이런 나라가 지구상에 대한민국 말고 또 있을까?"라고 강하게 표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단정한 논리적 글을 써온 그답지 않게 분노와 격정이 묻어나는 대목인데, 오죽했으면 그럴까? 조금 전 지적한대로 1980년대 이후 좌익 세력의 반대한민국 압박 탓에 건국 68년이 되었는데도 쟁점들이 아직도 정리되지 않는 상황은 분명 소모적이다. 

심지어 단군 건국설을 말하는 이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 책의 지적대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아는 사람은 국민 전체의 20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원래 건국일이란 국가 구성의 4가지 필수 요소인 영토-국민-정부-주권이 완전히 갖추어진 날을 뜻하는 상식에 비춰 황당한 정치의식이 아닐 수 없다.

양 교수의 비유대로 건축공사가 완결된 날이 건물의 건립이다. 따라서 국가 구성의 4가지 필수 요소들이 완비되는 날이 건국일이다. 인간의 출생에 비유하면 아기의 전신이 노출된 날이 생일이듯이, 국가 구성의 필수 요소들을 완비한 정치결사가 출현하는 날이 건국일이 맞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이날 정부수립만 선포되었지, 건국이 선포되지 않았으므로 건국일이 아니라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런 황당한 주장을 야당을 포함한 좌익들이 펼치고 있어 걱정이고, 이게 대세로 굳어질까봐 근심스럽다.

양동안은 우리시대 사상의 참스승

양동안 교수의 신간 <대한민국 건국일과 광복절 고찰>.

<대한민국 건국일과 광복절 고찰>에 대한 긍정은 이런 올바른 내용을 수록한 때문이지만, 저자에 대한 무한신뢰도 큰 요인을 차지한다. 상식이지만 양동안 교수야말로 우리 시대 사상의 참스승이 맞다. 그 점은 주저(主著) 몇 권만 추려도 드러난다. <대한민국 건국사>(1998년 건국대통령이승만박사기념사업회출판사업부 펴냄), <사상과 언어>(2011년 북앤피플 펴냄)등이 그걸 보증한다.

유감스럽게도 그의 책은 그리 널리 보급되지 않은 게 현실인데, 그건 양동안의 개인적 한계가 아니다. 심각하게 '기울어진 운동장'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반영할 뿐이다. 때문에 이 황량한 사회에서 양동안 이름 석 자를 대중화하고, 지식사회에 전파시킬 필요성은 너무도 절박하다. 

쉽게 말해 이 책  <대한민국 건국일과 광복절 고찰>을 읽는 것은 한 권의 책을 아는 걸 떠나 정치적 각성을 뜻하며, 대한민국파의 정당성을 확인해준다. 그럼 이 책은 좌익과 야당만 비판하는 걸로 채워졌을까? 안 그렇다. 건국일을 부정하는 건 곧 국가정체성을 둘러싼 사회혼란인데, 왜 정부가 그걸 방치하거나 끌려가는가? 이 책은 그걸 정면에서 묻는 걸 잊지 않는다.

그렇다면 논쟁을 벌이는 관계당사자들을 불러 모아 진지한 토론을 유도하고, 권위있는 공권력을 통해 추인하면 된다. 그런 선제적 노력이 없이 끌려가듯 그때 그때 막으려하는 것 자체가 결과적으로 반대한민국파를 키워주는 꼴이 됐다. 어쨌거나 건국절 논란의 와중에 우리 지식대중이 훌륭한 복음서(福音書)인 이 신간을 확보한 것은 거듭 자축할 일이다. /조우석 주필

[조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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