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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아크, 희망속 아쉬움도…'소문난 잔치' 안되려면

2016-08-25 15:26 | 김정우 기자 | tajo81911@gmail.com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한국 게임의 희망'이라는 수식어까지 들으며 기대감을 모았던 '로스트아크'가 비공개 테스트(CBT)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긍적적 평가속에 실망스럽지는 않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과 걱정도 커졌다.

24일 오후부터 1차 CBT 일정에 들어간 로스트아크는 스마일게이트의 개발사 스마일게이트 알피지에서 개발 중인 ‘핵 앤 슬래시’ 방식의 MMORPG(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으로 2014년 게임쇼 ‘지스타’에서 트레일러 영상을 통해 처음 대중에 공개됐다. 이후 지난해 8월 소규모 유저를 대상으로 FGT(Focus Group Test)를 진행한 바 있다.

2년 전 트레일러 영상에서부터 미려한 그래픽과 화려한 연출로 유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로스트아크는 최근 수년 동안 ‘리그 오브 레전드(LoL)’, ‘오버워치’ 등 해외 대작에 가려진 우리나라 게임의 재도약을 꿈꾸게 했다. 특히 우리나라 MMORPG의 위세가 한풀 꺾인 시점에서 로스트아크에 대한 기대는 높아져만 갔다.

그런 로스트아크를 CBT를 통해 짧게나마 즐겨볼 수 있게 됐다. 이번 1차 CBT는 이달 24~28일 주중 오후 4시부터 자정, 주말 정오부터 자정까지 진행되며  ‘전사’, ‘격투가’, ‘거너’, ‘매지션’ 계열 등 총 7종의 클래스를 전직을 포함해 30레벨까지 플레이할 수 있다.

◆ 연출은 감탄, UI는 아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게임런처를 실행하고 접속하면 4종의 클래스 선택으로 게임이 시작된다. 서버 오픈 초기 접속 대기시간이 1200분까지 올라갔다는 유저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금방 접속이 가능했다.


클래스를 선택하고 커스터마이징 모드로 들어가면 꽤 미려한 모습의 캐릭터를 볼 수 있다. 클래스별로 지정된 성별과 체형을 바꿀 수는 없지만 얼굴과 머리 컬러‧스타일부터 장식물, 피부‧머리 윤기까지 선택할 수 있다. 캐릭터 디자인은 일본 게임에서 익숙한 미소년‧소녀와 서구 게임의 현실성이 적절히 섞여 있다.

커스터마이징 화면에서 보이는 캐릭터의 3D 모델링과 텍스처는 쿼터뷰(캐릭터의 측면 위에서 내려다보는 방식)로 진행되는 로스트아크의 게임 특성을 감안하면 만족할 수준이다.

선택한 클래스별 각기 다른 배경에서 시작되는 게임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분위기를 구현한 로스트아크의 장점이 시각적으로 와 닿는 부분이다. 특히 부자연스럽지 않은 색감은 눈을 불편하지 않게 한다.

노예 검투사인 전사는 지저분한 투기장 감옥에서, 격투가는 동양 판타지풍의 마을에서 시작되며 용병과 비슷한 해결사인 거너는 기계장치로 가득한 북유럽풍 배경에서 의뢰받은 임무를 시작하며 유저를 끌어들인다. ‘힐러’ 개념의 매지션은 최소 1클래스 프롤로그를 마치고 전직까지 해야 플레이할 수 있다.

튜토리얼은 따로 마련되지 않지만 짧지 않은 프롤로그 형식의 초반부를 플레이하다 보면 금방 게임에 익숙해진다. 화려한 모션의 공격 스킬과 연계기, 세심하게 구현된 배경, 중간 중간 퀘스트 진행에 따라 시점을 바꿔가며 보여주는 웅장한 시각적 연출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다수의 국내 유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타격감’ 부분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타격감이 좋다’는 평가는 게임 캐릭터의 모션과 사운드부터 그래픽을 통한 히트 이펙트(타격효과), 카메라워크 등이 쾌감을 선사함을 뜻한다. 로스트아크는 이 모든 부분을 적당한 수준에서 과하지 않게 버무렸다.

‘배틀마스터’, ‘인파이터’로 전직해 맨손 격투를 선보이는 격투가 클래스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총을 쏘는 거너의 경우는 초반에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전사를 택해도 핵 앤 슬래시라는 로스트아크의 컨셉에 맞게 다수의 적을 호쾌하게 베는 맛이 있다.

그래픽의 전반적인 만족도는 높지만 아쉬운 점에서도 눈을 돌리기 어렵다. 멋진 캐릭터와 배경, 압도적인 거대 보스몹 등장 장면이 무색하게 3D 모델의 단단함과 텍스처 질감은 완벽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한 유저는 “5년 쯤 전에 만든 훌륭한 그래픽을 보는 느낌”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물론 PC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그래픽카드 등 사양에 따라 보여지는 그래픽에 차이가 클 수 있다. 방대한 배경‧캐릭터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MMORPG에서 FPS 등의 그것을 쉽게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각 지역마다 로딩을 통해 이동하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아이온’처럼 모든 카메라 시점을 처리할 필요 없는 쿼터뷰 방식을 택한 이상 개선의 여지는 있어 보인다.

로스트아크는 다이렉트X 9.0c 이상에서 사용 가능하지만 아직 다이렉트X 11은 아직 지원하지 않는다. 요즘 추세에는 조금 뒤처지는 모습이다. 다이렉트X 11까지 지원이 되면 시각적인 부분은 상당히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일게이트 측도 추후 다이렉스X 11까지 지원하도록 개발 중이며 사용된 ‘언리얼3’ 그래픽 엔진의 개선도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게임 그래픽은 전체적으로 우수한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UI(사용자 인터페이스) 쪽은 이야기가 다르다. 한 마디로 ‘어설프다’는 느낌이다.

마우스로 NPC와 대화하거나 대상을 선택할 때 인식되는 범위나 하이라이트 효과 미흡, 메뉴화면 구성, 단축키 설정이 게임 설정과 따로 있다는 점, 화면 위에 띄운 미니맵 투명도 조절 부재, 꾸미지 않은 글자 폰트 등은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부분이다.

CBT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식 출시 때는 인터페이스의 대폭 개선이 이뤄지겠지만 개발사의 노하우 부족이 느껴진다. 로스트아크 개발에 엔씨소프트, 웹젠 등에서 경력을 쌓은 인력도 다수 포함됐다는 점에서 의외다.

공격과 이동을 좌‧우 클릭으로 완전히 나눈 방식은 직관적이지 않지만 적응하면 되는 부분이다. 게임패드 사용도 가능한 만큼 큰 문제는 아니다. 스킬 발동과 연계 등도 ‘트라이포드 시스템’과 ‘스킬커스터마이징’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평가하기 어렵다.

이 밖에 심혈을 기울였을 스토리에 비해 캐릭터들의 상투적인 대사나 약간 늘어지는 초반 퀘스트 진행 등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프롤로그 보스가 게임을 시작한 지 1시간 남짓 된 플레이어에게 패배하고 “천년을 기다렸는데” 따위의 거창한 대사를 읊는 부분이나 필요 이상의 NPC와 대화를 나누고 소소한 일을 해야 하는 퀘스트 등은 이제 감흥을 주기 어렵다.

◆ 죽 쒀서 리니지 이터널줄 수도부분 유료화는 걱정

로스트아크 개발사 스마일게이트 알피지의 지원길 대표./스마일게이트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로스트아크는 ‘대작 RPG’에 목마른 유저들에게 반가운 작품이다. 거대 몬스터가 배경을 뒤덮으며 등장하는 장면이나 눈보라 등의 날씨효과 등 작은 부분까지 개발자들이 노력이 느껴지며 만족감이 든다.

하지만 10년 전 수준의 UI나 멋지게 만들어 놓고 어설프게 차려져 나오는 그래픽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이 밖에도 남은 1, 2차 CBT 동안 전체적인 게임 진행과 세부적인 게임 밸런스 등 검증 받아야 할 부분이 산더미다.

로스트아크가 자랑하는 매지션 클래스나 채집, 제작 등의 생활레벨 시스템 본격적인 전투 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재미가 없다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거나 하는 평가는 내리기 이르다. 적어도 기대를 이어갈 가능성이 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반면 일부 유저들은 스마일게이트의 운영에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가 과거 다수의 부분 유료화 게임에서 게임 밸런스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유료 아이템을 도입하거나 게임의 기획 의도 또는 골수 유저 층을 무시하다시피 하는 운영 행보를 보인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스마일게이트 측도 이 같은 유저들의 우려를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로스트아크 CBT에 앞서 지난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강선 로스트아크 개발 디렉터는 “부분 유료화를 채택하려고 한다”면서도 “회사 내부에 RPG 장르를 사랑하는 많은 스텝이 있는 만큼 기형적인 부분 유료화가 아닌 장기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BM(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려 한다”고 밝혔다.

만약 스마일게이트가 로스트아크의 완성도를 충분히 채우지 못하거나 운영에서 실패할 경우 유저들의 관심은 전혀 다른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과거 국내 MMORPG 시장을 주름잡았던 엔씨소프트와 웹젠이 간판 타이틀의 후속작인 ‘리니지 이터널’과 ‘뮤 레전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영화 같은 연출과 그래픽 등에서 로스트아크가 정면으로 부딪혀야 할 리니지 이터널에 대한 기대감만 더 키울 수 있다.

이 외에도 아케이드성 강한 모바일 게임의 급성장과 콘솔 게임의 반격, 오버워치 등 서구권 게임의 파괴력, 중국 게임사들의 영향 확대 등 국내 MMOPRG에 대한 위협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도 로스트아크의 성공이 중요한 이유다.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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